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11월 2020-11-01   1327

[통인] 함께 부르는 노래의 힘 – 하림 대중음악가

함께 부르는 노래의 힘 

하림 대중음악가

 

월간참여사회 2020년 11월호 (통권 280호)

Ⓒ사진글방 장은혜 

 

“광염(狂焰)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마라.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가슴을 울리는 노래 <그 쇳물 쓰지 마라>는 시인 ‘제페토’가 2010년 충남 당진 용광로 사고를 추모한 시에 하림이 멜로디를 덧붙인 곡이다. 시는 마음에서 마음을 타고 넘어와 하나의 노래 운동으로 부활했다. 당진의 한 철강회사 용광로에 떨어져 세상을 떠난 20대 청년 노동자가 한 가정을 든든하게 책임진 30대 노동자가 됐을 시간인 2020년, 우리 일터는 그때보다 안전한가.

 

9월 7일 시작한 ‘#그쇳물쓰지마라 함께 노래하기 챌린지’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국회 통과를 염원하는 목소리로 사회 각계가 연대에 동참했다.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아들 김용균 씨를 산업재해 사고로 잃은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을 시작으로 다양한 시민들이 노래 부르기 챌린지에 한 달여 동참했다. 김 이사장이 제안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국회 국민동의 청원도 이 물결에 힘입어 10만 명을 돌파, 입법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 10월 19일, 가수 하림을 서울 금천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그 쇳물 쓰지 마라>의 진짜 주인은 도움이 필요한 수많은 노동자들”이라고 강조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프로젝트퀘스천’과 함께한 당진 용광로 사고 10주기 기억 프로젝트 #그쇳물쓰지마라 함께 노래하기 챌린지가 화제였다. 어떻게 지켜봤나?

‘아! 노래가 히트하면 이런 기분이구나.’ 이런 느낌? 속된 말로 하면 일주일 만에 떴다.(웃음) 나는 음악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지, 시장에서 환영받는 사람은 아니었다. 내 노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출국>, <위로>도 역주행해 인기를 얻은 곡들이다. 일주일 만에 노래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죄를 짓지 않으면 나오기 힘든 사회 분야 뉴스에도 나오고, 기사가 메인뉴스 시간대에 보도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알게 됐다. 어렴풋이나마 입소문으로 SNS에서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음악’의 실체를 직접 목격한 느낌이랄까? 

 

우리는 음악을 연주하면 그 후에는 사라지는 개념으로 생각하곤 한다. 또 음악을 곧 ‘시장’이라고 받아들인다. 비유하면 이번 노래는 시장에 내놓은 과일이 아닌 야생에서 스스로 잘 자란 나무 열매다. 음악가로서 음악을 그 자체로 느끼게 된 계기가 됐다. 앞으로 음악 활동에도 큰 자양분이 될 것 같다.

 

챌린지를 기획하고 참여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프로젝트퀘스천에서 당진 사고 10주기이니 음원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만나보자고는 했다. 사실 거절할 생각이 더 컸다. 작곡은 우리에게는 ‘일’이고, 또 그쪽 제안이 쉬운 작업은 아니었으니까. 내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누구를 섭외해볼까 고민하셔서 ‘그러지 마시고 일단 제가 노래를 만들어는 드릴 테니…’라고 뜻을 전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일상에서 풀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고 했다. 업무 중 오토바이를 타다가 다친 사람들, 감정 노동자인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과 그의 가족, 그들 정도는 공감할 거라고 예상했다. 가사를 펴놓고 노래를 이리저리 불렀다. 음악 공부하듯 많이 불러보며 두 달 정도 하니까 대충 노래 윤곽이 나오더라. 

 

그 사이 (2016년 지하철 스크린도어 외주업체 소속 청년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한) 구의역도 한번 가봤다. 곡을 SNS에 올리고 3일 지났을까. 안타까운 한 산재 사고가 터졌고, 노래를 더 알리고 퍼뜨려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그러던 중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이슈가 되면서 노래가 공유되고 이를 뮤지션들이 퍼 나르면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내 SNS는 산재 기사와 콘텐츠로 도배가 됐고.(웃음) 챌린지 기간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회 국민동의 청원도 이뤄졌는데 그제야 조금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팬들이 피곤해할 수도 있으니까.

