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11월 2011-11-04   1556

경제, 알면 보인다-선거공학이 빚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

선거공학이 빚는 부동산 시장의 불안

 

제윤경 (주)에듀머니 대표

선거란 모름지기 정책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하면서 냉정하고 객관적인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에게 성장과 발전 동력에 대해 올바른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욕망을 자극해 득표에 유리하도록 얄팍한 정치 구호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총선 때의 뉴타운 바람이다. 총선에 출마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들마다 지역의 재개발에 대한 선심성 공약을 남발했다. 당시는 부동산 투기 바람이 한창인 때였다. 사람들의 투기 바람을 설득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 시킬 방안을 내놓아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투기심리에 기대 득표에 열을 올린 후보들이 선거판을 주도했다.

  당시에는 세입자들은 대규모 개발이 이뤄질 경우 살고 있던 터전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가옥주들 조차 막연한 시세차익에 대한 환상을 가졌을 뿐 개발에 따른 추가 부담금이 폭탄이 되어 돌아오리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재테크와 내집마련 열풍이 한창인 상황에서 2002년 은평, 길음, 왕십리 3개 지구가 시범 뉴타운 지구로 지정되면서 해당 지역의 사업지구 지정만으로도 집값이 폭등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가만히 앉은 자리에서 로또에 당첨되듯 부자가 되었다는 성공 신화로 뉴타운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따라서 뉴타운 지구 지정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열망은 맹목적인 것일 수 밖에 없었다.

  정치인들은 지역 주민들의 집으로 인한 대박 수익에 대한 환상, 소문, 맹목적인 기대심을 정치적 기반 확장에 적극 이용했다. 너도 나도 뉴타운 지구 지정을 약속했고 2002년 처음 시범지구가 지정된 이후 불과 3년 만에 뉴타운 지구 22곳과 ‘균형발전촉진지구‘ 8곳이 추가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현재는 35개 지구와 241개의 구역이 뉴타운 지구로 지정되었다. 면적으로 보면 약 816만평으로 여의도 면적의 9배에 달한다.
 
전세난, 주민갈등, 원주민 축출.. 뉴타운 선거바람이 낳는 사회악

 
그렇게 뉴타운 재개발 선심성 공약은 지역에서 힘 있는 정치 권력에 유리하게 작용했고 야당마저 선심성 공약을 따라하다가 선거를 주도하지 못하고 참패하는 결과를 맞았다. 뉴타운 선거바람이 한참 지난 현재 그 뉴타운 공약의 남발에 따른 무분별한 재개발로 대규모 주택멸실이 이뤄졌다. 그로인해 2009년부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이 극심한 전세난에 허덕이게 되었다.

  내집마련 열풍이 불었지만 2005년에 비해 자가점유율(자기 소유의 주택에 자기가 사는 비율)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2005년 44.6%이었던 자가점유율이 2010년에는 3.5%나 더 낮은 41.1%으로 떨어진 것이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계층이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심에 부동산 매입을 많이 했고 그에 따라 서민들의 주거 공급은 상황이 더 나빠졌음을 의미한다.

  현재는 서울 수도권 전역이 대규모 재개발에 따른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원주민들이 쫓겨나고 세입자들은 전세난 속에서 월세입자로 전락하면서 삶의 질은 후퇴했다.  가옥주들조차 입주에 따른 추가 부담금이 몇 억씩 발생하자 사기를 당했다며 이제와서 뉴타운 재개발 전면 취소를 주장하기도 한다. 여기저기 관련한 소송이 한 둘이 아니다. 그 결과 뉴타운 지역의 13%만이 착공했고 178개 구역은 조합 설립 단계에서 멈춰있다. 더 비극적인 사실은 추가 부담금이 없어 빚더미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철 오로지 득표에 대한 정치적 계산만을 위해 사람들의 투기욕구를 자극한 개발 공약 때문이다.

  다시 선거철이다. 한나라당은 뉴타운으로 재미를 뫘던 학습효과 때문인지 또 다시 재건축 허용 연한 완화를 내걸었다. 아파트를 재건축할 수 있는 물량이 한꺼번에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3년 마다 재건축 허용을 분산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공약대로 재건축 허용 연한이 완화된다면 자칫 재건축 물량이 한꺼번에 쏠려 또 다시 대규모 주택 멸실이 이뤄지거나  막연한 기대심으로 투기 분위기가 조성될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해당 지역의 표심은 이 공약을 반기는 분위기다. 다른 지역의 대규모 개발에 따른 비극을 냉정하게 접하고 있지 못한 탓이다. 물론 주택이 노후되고 내진설계도 안 되어 불안한 심정에 재건축 허용연한 완화에 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남아있는 관성의 힘, 개발이 시세를 올린다는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표심의 본질이다. 그리고 한나라당은 뉴타운 지역 내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소송에 시달리며 극단적인 경우 자살을 선택하기도 하는 지독한 현실을 마주하고서도 당장의 손쉬운 표심겨냥 전략을 이용한다. 지난 주민투표 당시 무상급식을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던 모습을 떠올리면 어처구니가 없다.

  주거 환경 개선과 기반시설 확충과 같은 도시 재정비 계획은 신중하게 과정을 밟아야 한다. 개발에 따른 비용을 모든 이해관계자가 투명하게 공유하고 사회적 합의 하에 비용 분담을 결정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그 어떤 것보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을 요하는 일이 선거판에서 득표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쉽게 내던져지는 비극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공약이 발표된 후 벌써 몇 몇 경제지는 선거 결과에 따른 부동산 시장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것만 봐도 이미 나경원 후보의 개발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선거에서 대규모 토건 개발 공약 자체를 선거법에 의해 제지할 수 없는 것일까. 합리적인 판단을 흐리고 더불어 선거 이후 무리한 공약 이행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선거법에 그러한 내용을 담는 것이 무리가 아닐 듯 하다. 물론 그런 선거법까지 고민해야 하는 지금의 대한민국 현실, 저속한 정치인들이 짜증을 유발한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