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12월 1999-12-01   516

외국 시민운동가 4인 E-mail 연쇄 인터뷰

세계의 시민운동가들은 21세기 전세계 시민사회의 발전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영국·독일·프랑스·일본·말레이시아·필리핀·태국 등 전세계 21개 단체의 활동가들에게 E-mail인터뷰 질의서를 보냈다. 그러나 대다수는 바빠서 곤란하다는 메시지를 보내왔고, 오로지 4군데에서만 답변을 해줬다. 답변한 네명의 인터뷰 전문을 싣는다.

John Feffer 미국 AFSC 동북아연대 담당

"21세기 아젠다는 시민참여"

AFSC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미국친우봉사회(AFSC, 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는 퀘이커재단 소속으로 사회정의, 평화, 인도적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그 바탕에는 퀘이커의 형제애 정신, 즉 모든 인간은 존엄하며, 인류애를 통해 폭력과 불의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AFSC는 1917년 당시 1차대전의 민간인 희생자들에 대한 구호사업을 위해 설립됐고 미국 외에도 아프리카, 아시아, 중부유럽, 라틴아메리카, 중동 등지에 지부를 두고 활동하고 있다. AFSC의 동아시아 프로그램은 한반도와 그 주변지역에서의 대화의 장 확대와 평화기반 구축에 그 초점을 두고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인도적 대북 지원사업과 의료, 농업분야 등에서의 북미 양국간 민간교류 프로그램, 남한에서의 갈등·분쟁해결 훈련 프로그램, 여성운동그룹 지원사업, 그리고 ASEM 2000을 겨냥한 아시아-유럽 평화운동세력간의 교류협력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p>? 중점 사업은 무엇인가?

“지난 30년간 AFSC는 인도적 지원사업에 중점을 두어왔고, 그러한 사업의 성과에 힘입어 1947년 영국 퀘이커재단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인도적 지원사업은 AFSC 활동의 일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특히 AFSC 동아시아 지부의 주된 사업은 지역내 평화기반 구축과 한반도 통일, 북미관계 개선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아시아 평화기반 구축과 한반도 통일, 북미관계 개선을 목표로 하는 운동의 취지와 목적은 뭔가?

“동아시아 지역에 있어 남북한의 분단상태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도 핵심적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정세 속에서 그간의 북미관계 또한 갈등의 연속이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양국간의 지속적 교류와 접촉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생각이다. 이런 취지하에 AFSC는 민간교류 차원에서 인도적 대북 지원사업과 농업협력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농업협력의 경우 현재 3곳의 협동농장과 연계하여 비료, 종자 및 기타 필요한 물자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의 이런 협력사업은 북한 식량난 완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최근 AFSC와 한국 민간단체들은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이 갈등·분쟁의 해결기법 훈련을 통해 우리는 남한 사회내의 다양한 갈등양상(개인적 차원의 갈등에서부터 국가적 차원의 갈등에 이르기까지)들에 대한 평화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또한 2000년 아셈(ASEM)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냉전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아시아의 문제를 전세계에 집중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데에 착안, 평화와 안보의 문제를 아셈(ASEM)에서 부각시키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에 있다. 마지막으로 여성운동그룹들에 대한 지원사업은 한국 및 아시아 지역의 여성운동이 인권과 경제정의, 민주화를 위해 지속적인 투쟁을 전개해온 데 대한 지지임과 동시에 성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끊임없는 투쟁에 대한 지지라고 할 수 있다.”

AFSC의 향후 사업계획은 무엇인가?

“우리는 다가오는 21세기가 동아시아 지역에서 냉전을 종식시키고, 한반도의 남북통일을 실현하는 평화의 세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이런 희망이 현실로 다가온다 하더라도, 한반도와 그 주변지역에서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들은 여전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성이나 다른 소수집단에 대한 차별문제만해도 아직은 그 해결이 요원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예에서도 우리는 유고 내전과 동유럽 전체를 휩쓴 경제위기, 집시들에 대한 고질적인 차별, 터키 이민자들의 문제 등등 냉전종식과 독일통일 이후에도 끝없이 산재한 갈등의 양상들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AFSC는 21세기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가?

“21세기가 밝고 희망찬 세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연자원이나 식량, 영토를 놓고 더 많은 갈등과 분쟁이 벌어질 지도 모르며, 지금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빈익빈 부익부도 더욱 심화될 것이다. 환경문제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며, 무기생산과 거래, 사용도 증가하게 될 것이며, 사람들은 정치에 희망을 거는 대신 대중매체나 대량소비, 오락거리에서 위안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러나 21세기가 반드시 이럴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AFSC는 그동안 전세계의 수많은 단체들과 교류하면서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대안들을 모색하는 많은 개인, 집단을 만나왔고, 그들로부터 희망을 보았다. 아마도 20세기는 폭력과 극단의 마지막 세기로 우리의 기억에 남게 될 지도 모른다. 우리가 역사로부터 배운 잘못을 되풀이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21세기를 이렇게 전망하는 이유와 배경설명을 부탁한다.

“신문을 볼 때마다 나는 비관적이 된다. 그러나 한국, 일본, 중국의 활동가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비관은 낙관으로 변한다. ‘마음은 비관주의자일지라도 영혼은 낙관주의자’라는 말이 이럴 때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다. 21세기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세계의 악에 대해 눈감아서도 안되겠지만,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대해 비관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21세기 AFSC의 비전을 밝혀달라.

