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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10월
  • 2019.10.01
  • 1680

여는글

남을 가두면 내가 갇힌다   

 

평소 친밀하게 지내는 세속의 지인은 요즘 하루하루 속이 편안하지 않다. 가게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언제 풀릴지 당분간 전망도 밝지는 않다. 원래도 3.1절과 8.15 광복절에는 판매가 약간 주춤했지만 그건 그런대로 신경이 조금 쓰일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지인은 근심에 앞서 화가 난다. 장사가 잘 안되는 이유가 경제적 상황 때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로의 문자를 보냈더니 ‘아베도 문재인도 다 싫다’고 한다. 지인은 일본 브랜드 제품인 ‘아식스’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정치라는 고래 싸움에 한일 두 나라의 순박한 새우들이 숨을 헐떡이고 있다.   

 

지금 한국, 일본, 중국, 홍콩 등 동북아시아가 갈등과 대립으로 다투고 있다. 지금은 일단락되었지만 ‘홍콩 송환법’ 문제로 홍콩 시민과 홍콩 정부, 중국이 충돌했다. 알다시피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지 않는 나라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다는 이 법안은, 자칫하면 중국의 체제에 반대하는 인사나 인권운동가들을 중국 본토에 인도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하여 거센 저항을 받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한 조치와 한국 정부의 대응, 그리고 민간에서 펼쳐진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두 나라의 관계도 여전히 불편하다. 아베의 치졸한 조치에는 ‘인권’에 대한 무지와 기만이 보인다. 이는 박근혜정부 당시 굴욕적으로 합의하여 일본 정부가 출현한 10억 엔으로 세운 화해치유재단을 한국 정부가 해산한 것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청구권이 살아있다는 취지의 지난 대법원 판결에 대해 경제적 보복을 취한 셈이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 대한 독일 정부의 지속적인 참회와 평화수호 의지와는 비교할 것도 없이,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과 인권감수성은 평화와 상생을 지향하는 인류공동체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생명은 평화를 지향할 때 생명이다. 평화는 차별 없이, 배제 없이 함께 살아갈 때 평화다. 그래서 ‘생명’이라는 말은 평화와 상생의 도움을 받아야만 존재하고 약동할 수 있는 유기체이다. 그러나 평화와 상생의 의미망을 가진 생명체들의 모둠인 인류사회의 역사를 살펴보자. 평화의 역사였다고 말하기 저어된다. 동서고금 전쟁의 횟수와 그에 죽임당한 숫자를 헤아려 본다면 차라리 전쟁이 없는 시대와 전쟁이 있는 시대로 구분해야 옳을지도 모른다.   

 

사람과 사람이 다투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저마다 다른 생각과 가치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다툼 또한 생명의 특성이고 약동이다. 이른바 국제사회도 결국 사람들이 모여 사는 모둠이기 때문에 충돌과 다툼이 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툼에도 명분이 있고 교양이 있어야 한다. 무엇 때문에 다투고, 어떻게 다투고, 다툼 이후에 우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늘 숙고해야 할 것이다.

 

화이부동和而不同. 요즘 한국, 일본, 중국, 홍콩 등의 동북아 정세를 볼 때 떠오르는 말이다. 함께하면서[和], 각자의 개별성을 지킨다[不同]는 뜻이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옮기면 다음과 같다.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이 구절에 대해 많은 이들이 대개 이렇게 해석한다. “군자는 사람들과 화합하지만 부화뇌동하지는 않고, 소인은 부화뇌동하지만 화합하지 못한다” 지극히 주관적, 감정적, 문화적 분위기로 읽힌다. 그러나 신영복 선생의 해석은 다르다. “군자는 다양성을 인정하고[和] 지배하려고 하지 않으며[不同], 소인은 지배하려고 하고[同] 공존하지 못한다[不和]” 나는 후자의 해석을 전적으로 따른다. 

 

‘동同’은, 동일성이라는 명분 아래 다른 것들을 차별하고 배제하면서 자기중심적으로 모여들기를 바라는 세계관이다. 국가와 민족이라는 이름 아래 애국의 이념과 감정의 과잉, 단 하나의 기준에 의거하여 다양성과 다름을 무시하는 무지는, 바로 ‘동’의 오류이다. 그렇다면 ‘화’의 의미와 지향은 무엇인가? 바로 개별성을 존중하는 것, 곧 개별이 개별일 수 있는 특성과 차이를 인정하면서 ‘함께하는’ 가치이고 문화이다.

 

동아시아는 전통적으로 유학의 이념이 생활의 밑바닥까지 스며들어왔다. 유교는 ‘관계’를 아름답게 하자는 이념이자 문화였다. 아름다운 관계가 바로 ‘화’이다. ‘화’는 울타리를 넘나드는 일이다. ‘동’은 울타리에 가두고, 갇히는 일이다. 이제 아시아는 ‘화’의 의미와 지향을 새기고 ‘국가’라는 울타리에 다른 것들을 가두려 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남을 가두면 내가 갇힌다. 이 뻔한 사실! 

 

 

 

※ 바로잡습니다

지난 호(2019년 9월호) <여는글>에서 ‘유부’에 대한 한자표기와 주석이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의 줄임말’인 ‘유부有部’로 잘못 기재되어 ‘중국 황제 때 명의’를 가리키는 ‘유부兪跗’로 바로잡습니다.

 


글. 법인스님 참여연대 전 공동대표, 「참여사회」 편집위원장 

16세인 중학교 3학년 때 광주 향림사에서 천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대흥사 수련원장을 맡아 ‘새벽숲길’이라는 주말 수련회를 시작하면서 오늘날 템플스테이의 기반을 마련했다.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과 <불교신문> 주필, 조계종 교육부장을 지냈으며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지리산 실상사에서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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