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03월 2020-03-01   1015

[통인뉴스] 호르무즈 파병 무엇이 문제인가

호르무즈 파병 무엇이 문제인가 

위헌적이고 명분 없는 파병, 지금이라도 철회해야

 

글. 이영아 평화군축센터 간사 

 

 

지난 2월 19일 참여연대로 한 통의 공문이 도착했습니다. 지난 1월 21일 청해부대 작전 지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호르무즈 해협 ‘독자 파병’을 결정한 국방부 면담 신청에 대한 회신이었습니다. 국방부는 참여연대 면담 요청을 거절하며 아래와 같이 덧붙였습니다.    

 

“우리 정부는 현 중동 정세를 감안하여,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 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 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청해부대 파견지역은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아라비아/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확대되며, 우리 군 지휘하에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를 위한 독자적인 임무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청해부대가 확대된 파견지역에서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더라도 필요한 경우에는 IMSC(국제해양안보구상, International Maritime Security Construct)와 협력할 예정이며, 정보 공유 등 제반 협조를 위해 청해부대 소속 장교 2명을 IMSC 본부에 연락장교로 파견할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청해부대는 동 해역에서 우리 국민·선박 보호와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는 등 임무를 충실하게 이행할 것입니다.” 

 

국회 동의권 침해한 명백한 위헌 행위

그러나 정부의 이번 파병 결정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미국과 이란이 정치·군사적으로 최악의 갈등 관계에 있는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병은 미국에 대한 일방적인 지지로 비칠 수 있습니다.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 대변인이 정부의 파병 결정 직후,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사전에 통보했으나 미국의 모험주의에 동조하는 것은 오랜 양국 관계에 맞지 않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고 밝힌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둘째, 정부는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라는 것 이외에 우리 선박에 어떤 구체적인 위협이 있고, 누가 위협을 가하고 있는지 전혀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국적의 선박에 대한 그 어떠한 구체적인 위험도 보고된 적이 없으며, 이란이 한국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이나 조치를 취한 적도 없습니다. 오히려 이란 정부는 한국 정부에 중립국으로서의 위치를 지켜달라고 당부해왔습니다. 정부가 파악한 호르무즈 해협의 ‘위협’이 과연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셋째, 국회 동의 없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은 명백한 위법 행위입니다. 우리 헌법은 국군의 해외 파견에 관한 한 반드시 국회 동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청해부대와는 그 목적과 임무, 지역 자체가 전혀 다른 새로운 파병으로 반드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청해부대 파병 연장 당시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까지 작전 지역으로 국회 동의를 받았다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청해부대 파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근거하고 있는데 결의안은 소말리아 해적 퇴치를 위한 활동에 한해서만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유사시’라는 말만 붙이면 청해부대가 전 세계 어디서든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동의 받은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개인 파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헌법 60조는 개인과 부대를 포함한 국군 모두를 규율하고 있습니다. 국회는 그동안 국회 동의 없는 개인 파견의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해왔습니다. 국회 동의도 거치지 않은 채 새로운 파병을 함부로 추진하는 것은 명백한 위헌 행위입니다. 

 

호르무즈

2020년 1월 18일, 미국 대사관 앞. 미국의 이란에 대한 전쟁행위 규탄·파병 반대 평화행동 ‘No War on IRAN’

 

호르무즈 파병 결정이 오히려 위험 높여

애초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갈등은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핵 합의 파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후보 시절부터 이란 핵 합의를 문제 삼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유럽연합(EU) 등 국제기구들이 이란이 합의를 성실히 이행해왔다는 점을 수차례 검증을 통해 확인했음에도 이란이 몰래 핵무기를 제조한다고 비난하며 2018년 일방적으로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하고 제재를 복원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핵 합의 파기와 유엔 결의 없는 제재, 국제법을 위반한 사령관 암살과 군사행동, 유엔 결의 없는 다국적군의 구성과 침략적 군사행동에 한국 정부가 동의하는 것으로 비쳐 오히려 한국 국민과 선박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으며, 해당 지역의 군사적 갈등에 연루되거나 긴장 고조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해왔습니다. 이러한 평화적 해결 원칙은 한반도뿐 아니라 지역 곳곳의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변함없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평화를 호소하려 한다면, 지금이라도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결정을 철회하고 미국과 이란의 갈등 해결과 핵 합의 복원을 위한 외교적인 노력에 집중해야 합니다. 

 

호르무즈2

2020년 1일 22일, 청와대 분수대 앞. 호르무즈 파병 규탄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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