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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2020년 01월
  • 201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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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초세 괴담이 보유세 정책에 미치는 영향    

 

 

토초세가 미실현이득 과세 때문에 위헌이라고?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예수님은 예외다. 그런데 성경에는 예수님 말고 죽었다 살아 돌아온 사람이 더 있다. 바로 나사로Lazarus다. 렘브란트의 그림 속, 관에서 일어나는 저 사람이 바로 나사로다. 

 

참여사회 2020년 1-2월 합본호 (통권 272호)

렘브란트의 그림 <라자로의 부활>. 신약성서 『요한의 복음서』 11장에는 베다니아에서 예수가 죽은 라자로를 기적을 베풀어 살려냈다고 기록되어 있다. 출처 www.wetcanvas.com

 

그런데 사실 가끔 죽었던 사람이 장례 도중 살아나는 일이 보도되곤 한다. 죽은 줄만 알았던 사람이 소생하는 증상을 나사로의 이름을 따서 ‘라자루스 신드롬Lazarus syndrome'이라고 한다. 물론 정말로 죽었던 사람이 부활하는 것은 아니다. 죽은 것으로 잘못 판단된 사람이 소생하는 것일 테다. 혹시 정말로 죽지 않은 사람인데 관 뚜껑에 못을 박아서 나올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최근에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한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자고 나면 억, 억 거린다.”고 한다. 이에 토지공개념 강화를 얘기하는 사람이 늘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토지공개념 얘기만 나오면 토지초과이득세(이하 ‘토초세’)는 미실현이득 과세로 인해 위헌판단이 났기에 재실행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는다.

 

그런데 혹시 토초세가 미실현이득 과세로 헌법재판소에서 죽은 법률이 아니라면 어떨까? 미실현이득 과세는 죽지 않은 법 논리인데 관 뚜껑에 못을 박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토초세가 미실현이득이어서 위헌결정이 났다는 괴담은 너무 유명해서 많은 사람이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일단 토초세가 무엇일까? 토초세의 풀네임은 토지초과이득세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놀고 있는 토지(유휴지) 지가의 가격이 전국 평균보다 더 상승하면 (초과이득이 발생하면) 그 초과이득에 보유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주택용지는 물론 업무용 토지는 해당 대상이 아니다. 그냥 유휴지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올랐을 때만 부과되는 세금이다.  

 

토초세는 지난 1994년 헌재에서 위헌결정이 난 건 맞다. 그런데 위헌의 이유는 미실현이득 과세가 헌법상의 조세개념에 저촉되어서는 아니다. 당시 결정문은 “과세 대상인 자본이득의 범위를 실현된 소득에 국한할 것인가 혹은 미실현이득을 포함할 것인가의 여부는 입법정책의 문제일 뿐, 헌법상의 조세 개념에 저촉되거나 모순이 있는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토초세 납부 이후 지가 하락을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위헌이고, 50% 단일 비례세도 위헌이었고, 특히 양도소득세에서 토초세를 일부만 공제한 것 등이 위헌이었다. 그런데 미실현이득 과세가 위헌이라는 잘못된 주장이 확대 재생산되어 도시 괴담으로 되어 버렸다.

 

경제 논리만 보면 미실현이득 과세가 오히려 더 자연스러워

사실 미실현이득에 대한 과세가 위헌일 수 없는 것은 경제적 원리상 당연하다. 오히려 경제적으로는 실현이득과 미실현이득을 구별하기 대단히 어렵다. 실현과 미실현은 경제적 차이가 아니라 단순히 회계적 사건의 여부에 불과하다.

 

내가 만약 어떤 주식을 10주 보유하다가 전략 매도 직후 즉시 10주를 매도한 가격에 다시 샀다고 치자. 나의 경제적 실질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그러나 회계적 사건은 발생했다. 매도 시 나에게는 실현이득이 발생했고 재구매를 통해 또 다른 새로운 거래가 발생했다. 그럼 매도 시에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고(물론 상장주식은 양도소득세 비과세지만 비상장주식이라고 간주하자. 아니면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양도소득은 발생했다.) 새로운 취득에 거래세도 발생할 수도 있다. 실현 여부와 상관없이 가격이 오르는 순간마다 경제적 실질 차원에서는 지속해서 소득이 증가하게 된다. 결국, 실현소득에 과세하는 것은 경제적 실질과는 비록 부합하지 않지만, 과세 기술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현금 유동성 차원을 고려한 조치일 뿐이다.

 

실제로 94년도 토초세 위헌 이후 당시 정부는 합헌적 성격의 ‘뉴토초세’를 다시 만들었다. 토초세 반대 세력은 뉴토초세의 미실현이득 과세가 위헌이라고 여러 차례 헌재에 제소했으나, 모두 미실현이득 과세를 포함한 뉴토초세 전체는 합헌이라는 것이 헌재의 일관된 결정이다. 뉴토초세도 폐지된 것은 미실현이득 과세 문제나 위헌 문제가 아니다. 99년도 IMF 직후 자산가격 상승을 막는 토초세를 시행할 만한 경제적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지금 토초세 문제를 말하는 이유는 토초세가 현재 부동산 시장에 필요한지를 논하기 위함이 아니다. 다만 미실현이득 과세가 위헌이라는 도시괴담이 종부세 같은 부동산 보유세도 무언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부세 등 부동산 보유세 같은 미실현이득 과세는 경제적으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미실현이득 과세 법리는 헌재에서 죽은 적이 없다. 그리고 보유세 강화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서도 그리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글.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원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활동가 출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활동. 현재는 나라살림연구소에 기거 중. 조세제도, 예산체계, 그리고 재벌 기업지배구조에 관심이 많음.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최순실과 예산 도둑들』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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