 

구의역에 가서 느낀 감정도 궁금하다. 

우리 같은 예술인은 평생 죽을 때까지 비정규직으로 산다. 내 문제이자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걸 재확인하는 계기였다. 예술인복지재단에서 예술인 복지와 재해 문제 논의에 참여한 적 있다. 공연장에서 무대 준비하다가 떨어져 다리를 다치면 그것도 산업재해다. 우리가 흔히 겪는 일이 산업재해임을 인식시키는 일들을 그곳에서 했다. 공연을 가다가 발생한 교통사고가 산업재해일 수 있는데, 많은 예술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그게 산재라는 걸 모르고 있는 거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 같이 과로에 시달리고 다친다. 산재는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나마 최근 사람들이 다치거나 사람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갑질이 옳지 않다는 사회의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예술인으로서 산재 사고에 여러 영감도 받았을 것 같다.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사람들이 음악을 즐겁게 즐길 때 얼마나 행복한지 잘 안다. 구의역에서 바라본 사람들은 대부분 회사원들, 지친 사람들이었다. 누군가는 술을 거하게 먹고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쓸쓸한 풍경의 도시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다치고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번 챌린지는 하나의 캠페인이기도 하다. 예술가들이 시간을 쪼개며 서두르다 교통사고가 나면 온전히 내 잘못이 아니라 빡빡한 일정을 짠 사람들과 예술가들을 배려하지 않는 이들의 잘못이지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위험한 일을 시키면 ‘위험해서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거부하겠다는 말들도 이어졌으면 좋겠다. 산재 문제에 별 관심이 없던 내가 ‘무대 안전’을 고민하고, 동료 뮤지션들의 무리한 스케줄로 인한 사고를 고민하게 됐다면, 이 노래를 접하는 누군가도 비슷한 걱정과 고민을 하지 않을까? 그런 기대가 있다.

 

월간참여사회 2020년 11월호 (통권 280호)

Ⓒ사진글방 장은혜 

 

하림의 바람은 소박했지만 중요했다. 그는 “쌀가마 같은 무거운 물품은 이제 더 이상 택배로 시키지 않게 됐다”고 했다. 4인승 차에 동료 뮤지션 5명이 타려는 걸 만류했다거나 뮤직비디오를 촬영 시 무리하게 지붕 올라가는 걸 막고 주변의 사다리를 찾았다는 그의 일상에서 그가 산재 문제를 남의 일이 아닌 내 일로, 그만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누군가는 사고를 당하는 이들에게 ‘먹고 살려고 스스로 일 많이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우리 사회 구조 문제를 한 개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음식이 빨리 배달되지 않으면 벌점을 준다든지 하는 마케팅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길에서 사고가 나고 다치는지….”

 

기억에 남는 챌린지 영상이 있다면?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 영상이다. 추석 때 내려가지 못하신 분들의 챌린지였다. 한 분이 전을 부치시면서 부르시는데 전을 태울까 전전긍긍하며 노래를 부르셨다. 그분을 보면서 먹고 사는 게 정말 중요한 문제이고, 이를 비루한 문제로 만들어버리는 시각이 정말 나쁜 거구나, 이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먹고 사는 것만큼은 건들지 말자. 먹고 사는 걸로 사람들을 비참하게 만들면, 인간의 자존감은 무너지기 때문에. 

 

또 자녀 교육용으로 챌린지에 참여하신 분들도 인상 깊었다. 후배 예술가들 참여도 정말 고마웠다. 본인들 생활도 바쁠 텐데 이런 운동에 마음 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본인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들은 그걸 감수하고 이야기를 알리려 했다. ‘나만 관심 있는 건 아니었구나’ 일깨워준 그들을 더 믿게 됐다.

