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01-02월 2019-12-30   1327

[여는글] 갈라지는 사회에 던지는 공명조의 경고

여는글

갈라지는 사회에 던지는 공명조의 경고

 

참여사회 2020년 1-2월 합본호 (통권 272호)

ⓒ 박준수 화백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 해를 보내면서 늘 그래왔던 것처럼 되돌아보고 후회도 반성도 하면서, 떠오르는 새해를 희망과 다짐으로 기대해 봅니다. 회원 여러분의 관심, 지지와 격려 덕분에 참여연대는 지난 한 해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새해에도 변함없는 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 회원 여러분의 희망 꽃이 피어나는 새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현재와 미래보다는 과거를 더 많이 얘기하고 회고하는 세대라서 그런지 미래의 희망과 비전은 희미하게 보일 뿐입니다. 근심과 걱정이 앞섭니다. ‘괜찮아, 잘 될 거야’ 보다는 ‘안 되면 어쩌지’가 먼저 튀어나옵니다. 2019년, 아니 촛불정부 이후 세상이 우리의 기대만큼 더 나아지지 않았다는 실망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적폐는 청산되었는지 모르겠으나 개혁은 더디기만 합니다. 촛불시민이 요구한 적폐청산과 개혁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쫙 갈라선 시민, 정치와 협치가 실종된 여의도는 지난해에 이어 새해도 그대로일 것입니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을 넘어 대립과 갈등의 전선은 젠더, 지역, 세대, 노소로 퍼져 갈래갈래 찢어져 가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의 당파 유전자가 여전히 살아 있나 봅니다. 정치는 그 틈을 봉합할 시도는커녕 자기편에게 유리하게 동원하고 이용합니다. 그야말로 갈등과 분열의 공화국입니다.     

 

갈라지는 사회, 더딘 개혁

‘공명지조共命之鳥’, <교수신문>이 선정한 2019년의 사자성어입니다. 극단으로 대치하고 있는 사회상을 적확하게 짚어낸 단어입니다. 공명조는 한 몸에 두 머리가 달려 있어 목숨을 함께하는 새, 바로 공동운명체를 상징합니다. 혼자 늘 맛있는 열매를 챙겨 먹는 하나의 머리에게 질투심을 느낀 다른 머리가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었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는 새입니다. 상생하려면 두 머리가 따로 따로 여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주는 상상의 새입니다. 어느 한쪽이 없어져야 자기가 잘 살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에는 모두가 공멸하게 된다는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공동체의 삶이란 상호의존적입니다. 다른 사람을 굴복시켜야 내가 잘 사는 사회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적과 경쟁자로 여기고 무찔러야 사는 사회는 전쟁터일 뿐입니다. 내가 속한 진영과 집단만이 옳고, 선이며, 정의라는 이분법적 교조주의는 독단적이고 자폐적이어서 병들고 말 것입니다. 나와는 다른 행동과 생각을 존중하지 않거나 관용하지 않는 사회는 건강성을 잃어버릴 것입니다.

 

포용과 연대와 협치의 토대, 다당제 민주주의

2020년은 선거의 해여서 더욱 걱정입니다. 제21대 총선은 대선의 전초전이자 촛불정부 중간 심판의 성격을 갖습니다. 총선 승리를 위해 정당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입니다. 상대에 대한 극단적인 증오와 비난으로 자기 진영의 지지자들을 동원하고 결집하려 할 것입니다. 타협과 협치를 이뤄내기 위한 갈등이 아니라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한 갈등 부추기기와 정쟁이 기승을 부릴 것입니다. 무너진 보수의 재건을 노리며 색깔론과 막말을 꺼리지도 가리지도 않을 것입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진보와 보수가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며 사생결단으로 덤벼들 것입니다. 나라의 운명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상대를 공격하는 무모함과 어리석음을 보여줄 것입니다. 

 

그러면 그 결말은 어떨까요? 모두 갈등과 대립의 깊은 골속으로 추락할 것입니다. 공명조처럼 공멸입니다. 한국 정치는 사망선고를 받게 될 것입니다. 입으로만 대화, 타협, 협치를 외치는 정치권은 기대난망입니다. 자신을 국민의 대표라면서도 정당집단주의에 매몰된 국회의원을 더 이상 믿을 수는 없습니다. 비익조比翼鳥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암컷과 수컷의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어서 짝을 짓지 아니하면 날지 못한다는 상상의 새입니다. 좌우의 날개로 나는 새를 그려야 합니다. 포용, 연대와 협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의회 지형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다당제 민주주의가 그 해답입니다. 참여연대 회원여러분과 같이 깨어있는 시민의 올바른 선택으로 그 토대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글.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강의하고 연구하는 형법학자다. 참여연대 초창기부터 사법을 감시하고 개혁하는 일에 참여했다. ‘성실함이 만드는 신뢰감’이라는 이미지가 한결같도록 애써야겠다.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강남구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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