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1년 04월 2021-04-01   2367

[특집] 후쿠시마, 10년째 이어지는 악몽

월간참여사회 2021년 4월호 (통권 284호)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한 지 10년. 지난 10년 간 ‘탈핵’은 왜, 시민의 관심에서 멀어졌나? 올해 초 보수진영이 ‘월성1호기 조기 폐쇄’를 정쟁화한 이유와 보수언론의 끝없는 원전 가짜뉴스 전략,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이후 ‘탈원전’에서 ‘에너지전환’으로 노선을 갈아탄 문재인 정부와 그 과정에서 부침을 겪고 있는 국내 탈핵운동의 현주소까지, ‘아주 정치적’인 의제로서 탈핵을 바라본다. 

이번 특집에서는 한국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본 후쿠시마 현지 탈핵운동가이자 피폭에 의한 소아갑상선암을 연구해온 후세 사치히코布施幸彦 후쿠시마공동진료소 원장이 지난 10년간의 후쿠시마 건강피해 현황과 ‘극복’프레임으로 원전 재가동 및 오염수 해양방류를 추진하고 있는 일본의 정치 상황에 대해 특별 기고를 함께 실었다. 

 

 

 

후쿠시마, 10년째 이어지는 악몽

글. 후세 사치히코布施幸彦 후쿠시마 공동진료소 원장

번역. 강혜정

 

 

동일본대지진과 3기의 원자로에서 핵연료 노심 용융meltdown이 일어난 세계 최대급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이다. 10년의 세월에도 끝난 것은 아무것도 없고 문제는 오히려 쌓여가기만 한다. 100년에서 300년이 걸린다는 폐로 작업, 재폭발 가능성을 안고 위험한 폐로 작업을 진행 중인 원전 주변에 주민을 귀환시키는 문제, “연간 피폭량 20밀리시버트mSv 이하는 안전”하다는 근거 없는 기준에 따른 ‘강제귀환’, 작년에 예정됐던 도쿄올림픽 개최에 맞추려한 JR조반선常磐線의 전면개통, 주민귀환이 거의 진전을 보이지 않자 ‘귀환곤란구역’에 제염도 하지 않은 채 피난지시를 해제한 조치, 후쿠시마현 밖에서 현내의 피난지시지역으로 이주해오는 사람에게는 최대 200만 엔을 지원하면서 현 밖의 피난주택에서 강제퇴거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현이 친족까지 동원해 위협을 가하고 있다. 

 

부흥청 통계에 따르면 지금도 약 3만 명이 후쿠시마현 밖으로 피난 중이고, 현 내에서의 피난자도 약 7,500명이 있다. 귀환을 아예 포기한 사람이나, 정부와 후쿠시마현의 ‘피난자’ 산정 대상에서 제외돼버린 사람 등까지 합하면 10만 명 이상이 고향에서 쫓겨나있다. 많은 후쿠시마 현민들이 다양한 소송을 제기해 싸우고 있지만, 정부와 도쿄전력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재판 투쟁은 장기화하고 있다. 향후 100년은 지속될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어린이 소아갑상선암이 다량 발생하고 있고, 그 외에도 여러가지 건강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지난 10년간의 후쿠시마 현실이다. 

 

방사능으로 인한 소아갑상선암의 다량 발생

피폭에 따른 가장 큰 건강피해는 소아갑상선암의 다량발생이다. 지난 3월 9일, 유엔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 는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로 인한 주민의 건강 피해는 없다”, “어린이 갑상선암 증가는 고성능 초음파 검사에 따른 것이며 과잉 진단이다”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진짜라 믿는 후쿠시마 현민은 많지 않다. 이유는 다음 네 가지다. 

 

첫째, 공간방사선량과 소아갑상선암 발견율의 상관관계 때문이다. 2011년 4월 당시 후쿠시마현의 공간방사선량 지도를 보면, 방사선량은 ‘원전 주변의 피난지시구역 등 13개 기초지자체(시정촌) > 후쿠시마시, 고리야마郡山시가 소재한 나카도리中通り > 이와키いわき시 등이 소재한 하마도리浜通り > 아이즈会津 지방’ 순으로 높았다. 그런데 공표된 소아갑상선암의 발견율은 연간 10만 명에 대하여 ‘피난지시구역 등 13개 기초지자체(시정촌) 21.4명 > 나카도리 13.4명 > 하마도리 9.9명 > 아이즈 지방 7.7명’으로 공간방사선량의 크기와 정비례하고 있다. 