“ASEM에 한정해 얘기하는 게 좋겠다. 한반도는 전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된 지역 중 하나이다. 남북한의 끝없는 군비경쟁 때문이다. 이렇게 사용되는 군사비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든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무기 구입에 지출되는 비용 때문에 식량이나 보건, 교육에 필요한 비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아시아와 유럽의 몇몇 민간단체들이 유럽-아시아간의 무기거래 감시활동에 나섰다. 사업의 결과는 내년 2월 서울에서 열릴 ASEM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인데, 이 사업을 통해 무기거래 반대운동을 더욱 확산시키고, 정치권에 대한 압력을 효과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무기거래가 전쟁과 사회불안의 유일한 원인인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그러나 21세기를 평화의 세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전쟁으로부터 이득을 얻는 군수산업에 대한 도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21세기 민중의 아젠다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젠다에 우선 순위를 정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오염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환경문제가 가장 중요할테고, 굶주리는 사람들에게는 식량문제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운동이나 투쟁이든, 가장 큰 장애요인은 바로 사람들의 무관심이 아닐까 한다. 활동가들은 항상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이 문제에 동참하게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지만, 가끔 보면 활동가들은 아주 제한된 몇 가지 방법들에만 계속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 비추어 보면 21세기에 필요한 아젠다는 바로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을 참여시키고, 그들의 무관심을 없앨 수 있을까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Tim Connor 호주 국제지역사회지원단 나이키감시캠페인담당

"대안언론매체가 전세계민중을 지킬 것"

CAA에 대한 소개를 해달라.

“나는 사진속 맨 왼쪽에 피켓들고 있는 이상하게 생긴 사람이고, 국제지역사회지원단(Community Aid Abroad)은 호주에 있는 시민단체다. CAA에서 나는 나이키감시 캠페인을 맡고 있고 웹사이트주소는 www.caa.org.au/campaigns/nike이다. 나이키감시 캠페인단은 호주의 각 도시에 위치한 자원봉사자들의 그룹으로, 나이키 하청공장에서의 노동권 침해, 노동착취를 감시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CAA는 국제 옥스팜(OXFAM International)의 호주지부 역할도 함께 맡고 있는 해외 원조기관이며 여기서도 캠페인 활동을 하고 있다.?p>? CAA의 중점 사업은 무엇인가.

“내가 하는 일에 한정하여 얘기하면 주요 사업은 나이키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들에 대한 감시활동이지만, 그 외에 리복, 아디다스 감시활동도 하고 있다. 국제지역봉사단은 하는 일이 너무 많아 다 쓸 수 없을 정도이다.”

나이키감시 캠페인을 벌이는 이유와 목적은 무엇인가?

“기업감시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각 산업분야에서 최고의 지명도와 규모를 자랑하는 다국적기업을 하나 선택해서, 그 기업 산하 공장들에서의 노동착취 문제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만약 그 기업을 변화시키는데 성공한다면, 다른 기업들을 설득하는데 훨씬 유리한 입지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스포츠웨어·스포츠용품·운동화 방면에서 세계 1위의 기업인 나이키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향후 사업계획을 말해준다면?

“어떤 기업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대단히 오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 캠페인이 1∼2년 정도의 단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면, 기업들은 변할 필요도 없이 그냥 1∼2년 꾹 참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이 운동이 언제까지고 지속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기업들은 우리를 두려워한다. 올해로 나이키 캠페인이 시작된 지 8년째가 되는데, 다국적기업 나이키는 이제야 우리 운동이 마냥 기다리면 끝날 운동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가고 있는 참이다.”

당신과 CAA가 생각하는 21세기 전망과 비전, 21세기 민중의 아젠다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이키 캠페인에 몸담고 있는 우리들은 ‘21세기의 비전’ 같은 것에 대해 특별히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해야 옳을 것 같다. 물론 세계는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변하는 것은 수단일 뿐 우리 운동의 원칙은 현재의 세기나 다음 세기나 그대로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아젠다는 민주화의 확대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주로 고민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라는 영역에서 볼 때, 이것은 민주노조운동을 억압하는 세력에 맞서는 국제적인 연대세력의 형성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이는 민주주의의 원칙들,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사법권의 독립, 언론의 민주적 기능 회복 등을 위한 싸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특히 언론의 민주적 기능 회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사실 오늘날 전세계의 언론은 소수의 대기업들에 의해 점점 장악되고, 통제되어 가고 있다. 이는 결국 전세계 민중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예를 들어 환경이나 인권, 정의의 문제들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접할 수 없게 됨을 의미한다.

우리는 정부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신문이나 라디오, TV 방송국(영국의 BBC나 호주의 ABC 같은 언론), 그리고 『참여사회』처럼 대안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매체들을 더 많이 필요로 한다. 또한 우리는 대기업 소유의 언론매체들이 그들의 광고주나 주주들만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체제들을 만들어가야 한다. 인터넷과 이메일도 대안적 아이디어들의 교류를 위해 보다 많이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생각하고 믿는대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단체의 경우,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이것은 비록 우리가 함께 캠페인을 하고 있더라도 반대의견이나 동의할 수 없는 의견이 얼마든지 있음을 서로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세세한 부분에 있어서까지 완벽히 의견일치를 본다든가, 항상 합의된 전략만을 사용하고 예외는 있을 수 없는 그런 운동을 원하지는 않는다. 다만, 서로 다른 의견을 들어줄 수 있는 여유,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할 수 있는 자세,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표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뿐이다.”

Peter 미국 식량과 개발정책연구소(일명 Food First 소장)

"21세기 중심화두는 역시 인권이어야 한다"

Food First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식량과 개발정책 연구소(The Institute for Food & Development Policy)─Food First로 많이 알려져 있는 단체─는 ‘식량은 곧 인권’이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전세계의 빈곤과 기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기관이다. 우리는 연구단체로서의 성격과 액션단체로서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민간단체이다.”

장윤선(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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