 

월간참여사회 2020년 11월호 (통권 280호)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의 #그쇳물쓰지마라 함께부르기 챌린지 영상 화면 갈무리 

 

하림을 좋아하는 팬 가운데, 이번 챌린지가 불편한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안 봤는데 오늘부터 팬 안 할랍니다.’ 이런 분들도 있었다. 사회 이슈를 노래에 녹이는 건, 사랑과 낭만만 이야기하길 바라는 일부 소비자 분들에게 불편을 드리는 일일 수 있다.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TV를 보고 음악을 듣는 경우도 있으니까. 또 과거 정부가 예술가들을 탄압한 기억 때문에 ‘너무 열심히 하지는 마’라고 애정 담긴 말씀을 해주는 분들도 있다. 사실 내가 했던 일 가운데 10분의 1도 오픈하지 않았다.(웃음) 나를 ‘소셜테이너’라고 분류하기도 하는데 프레임 아닐까 싶다. 예술가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고민하게 된다.

 

챌린지 기간 중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10만 국회 청원도 진행됐다. SNS 등에서 청원참여 독려를 했는데?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줄까봐 적극 알리진 못했다. 참여 음악가에게 감사 댓글을 다는 정도로 독려했다. 후방에서 사람들 마음을 달래는 게 좋겠다 싶어 소극적이었는데, 청원이 느는 속도가 생각보다 더뎠다. 많은 사람들이 실망할 수 있겠다 싶었다. 국회 법 통과까지는 오랜 절차가 필요하니 그걸 넘어설 수 있는 동력이 청원밖에 없겠다고 봤다. 그런데 어느 순간 청원이 9만 명을 넘어섰다. 챌린지가 사람들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서일까?(웃음) 가수가 아무리 노래를 잘하고 잘 만든다고 한들, 대중이 어디서 터질지, 어디에 공감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중들은 무엇에 공감했을까? 본인이 내린 결론이 궁금하다. 

반복되는 산재에 그러려니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없진 않다. 그러나 이번 챌린지를 통해 ‘너도 그랬어?’라는 질문이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됐고, 나의 일이라는 공감대가 커졌던 것 같다. 연대는 외롭지 않다는 걸 인식하게 한다. 나도 일원이 됐다는 뿌듯함도 준다. ‘함께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주는 힘 아니었을까.

 

박근혜 탄핵 집회에서의 민중가요 등에서 알 수 있듯, 함께 하는 노래는 대중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젊은 사람들에게 ‘민중가요’, 즉 정의로운 목소리를 대변하는 노래는 많이 잊혀졌을 수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노래들이 계속 나와야 한다. 조약돌 던지듯이 말이다. 20년 음악을 하면서 느낀 건, 세상의 어떤 것도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고, 노래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이야기가 마음을 울리는 노래로 창작되면 그 어떤 광고나 홍보 수단보다 마음에 박히는 힘을 갖는다. 

우리 사회에서 관심이 필요한 이슈를 끄집어내고 노래로 만드는 일은 요즘 시대에선 예술가 의무 가운데 하나다. 우리 주변에 숨어있는 문제와 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카르텔에 조약돌과 짱돌을 던지는 역할이다. 한 명, 두 명, 세 명 계속 던져서, 비록 그 벽이 부서지지 않더라도 계속 돌은 던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게 노래의 힘이다. 그 목소리들이 합해졌을 때 우리 사회에선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일어났다. 음악가로서 그런 꿈과 희망을 갖고 있다.

 

월간참여사회 2020년 11월호 (통권 280호)

10월 21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 기념관 앞, 가수 하림이 지나가는 시민들과 함께 <그 쇳물 쓰지 마라>를 부르고 있다

 

챌린지와 관련해 하림에게 남은 역할이 있다면?

이 노래를 던진 것으로 모든 일을 다 한 것 같다.(웃음) 이제 이 음악이 어떻게 소비되는지 관리해야 한다. 혹시 이상한 사람들이 이 노래 가사를 바꿔 악용하지 않는지, 선거 캠프 노래로 쓰겠다고 하진 않는지.(웃음)

 

이전부터 음악으로 사회참여를 많이 했다. 세월호 추모 무대에도 올랐다. ‘기타포아프리카’, ‘국경없는 음악회’, ‘도하프로젝트’ 등 직접 기획한 공연들도 많다.