 

둘째, 갑상선암의 남녀 비율이다. 본래 갑상선암은 여성에게 많이 발병하는 암으로 남녀 비율이 1대3 정도다. 그런데 후쿠시마현에서 소아갑상선암으로 공표된 252명 중 남자는 97명, 여자 155명으로 1대1.5 비율로,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마찬가지로 남녀 비율이 작게 나타났다. 

 

셋째, 아오모리青森현 지역의 소아암 등록 결과와의 비교를 들 수 있다. 아오모리현은 롯카쇼무라 핵연료재처리공장의 시험운전으로 잦은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현 의사회 등의 요구로 2000년부터 18세 미만의 아동 21만 5,600명을 대상으로 소아암 등록조사를 실시해왔다. 이후 15년간 실시된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소아암이 454건 발생했지만 갑상선암은 0건이었다. 연인원 수 약 315만 명 중 소아갑상선암이 0명이었다. 그런데 후쿠시마 현의 경우, 연 인원 약 330만 명 중 소아갑상선암이 213명 발생했다. 후쿠시마 현과 아오모리 현에서 암 발견 방법이 달랐기 때문에 단순비교가 어렵긴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아갑상선암 발생률이 후쿠시마 현 외에는 100만 명 중 1명 이하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과잉진단’으로 많이 발견됐을 뿐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넷째, 후쿠시마현립의과대학에서 다수의 소아갑상선암 수술을 맡은 스즈키 신이치鈴木眞一 교수의 발언이다. 그는 지난해 2월, 국제심포지엄에서 180건 수술증례에 대해 강연하면서, 수술 후 진단에서 림프절 전이가 138건(72%), 갑상선외 침윤이 84건(47%)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고, 6%가 재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를 체르노빌 벨라루스 사례와 비교해보면 종양의 평균 직경, 림프절 전이, 갑상선외 침윤, 폐 전이 등의 점에서 매우 비슷하다고도 보고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18세 이하 대상으로 현에서 실시한 갑상선 4차 검사에서 소아갑상선암으로 진단받은 27명 중 ‘기본조사 문진표’를 제출한 사람은 11명이었는데, 그 내역을 살펴보면 피폭 선량1mSv 미만이 2명(18.1%), 1~2mSv가 4명(36.3%), 2~5mSv가 5명(45.5%)이다. 현 전체의 조사결과인 1mSv 미만 62.2%, 1~2mSv31.6%, 2~5mSv 5.5%와 정반대의 선량 상관을 보인 것이다. 피폭 선량의 크기가 소아갑상선암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은 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셈이다. 

 

‘후쿠시마현민 건강조사 갑상선검사 평가부회’ 위원이자 갑상선 외과의사인 요시다 아키라吉田明는 “갑상선암을 그대로 방치하면 기관 출혈이 일어나 질식사하고, 경부 대동맥・대정맥으로 침윤이 일어나 큰 출혈을 일으킨다. 그런 일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벨라루스 공화국 국립갑상선암센터 소장을 지낸 데미치크 의사도 “소아갑상선암은 림프절 전이 확률이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했듯이 “과잉진단”론 등은 문제도 되지 않는다. 피폭에 의한 만발성挽発性 장애는 1945년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나가사키 등의 경험에서 볼 때 이제부터 본격적인 전개를 보일 것이다.

 

작년 7월 히로시마지방재판소는 원폭 투하 후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검은 비’를 맞아 건강 피해가 발생했는데도 ‘피폭자 건강수첩’ 교부를 인정받지 못했던 84명의 원고 전원을 피폭자로 인정하고, 수첩을 교부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내부피폭에 의한 건강 피해를 인정한 판결이어서, 원전사고에 따른 내부피폭으로 소아갑상선암을 비롯한 각종 건강 피해가 발생해 고통 받고 있는 후쿠시마 사람들에게 희소식이다.

