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08월 2001-08-01   593

호주제는 여성과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악법입니다

호주제폐지운동 홍보대사된 방송인 백지연

“제가 호주제 폐지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호주제가 악법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태도는 단호했다. 지난 7월 1일 최병모 변호사와 함께 한국여성단체연합의 호주제 폐지 홍보대사로 임명된 방송인 백지연 씨. 아직 유림 등 보수적인 남성들의 호주제 폐지 반대 목소리가 거센데 다소 망설여지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특유의 똑부러지는 말투로 답했다.

“대중의 지지와 공감을 필요로 하는 방송인이기 때문에 위험한 결정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 절반의 대중을 잃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서게 됐습니다.”

백씨가 ‘호주제는 악법’이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호주제의 모순을 직접 겪고 있기 때문. 이혼 후 백씨는 호적을 독립해 일가창립을 했다. 현재 아이를 키우고 있고, 앞으로 아이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도 어머니인 백씨지만, 그는 아들과 법적으로 동거인에 불과하다.

“이혼과 재혼이 점점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호주제는 현실에 맞지 않는 법입니다. 많은 재혼 가정에서 아이들이 아버지와 성(姓)이 달라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들을 사망신고하고 다시 출생신고를 한다고 합니다. 멀쩡히 살아있는 아이의 사망신고를 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또 그 아이에게는 얼마나 상처가 되겠습니까?”

백씨는 또한 “많은 이들이 호주제를 마치 남녀간의 대립적인 문제로 잘못 인식한다”면서 “이는 기본적 인간의 존엄성과 연관된 문제라는 사실을 교육하고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아직은 반대의 목소리도 높지만 백씨는 호주제가 폐지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도 우리 사회에 건전한 상식이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 이제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일어서야 한다”며 “그 일에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백씨는 이런 건전한 다수의 목소리를 모아내기 위한 전제로서 시민단체가 “자신들에 대한 기대와 책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언론사 세무조사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도덕성 해이’가 정말 심각하다고 느꼈습니다. 정부·신문·방송·검찰·국세청·정치권 등이 죽기살기로 싸우면서 모두 남의 탓만 하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단체들이 국민들의 신뢰를 업고 이런 역할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백씨는 사람들이 시민단체에 거는 기대는 ‘우리를 위해 일하려는 순수함’에 기인한다며 “시민단체는 자신들의 리더십이 시민들의 신뢰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전홍기혜 사이버참여연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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