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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4월
  • 2019.04.01
  • 207

동해에서
봄을 만나다

 

월간참여사회 2019년 4월호 (통권 264호)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정지인

 

추위와 미세먼지를 헤치고 살살 봄이 오고 있다. 봄은 동네 화단의 꽃봉오리를 터트린 매화꽃으로, 쌀쌀한 바람결에 슬며시 묻어오는 따뜻한 기운으로 다가오고 있다. 가벼워진 사람들의 옷차림에서도 봄은 느껴진다. 마치 처음 맞는 듯 봄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대지를 포근히 감싸는 봄의 기운과 넉넉함에서 기지개를 켜고 다시 시작해보자는 희망의 메시지가 묻어나기 때문인가. 새봄에는 그저 마음이 밝아지고 용기가 생기고 희망도 커지는 기분이다. 

 

그러니 나를 충전해주는 봄의 기운을 넉넉히 받기 위해 집 밖을 나서지 않을 수 없다. 겨우내 마음까지 어둡게 했던 미세먼지 때문에 봄에도 여전히 발걸음을 주춤하게 되지만 그래도 생명력 넘치는 봄 에너지를 포기하긴 아쉬우니까.

 

동해의 신비한 탄생을 품고 있는 강릉 정동 바다부채길

봄에는 푸르고 큰 바다가 마음을 열어주는 동해로 떠나보자. 봄기운이 팍팍 느껴지는 시원한 바다가 기다리는 곳이다. 적당히 몸을 움직이며 바다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로, 강릉 정동심곡 바다부채길과 속초 외옹치 바다향기로를 소개한다. 두 곳 모두 군부대 해안경비로 출입이 막혀있었다가 최근에야 일반인의 접근이 가능해진 바닷가 도보길이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바다를 바로 옆에 두고 걷는 해안절벽길로, 날 것 그대로 바다의 광활함과 시원함, 파도 소리가 오감을 깨운다. 게다가 이곳에는 동해 탄생의 비밀이 깃든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해안단구가 있어 천연기념물 437호로 지정됐다. 해안단구란 해안가에 형성된 계단 모양의 언덕을 말하는데, 정동진 해안단구는 2천 3백만 년 전 지각변동으로 일본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 동해가 생기고 한반도 지형이 생겨났음을 알려주는 현장이다. 아름다운 바다풍광에 지질학적 의미까지 더해지니 흥미롭다. 

 

바다부채길은 정동진 썬크루즈 주차장부터 심곡항까지 2.8km로 탐방로가 이어진다. 느긋하게 1시간 30분 정도 가벼운 산책코스로 걷기에 적당하다. 걷는 내내 부채바위와 투구바위 등 기묘한 암석들과 푸른 바다, 거칠게 부서지는 흰 파도가 마음에 싱그러움과 푸르름을 더해줄 것이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근처에 함께 들러볼 만한 곳으로는 정동진역과 모래시계공원, 아름다운 바닷가 드라이브코스인 헌화로 등이 있다. 오래전 방영한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해진 정동진역은 전국에서도 바다와 가장 가깝게 위치한 기차역이다.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기차역 풍광이 여행 감성을 자극하는 곳이다. 

 

정동진은 서울 광화문을 기준으로 정 동쪽에 위치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동진역에서 바라보는 하얀 모래사장, 하늘과 맞닿은 푸른 바다는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그리움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가장 가까운 도로로 알려진 헌화로는 금진항에서 심곡항을 잇는 해안도로로, 차로 달리며 바다를 한눈에 담아보기 좋은 코스다.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 일반인에게 열리기 전에는 헌화로를 직접 걷는 도보여행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보다 가깝게 바다를 느낄 수 있는 바다부채길에 사람들이 몰리는 편이다.

 

바다의 일을 하는 파도를 만날 수 있는 곳, 외옹치 바다향기로 

1970년 무장공비 침투사건으로 해안경계가 강화되면서 일반인들의 출입이 차단됐던 속초 외옹치해안이 최근 ‘외옹치 바다향기로’란 예쁜 이름으로 시민들 곁에 돌아왔다. 외옹치항에서부터 속초해변까지 1.7km 남짓의 길지 않은 바닷길 구간으로 그동안 막혀있던 바다의 속살을 만나볼 수 있다. 

 

여전히 무장공비 침투사건의 현장임을 일깨워 주는 경계 철책이 남아 있고, 출입이 막혀있는 동안 조용히 바닷가를 지켜온 기암절벽과 해당화, 키 큰 해송들이 그간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기암괴석으로 이어진 흙길과 데크길을 지나면 속초해변으로 이어진다. 하얀 모래사장을 벗 삼아 울창한 해송숲을 걷는 것도 좋다. 끝없이 펼쳐지는 망망대해를 그저 바라봐도 좋고, 울창한 소나무숲 벤치에서 여유를 부려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탐방로가 유순하고 편해 가족들과 함께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코스다. 근처에 대포항이나 외옹치항이 붙어 있어 들러서 장을 보거나 식사하는 것도 추천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저마다의 바다 분위기가 독특해 관광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동해와 서해가 다르고 또 남해가 색다르다. 다른 특성만큼 분위기가 다르고 놀 거리와 즐길 거리가 다양하니 더욱 풍성한 바다여행이 가능하다. 

 

내가 느끼는 동해의 매력을 꼽자면, 크고 푸른 바다가 가슴을 뻥 뚫어주는 시원함, 그리고 넘실대는 파도를 보는 재미가 아닌가 싶다. 하얀 모래사장으로 달려와 하얗게 부서지는 힘찬 파도를 보고 있으면 여러 마음이 절로 든다. 위로를 받기도 하고 나를 성찰하게도 된다. 바다의 일을 하는 파도를 바라보며 나를 돌아보는 여유와 쉼을 느낄 수 있는 곳, 동해로 떠나보는 게 어떠신가.  

 

월간참여사회 2019년 4월호 (통권 264호)

속초 외옹치 바다향기로 ©정지인

 


글. 정지인 여행카페 운영자

전직 참여연대 간사. 지금은 여행카페 운영자가 되었다. 매이지 않을 만큼 조금 일하고 적게 버는 대신 자유가 많은 삶을 지향한다. 지친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여행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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