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마음방역과 사회방역

월간참여사회 2021년 1-2월호 (통권 282호)

 

2020년 1월 20일, 국내 코로나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지 꼬박 1년. 그리고 다시 불어닥친 코로나19 대유행. 지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 피로감도 더해간다. 그럼에도 일 년이 지났고, 그럼에도 초기의 예측불가능 수준보다 아주 조금이나마 예측 가능해졌으며,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지속되어야 한다. 지난 1년,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 삶의 방식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돌아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지속하기 위해 개인이 일상에서 견지해야 할 자세와 태도를 살핀다. 

 

 

 

마음방역과 사회방역  

글. 김현수 명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서울시 COVID19 심리지원단장 

 

 

심리방역의 핵심은 시민들이 불안과 공포에 적절히 대응하도록 돕는 것이다. 과도한 불안과 공포는 감염 시기, 혼란스런 행동이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이어져 오히려 감염을 확산시키거나 방역에 비협조적인 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이언티스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등 유력한 잡지들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장기화 되는 상황에서 과부하overload 상황을 견디게 하는 힘의 가장 마지막 요소로 강조한 부분은 긍정적 보호막, 부정적 기운을 버텨내는 심리적 태도라고 했다. 이런 긍정적 기운을 유지하면서 코로나 대유형의 시기를 대처해나가는 것은, 이 상황을 견디게 할뿐 아니라 우리를 성장시킬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 : 

코로나블루와 코로나19로 인한 여러 정서적 어려움 

과거 코로나19 같은 팬데믹 상황이나 지역 감염이 지나간 뒤 심리사회적 후유증 혹은 정신적 후유증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다. 감염병 상황에서 우울과 자살, 여러 정서적 어려움이 다가오는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다. 

 

우선 현실적 어려움에 뒤따르는 정서적 어려움이다. 거리두기, 봉쇄 등으로 인하여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치고, 이 경제적인 어려움은 정서적 어려움을 만든다. 수입이 줄고, 직장을 잃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연쇄적 여파들이다. 졸업식, 입학식이 열리지 않고, 신입사원을 위한 면접도 열리지 않고, 신입사원에게 필요한 어학시험도 열리지 않는 등 사회적 중단이 주는 심리적 효과, 경제적 효과, 문화적 효과들의 영향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누적되어 그 여파는 중첩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중 ‘네 번째 파도’라고 불리는 것이 바로 심리적 파도이고 이것이 사회적으로 대규모의 우울과 무기력, 자살 등 문제를 가져온다. 

 

또 하나는 사회적 거리두기, 봉쇄 그 자체에서 기인하는 다양한 영향들이다. 우리가 지겹게 들어온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연결된 동물이다’, ‘초연결’, ‘연결’ 등이 어렵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제 대면 연결은 어렵고, 비대면 연결만이 가능한 시기를 일정 시간 견뎌야 한다. 설령 만남이 가능하다 해도, (우스갯소리지만) ‘키스’는 금지되는 시대다. ‘마스크 위로 키스’만 가능한 웃픈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러한 거리감이 인간의 존재감을 희미하게 만든다.

 

