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5년 06월 2015-06-01   561

[읽자] 질문에 답변하는 우리의 자세

 

질문에 답변하는 
우리들의 자세

 

글. 박태근 알라딘 인문 MD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궁금한 게 생기면, 더 알고 싶은 게 있다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까? 어릴 때는 부모에게 물어봤을 테고 학교에서는 교사나 친구를 찾았을 테지만, 아마도 요즘에는 세대를 막론하고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답을 찾지 않을까 싶다. 한도 끝도 없을 정도로 많은 정보가 모인 데다 질문을 완성하지 않고 관련 키워드만 넣어도 이미 같은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이 여러 개 나오니, 편리와 효율 면에서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다. 그런데 정보 확인을 넘어선 물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마찬가지 방법으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참여사회 2015년 6월호

 ‘아무것’도 ‘무엇’인가요? / 틱낫한 지음 / 이숲

참여사회 2015년 6월호

어른을 일깨우는 아이들의 위대한 질문 / 제마 엘윈 해리스 엮음 / 부키

 

정답보다 해답이 중요한 질문
정보를 원하는 질문이지만, 정보로 답할 수 없는 질문이 있다. 왜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는 걸까요? 누가 진정한 친구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저와 많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앞선 질문은 여섯 살 아이들이 틱낫한 스님에게 던진 질문이다. 『‘아무것’도 ‘무엇’인가요?』에는 이처럼 짧지만 마음에서 우러난 좋은 질문 서른한 개와 이에 대한 틱낫한 스님의 진지하고 명쾌한 답변이 나온다. 이런 질문을 만나면 어른 역시 아이와 같은 마음이 된다. 확실한 답을 갖지 못한 데다, 여전히 삶에서 답을 찾아 헤매는 물음이기 때문이다. 틱낫한 스님 역시 아이와 어른이 모두 하나로 이어졌다며, 아이들과 이야기 나눌 때에는 나이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어른을 일깨우는 아이들의 위대한 질문』은 두 살 배기 아들과 조카들에게 끊임없는 질문 세례를 받던 저자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열 곳의 아이들 수천 명에게 가장 궁금한 것을 물어 질문을 정리하고, 알랭 드 보통, 리처드 도킨스, 노엄 촘스키 등 각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에게 답변을 구해 한데 모은 책이다. 앞선 책처럼 정보로 답할 수 없는 질문도 있지만, 태양은 왜 그렇게 뜨거운지, 무지개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동물들은 왜 우리처럼 말을 못하는 지처럼 대다수 어른이 확실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정보를 묻는 질문도 적지 않다. 답변자로 나선 이들은 어른이 잊고 지낸 지식을 갈무리하는 동시에, 왜 이 질문이 중요한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더 생각해볼 점은 무엇인지를 함께 전한다. 질문이 있어야 답변이 가능하듯, 질문은 답변보다 크고 넓다. 아이들과 함께 두 권의 책을 넘겨보면서 아이와 나의 연결 고리, 아이와 나의 공감 지대를 발견하기 바란다.

 

참여사회 2015년 6월호

위험한 과학책 / 랜들 먼로 지음 / 시공사

 

참여사회 2015년 6월호

지승호, 더 인터뷰 / 지승호 지음 / 비아북

 

질문으로 대화를 나누는 방법
그런가 하면 질문보다 큰 답변도 있다. 미국 최고의 사이언스 웹툰 xkcd의 작가 랜들 먼로의 『위험한 과학책』은 웃자고 던진 질문에 정색하고 답하는 방식으로 과학의 맛과 멋을 함께 전한다. 지구인 모두가 한 곳에서 동시에 점프를 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지구인 모두가 달의 한 지점에 레이저포인터를 쏜다면 어떻게 될지, 바다에 구멍이 나거나 지구가 자전을 멈추면 인류는 어떻게 될지. 이 책은 실제로 벌어지지 않을 게 분명한 이런 일들이 실제로 벌어졌을 때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과학 지식을 근거로 밝혀낸다. 예를 들어 투수가 정말 ‘광속구’를 던진다면, 타자는 빛만큼 빠른 공을 보는 동시에 배트를 휘둘러야 하는데, 배트를 휘두르는 속도가 빛보다 훨씬 느리니 당연히 공을 칠 수 없다. 게다가 공이 빛의 속도에 이르면 공 표면의 원자와 공기 원자가 충돌하기 시작해 엄청난 폭풍이 발생하고, 공기와의 충돌로 공은 거의 다 갉아 먹힌 상태가 되니, 타자와 배트, 포수는 모두 분해되어 홈플레이트 뒤편 그물 사이로 빠져나간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런 끔찍한 설명 다음에 메이저리그 야구 규칙을 설명하며 이런 경우 ‘몸에 맞는 공’으로 타자는 1루까지 진출할 수 있다는 웃음도 더한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시작한 질문에 진담 하나 반에 농담 반을 더해 두 배로 돌려주는 답변이라니, 읽으면 읽을수록 이득이 커지는 책이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한 사람과 주고받는 질문과 답변도 살펴보자.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의 인터뷰집 『지승호, 더 인터뷰』는 그간 수백 명을 인터뷰하고 수십 권의 책으로 펴낸 저자가 최근 진행한 인터뷰 가운데 인터뷰의 특징을 잘 드러낸 대화를 가려 모은 결과다. 한국 사회에서 유독 인터뷰는 들어가는 공에 비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가십을 다루는 지면에서 자주 쓰이는 방식이다 보니 기록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데다, 말하는 이가 주인공이다 보니 인터뷰를 준비하고 묻는 인터뷰어는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인터뷰는 질문이 없으면 성립할 수 없고, 질문이 무엇이냐에 따라 말하는 이가 답할 내용이 규정된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질문이 중요한 대화다. 어쩌면 인터뷰는 현실에서 가장 자주 마주하는 질문과 답변의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15년 동안 인터뷰로만 40여 권의 책을 펴낸 저자가 자신에게 의미가 있고, 인터뷰이들도 만족한 인터뷰였다고 자신하는 일곱 편의 인터뷰에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방식, 질문으로 답변을 끌어내는 방법,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기술을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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