음악가들 마음속에 보편적으로 있는 자세다. 본디 음악가들은 관찰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의 사랑을 관찰하거나 어린 시절 추억 같은, 사람의 구석구석을 관찰한다. 음악은 사람·세상과 소통하는 도구다. 음악가들 마음속에 사랑과 인정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런 음악가들이 사회적 이슈들을 마음껏 소리내기 불편하다는 게 오히려 비정상적이다. 아프리카, 환자, 이주노동자 등은 내 시선이 닿는 곳이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 기타를 전달하는 프로젝트 ‘기타포아프리카Guitar for Africa’도 아프리카 노예사 등 월드 뮤직을 하면서 얻게 된 음악사적 지식이 영향을 미친 결과였다. 자원을 뺏기고 전쟁에 휘말리는 등 많이 고생한 지역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도 이들에게 음악을 빼앗아온 게 아닐까 하는 미안함이 있었다. 나는 아프리카에 무엇을 줘야 할까 고민하다가 기타를 주면 어떨까,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가수 나훈아는 “언제 내려와야 할지 마이크를 놔야 할지 그 시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웃음) 하림의 음악은 언제까지일까?

올해 45세다. 예술가가 예술 활동을 그만둘 순 없다. 내게 찾아온 영감이나 재능이 사라질 때까지는 예술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은퇴라는 건 호기심을 거두겠다는 의미로 본다. 예술가 아닌 다른 인생도 살아봐야 할 것 아닌가? 실제 그런 생각도 했다. 호기심을 거둘 때가 아니냐는. 무대에서 노래하고 공연하는 것이 음악으로 세상을 돕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음악은 사람 본능 깊숙이 자리잡고 있고 이것으로 사람들 감정을 바꿀 만한 일이 너무 많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사람들이 국경없는음악회를 통해 음악으로 치유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있으면 ‘내가 음악이라는 걸 너무 좁게 봤구나’ 되돌아보게 된다.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여러 재미있는 일들이 아직 많다고 생각한다. 최근 친구들에게 ‘평생 음악 할란다’고 말한 적 있다.(웃음)

 

코로나19로 공연시장과 음악계가 위축돼 있다. 주변 음악가들 상황은 어떤가?

음악가 중에 대리운전이나 쿠팡맨하는 친구들도 있다. 물어보면 ‘괜찮아요. 재밌어요’라고 말하지만 매우 힘든 시기일 것이다. 무대에 서는 사람들이 무대를 잃으면 자존감이 사라진다. 무대에 서지 않아 관객 박수를 받지 못하면, 우울해지고 주변 사람들도 힘들어진다. 정부 등 위쪽에서는 상담센터 지원 등 행정으로서의 해결책을 꺼내지만, 음악가들이 보는 세상은 훨씬 더 섬세하다.

 

코로나 직격탄이 떨어진 문화예술기획 분야를 어떻게 연착륙 시킬지 고민해야 한다. 위에서는 ‘비대면 공연 활성화’, ‘공연계 지원금 지급’ 등을 제시하지만 그보다 앞으로의 음악 시장은 순수한 형태의 시장, 즉 로컬로 돌아갈 것이다. 모여서 우리끼리 음악하고, 우리끼리 책 읽고 서로의 마음을 챙겨주는, 무대 장벽이 낮은 로컬 음악으로의 회귀다. 실제 로컬 음악가들은 비교적 타격 없이 활동하고 있다.

 

하림은 어떤 음악가로 남고 싶나? 

‘참 쟤 오래도 한다’ 이런 말을 듣고 싶다.(웃음) 오래 음악 해야겠다는 생각을 올해 처음 하게 됐다. 대중음악가는 대중을 대변해 노래를 부르다가 본인도 대중으로 녹아 사라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대중음악 스타’가 탄생한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음악시장이 거대해진 시기는 30년이 채 안 된다. 이전의 음악가들은 역사 속에서 이름 한 줄 정도만 남기고 사라졌다. 

 

대중음악가들이 괴로운 이유는 어떻게든 남으려고 해서다. 락스타, 팝스타가 최고 영예라는 꿈을 꿔왔기 때문에 더 괴로운 것이다. 돈 버는 것과 내 직업 존재 이유를 일치시키는 건 위험하다. 대중음악 종착지는 스타가 아니다. 대중과 함께 있다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쇳물 쓰지 마라>도 수많은 도움이 필요한 노동자들이 주인인 곡이다. 
 

 


글. 김도연 <미디어오늘> 기자

사진. 사진글방 장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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