그보다 더한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 봉쇄로 인해 수급이 끊기고 굶주림이 늘고, 독거노인들이 더 외로움에 빠져서 자살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는 이미 스페인 독감 때도 겪었던 일이며, 홍콩에서 사스가 유행했을 때도 실제 노인자살률은 대폭 늘었다. 캐나다에서 사스가 유행할 당시 청년들의 자해, 자살이 늘었는데 감염병 재난 속에 가장 먼저 해고된 연령이 바로 청년층이었기 때문이다. 감염재난 등으로 인해 사회가 어려워질 경우 적어도 1년 이상 청년이 해고되지 않도록 해고유예제를 시행하고, 그 기간 동안 국가가 이들을 지원한다면 수많은 청년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정부가 많다. 우리는 이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로 인한 장기간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한 사회서비스의 중단, 의료서비스의 중단으로 발생하는 취약계층이 겪는 괴로움, 외로움, 분노, 증오들이다. 2020년 상반기, 상당 서비스가 중단되고, 단절되었다가 하반기에 들면서 일정 부분 비대면 서비스 등 여러 방식으로 다서비스가 연계되거나 회복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와 공백이 발견된다. 워낙 개선되어야할 문제가 많은 공공돌봄 체계의 문제는 코로나 이후에도 전면적인 개편과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아동, 중증장애인(자페성 장애인 포함)에 대한 돌봄의 공백 문제는 바로 논의를 해야 한다. 이들에게 서비스의 중단은 때로는 자살과 직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 상황에서 보고된 자살 사건들 중 간병 부담 사건이 적지 않았다. 돌봄과 간병의 부담은 살인-자살murder-suicide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코로나 확대경 

: 코로나19는 우리 마음도, 우리 사회도 비추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찾기 위해 우리는 확대경을 보듯이 우리 자신을 보게 되었다” 프랑스 철학자 장 뤽 낭시는 이 한 마디로 많은 사람들에게 통찰을 주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심리적 방역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다음은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사회적 방역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코로나 여파에서의 온갖 상실을 회복시켜주는 사회적 연대와 포용 그리고 사회적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감염 방역은 잘 하고 있는데 감염 이후 여파에 대한 사회적 방역이 부실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격려하고 온기를 북돋는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태까지 참고 잘 하라고 해서 했는데 이게 뭐야” 라는 심정이 커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미 코로나는 우리 사회 다양한 영역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굶주리는 아이, 죽어가는 장애아의 어머니, 중증 장애아를 살해한 부모, 택배 과로사 노동자, 재벌을 옹호하는 여당 국회의원들, 바이러스는 무관한 듯 살아가는 수많은 부자들. “정말로 감염만 걱정하는 것은 부자들이지요. 우리는 감염도 걱정하지만 생계를 더 걱정해요. 그것은 우리 목숨이거든요.” 

 

독일의 베스트셀러 《잘못된 경고 False Alarm: The Truth about the Epidemic of Fear》에서는 ‘봉쇄’ 조치로 인한 여파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그렇게 보면 지나친 감염 걱정은 일종의 엘리트 패닉Elite Panic ❶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마 이렇게 해서 온갖 중소 가게들이 문을 닫으면 몇몇 대기업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요식업계가 재편될지 모른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있고,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고 있다. 회사들은 위기관리를 명목으로 구조조정을 하거나 젊은이들을 더 뽑지 않으며, 월급쟁이 공무원 및 관료들은 살림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20~30만 명의 젊은이들 구직을 포기한 채 지내고 있는데, 사회는 그들의 게으름과 부족한 헝그리 정신과 태도를 탓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떤 확대경 노릇을 했는가. 지난 1년, 당신은 무엇이 가장 힘들었고, 혹은 힘들지 않았는가. 코로나19 유행에 사람들은 내외적으로 큰 심리적 변화를 겪었으며, 또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파악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사회의 심리적 공포는 무엇이 될 것인가. 더욱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시민들은 각자 묻고 있고 또 사회에 묻고 있다.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이 사회방역과 심리방역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❶  리베카 솔닛이 그의 저서 《이 폐허를 응시하라》에서 언급한 것으로, 엘리트 집단으로 대표되는 정부와 관료조직이 재난 앞에서 스스로 혼란 속에 빠져드는 것을 말함 

 

 

월간참여사회 2021년 1-2월호 (통권 282호)

 

 

특집 코로나19와 ‘나’

1. 마음방역과 사회방역 김현수 

2. 끝나지 않을 마스크의 사물 정치 김상민

3. 어떤 불평등 : 우선순위에 밀려난 삶 김정우

4. 코로나 시대의 ‘시민성’ 사유하기 정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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