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11월 2020-11-01   1433

[특집] 이해충돌 방지 제도화의 흐름과 역사

이해충돌 방지 제도화의
흐름과 역사

 

글. 이은미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선임간사

 

 

최근 박덕흠 의원 가족이 소유·경영하고 있는 건설업체가 박 의원이 활동하고 있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피감기관으로부터 지난 5년간 수백억 원대의 공사를 수주받고, 또한 박 의원이 백지신탁한 건설회사 주식이 처분되지 않았음에도 관련 상임위 활동을 해온 것이 알려지면서, 국회의원을 비롯해 공직자가 자신의 재산상 권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무를 금지하는 등 이해충돌방지 규정을 입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해충돌’이란 공적 의무와 공직자의 사적 이익 사이의 충돌로서 공적 의무와 책임의 수행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적 지위에서의 이익을 공직자가 가지고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 이해충돌방지 제도는 이러한 이해충돌 상황에 놓인 공직자가 사익을 우선하는 결정을 내릴 위험이 있다는 점을 감안, 그러한 상황에 놓이는 것 자체를 예방하고 감독기관·일반국민이 이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법률에서 이해충돌방지 규정으로는 「공직자윤리법」 상 ‘이해충돌방지 의무’(제2조의2 공직자는 자신이 수행하는 직무가 자신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해 공정한 직무 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가 규정되어 있지만 처벌 규정이 없는 사실상 ‘선언적 조항’에 불과하다. 

 

또한 「공직자윤리법」에서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 있는 주식을 보유한 경우 이를 매각 또는 백지신탁 하도록 하고(주식백지신탁제도), 공직자가 퇴직 후 민간기업에 취업해 현직 공직자의 직무 수행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퇴직 공직자의 취업을 제한하는(퇴직후취업제한제도) 등 이해충돌방지 제도를 일부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이해충돌 상황을 해소하기에 매우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법 제정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월간참여사회 2020년 11월호 (통권 280호)

 

세월호 참사로 2015년 청탁금지법 제정, 

이해충돌방지 입법화는 국회 문턱을 못 넘다  

이해충돌방지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참여연대는 공직자의 주식 보유로 인한 이해충돌 문제를 2003년부터 적극 제기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삼성전자 주식 9천여 주를 보유한 것이 이해충돌이며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의 주장은 2005년 주식백지신탁제도 도입으로 결실을 맺었지만 전체적인 이해충돌 규제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은 원래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이하 ‘정부안’)이란 이름으로 2013년 8월 5일 국회에 제출되었다. 당시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에는 공직자의 부정청탁 금지, 금품수수 금지, 이해충돌방지가 3대 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대상 범위의 포괄성 문제 등으로 이해충돌방지 부분이 빠진 채 2015년 3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것이다.  

 

애초 지지부진하던 법안 논의를 가속화시킨 것은 2014년 세월호 참사였다. 세월호 참사 원인으로 해양수산부 퇴직공직자들이 해양수산부의 사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관련 협회에 취업해 감독부실을 야기한 것이 거론되면서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제도를 강화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과 청탁금지법 제정에 대한 강력한 사회적 요구가 제기된 것이다. 이런 배경 속에 법안 제출 후 3년 만에 청탁금지법이 제정되었지만, 이해충돌방지 부분은 빠진 ‘반쪽짜리’ 법안이었다. 

 

왜 이해충돌방지 부분만 빠졌나?

2018년 8월 국회에 제출된 정부 법률안에는 이해충돌방지 내용으로 △ 직무관련자가 공직자의 4촌 이내의 친족인 경우, 해당 직무에서 공직자를 제척되도록 하고 △ 고위공직자가 임용될 때는 민간부문에서의 업무 활동 명세서 제출하고, 임용 또는 취임 전 이해관계자와의 직무수행을 금지하고 △ 공직자의 직무와 이해충돌우려가 있는 외부활동을 금지 △ 공직자의 가족 채용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해충돌방지 내용 중 19대 국회에서 가장 쟁점이 되고, 결국 법 제정이 무산된 핵심적인 이유는 제척·회피제도였다. 즉 금품수수나 청탁처럼 구체적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4촌 이내 친족이 자신의 직무와 관계가 있는 유관기관에 있다는 것만으로 공직자에게 제척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입법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 제출 법안은 공직자의 직무 제척사유가 되는 직무관련자의 범위를 ‘4촌 이내’로 규정하고 있었는데, 당시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직유관단체까지 포함해 법 적용을 받는 공직자는 180만 명, ‘4촌 이내’ 친족 규정으로 직·간접적인 적용대상자는 2,500~3,000만 명으로 추정됐는데 규제대상이 너무 많다는 것도 문제로 제기되었다.

 

그렇다고 제척대상의 범위를 가족으로 제한할 경우 법의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대안으로 4촌 이내 친족의 직장과 직위 등 직무 관련 사항을 신고·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제척·회피조항은 입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 청탁금지법에서 이해충돌방지 부분을 제외하되, 추가 입법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결국 19대 국회에서 추가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2019년 초, 손혜원 전 국회의원의 목포 땅 매입 관련해 부동산 투기 의혹과 이해충돌 논란이 제기된 이후, 여러 국회의원들의 상임위 활동 관련 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해충돌방지법이 다시 쟁점화됐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의원들이 관련법 제·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19대 국회 논의를 반영해, 사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만으로 공직자를 바로 제척하는 것이 아니라, 공직자로 하여금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회피신청을 하도록 하고, 기관장이 신고내용을 기초로 직무 일시중지, 대리자 지정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보완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2020년 1월 8일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입법 논의에 진전 없이 20대 국회도 종료되고 말았다.  

 

현재 21대 국회에도 지난 6월 25일 정부가 제출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비롯해, ‘제2의 박덕흠’을 막겠다며 여러 국회의원이 발의한 ‘이해충돌 관련 법률안’들이 계류 중이다. 그러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이 여론에 편승한 정치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21대 국회가 법 제정에 박차를 가하여 결과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❶  OECD <이해충돌방지가이드라인>(2003)

❷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 검토보고, 국회 정무위원회 전문위원 김원모 (2020.07)

❸, ❹  더미래연구소 <이해충돌방지 입법을 위한 정책제언>(2019) 

❺  민법상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가 해당함 

 

 

 

[특집] 이해충돌의 이해

1. 이해충돌방지 왜 쉽지 않나? 윤태범

2. 국회의원과 직업공무원의 이해충돌이 다른 이유 서복경

3. 이해충돌 방지 제도화의 흐름과 역사 이은미

4.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한 걸음 더 편집팀

 

>> 2020년 11월호 목차보기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