 

그밖에 공표되지 않는 소아갑상선암의 수 

후쿠시마현의 지난 1월 15일자 발표에 따르면, 252명이 갑상선암으로 의심, 202명이 수술을 통해 암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한 사고 당시 0세와 2세였던 여아 2명이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사실도 발표됐다. 이들 252명 외에도 12명이 암 또는 의심 판정을 받았으며 11명이 수술을 통해 암으로 확정됐다. 현의 공식 발표 상으로는 252명(202명이 수술로 암으로 확정)이지만, 실제로는 264명(213명이 수술로 암으로 확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달리 말하면, 집계된 인원 외에 갑상선암으로 진단 받고 수술을 받은 아이들이 다수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왜 집계되지 않은 ‘암’이 있는 걸까?

 

이유는 이렇다. 후쿠시마현이 실시하는 검사의 초음파검사에서 종양이 발견되어 B판정 등을 받고 2차 검사에 넘겨져 곧바로 천자세포진 단계까지 간 후 ‘암 의심’을 진단 받은 사람은 집계 인원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2차 검사 단계에서 천자세포진은 필요 없다는 판단을 받았거나, 천자세포진 검사 결과 암이 아니었기 때문에 ‘경과 관찰(보험진료)’ 대상이 된 사람은 이후 ‘암 의심’ 진단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당국의 집계에서는 제외된 채 “보험진료를 받는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집계에 산정되지 않게되는 구조다. 이런 식으로 경과관찰 대상으로 넘어가 ‘갑상선암 예비군’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미 4,000명을 넘었으며, 이 중 몇 명이 암에 걸렸는지는 거의 공개되지 않고 있다.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계속 증가해 현재 약 123만 톤이 쌓여 있는 ALPS다핵종제거설비➍ 처리 오염수의 처분 방법에 대해서, 일본 정부는 원래 작년 10월 ‘해양방출안’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어업자들을 비롯해 후쿠시마 현민들의 압도적인 반대에 결정 시기를 늦추었다.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기시 히로시岸宏 회장은 “어업자의 총의로서 해양 방출에 절대 반대”를 표명했다. 후쿠시마 현내 지자체 70% 이상에 해당하는 46개 시정촌 의회에서는 해양방출 반대 또는 신중한 대응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와 의견서가 채택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12월 해양 방출을 명기한 기본방침의 원안은 작성해 두는 등 이미 해양방출 결론을 내려놓고 올가을까지 실시될 중의원 선거 이후 후쿠시마 앞바다로 해양방출을 발표할 것으로 예측된다. 

 

10년 만에 원전 재가동하려는 스가 정권

스가 정권은 동일본대지진 희생자를 기리며 매년 3월 11일 거행해온 추도식을 ‘10년째로 매듭’지어 올해로 중단하고, 내각의 기본방침에서 “지진재해로부터의 부흥”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문구를 삭제하는 동시에 탈탄소를 위해 “원전재가동”을 하겠다고 표명했다.

 

그러자 무라이 요시히로村井嘉浩 미야기현 지사는 오나가와女川원전의 재가동을 인정했고, 원자력규제위원회는 가시와자키가리와柏崎刈羽 원전 7호기가 재가동 신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또한 홋카이도 수쓰寿都정과 가모메나이神恵内촌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최종처분장 유치 희망을 밝혔다.

 

스가 정권은 “코로나를 극복한 증거로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선언 아래 후쿠시마를 버리고 원전 재가동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올해는 후쿠시마뿐 아니라 일본에도 커다란 전환의 해가 될 것이다. 

 

➊ UNSCEAR, United Nations Scientific Committee on the Effects of Atomic Radiation

➋ 방사선이나 엑스선의 에너지 양 

➌ 조직 검사의 일종 

➍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정화 설비

 

 

후쿠시마 원전사고 10주기 특집 ‘아주 정치적인 탈핵’

1. 후쿠시마, 10년째 이어지는 악몽 후세 사치히코

2. 보수진영은 왜 ‘월성1호기’를 겨냥했나 공시형

3. 정부의 탈원전 정책, 어디로 증발했나? 김현우

4. 국내 탈핵운동의 부침과 과제 이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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