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9월 2006-09-01   822

희망을 나눈 작은 만남

“너 친북좌파지?’ 내가 지인들로부터 가끔 듣는 말인데 참 재밌는 질문이다. 나는 머리가 나빠서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는 특이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친북좌파’와 같은 이상한 ‘딱지붙이기’는 나에게 더 이상 아무런 말을 못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가끔 집에 와서 혼자 생각해 봤다.

무엇이 ‘친북’일까? 나는 김정일의 독재정권이 싫다. 하지만 북한의 주민들은 좋다. 그들도 나와 같이 평화를 사랑할 것이고 통일을 염원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옛날 박정희의 독재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김정일의 독재정권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라 생각한다.

무엇이 ‘좌파’일까? 나는 적어도 노무현 정권이 좌파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선 불만이 많은 사람이다. 이참에 솔직히 고백해야겠다. 나는 ‘보수’라는 말도 잘 모른다. 분명히 내 생각엔 그들이 수구인 것 같은데 그들 스스로 자꾸 보수라고 하니 말이다. 암튼 모를 일이다. 김정일을 좋아하지도 않고 노무현 정부의 정책에 반대를 많이 하는 내가 친북좌파라니 머리가 복잡해진다.

언제나 그랬듯이 요즘 세상도 시끄럽다.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으로부터 환수하는 것이 우리의 안보에 그토록 위험이 되는 것일까? 한미FTA는 지금당장 체결하지 않으면 안 될 중요한 문제이고 우리에게 달콤한 이익만을 남겨줄 것인가? 평택미군기지 이전문제를 둘러싼 정부의 해결방법은 정말 평화적이었나? 그 유명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가설이 진실임을 입증한 법조비리 문제는 왜 자꾸 반복되는 것일까? 왜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쟁을 일으켜 무고한 시민들을 살해하고도 뻔뻔하게 정의를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은 남의 나라만의 문제인가? 어느 것 하나 쉽게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정치권과 소위 주류언론에서는 이상한 말들이 오고 간다. 문제의 본질은 없고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하게 ‘딱지붙이기’ 작업이 계속된다. 마치 ‘친북좌파’라는 말을 사용해서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갔던 것처럼, 그들만의 작업은 계속된다. 상식적인 이해를 위해 사전을 찾아보고, 책을 읽고, 강연회도 다녀보면서 뭔가 이해가 될 듯 하면, 정치권과 소위 주류언론에서는 다시 다른 이야기로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하지만 결론을 내렸다. ‘내 이해력엔 별문제가 없다! 세상이 뭔가 이상한 것이다!’

‘세상이 뭔가 이상하다’고 결론을 내린 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한 가지는 최악을 가정하고 그런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 확신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희망이 있다고 믿고 그러한 변화를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하여 도움을 주는 것이다. 난 후자를 선택했다. 내가 참여연대의 회원이 되기로 결심한 것은 자원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친구의 영향도 있었지만, 세상이 뭔가 잘못되어 있다고 비판만 하면서 정작 그것을 바꾸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나의 불성실함에 대한 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왜냐하면, 들은 이야기이지만, 참여연대 간사들 이름을 구글에서 검색해 보면 ‘친북좌파’로 딱지가 붙여졌다고 한다. 나로서는 너무나 다행이다. 이상한 일이지만, 이들 중에도 김정일을 찬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노무현 정권에 대해 비판도 많이 하는 사람들이다.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란 것이다. 확신하건대 이들은 옳은 일을 하고 있다. 바로 이런 사람들과 희망을 나누고 작은 힘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

현재 참여연대 회원이 1만 명 정도라고 한다. 요즘엔 회원 증가율이 옛날보다는 많이 낮아졌고 탈퇴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 점만은 희망적이다. 무엇보다도 드디어 내가 신입회원 한마당에 참여했다는 것이고, 더군다나 신입회원이 둘 더 있었다는 것이다. 다음 번에도 분명 하나씩 둘씩 함께 할 것이고, 동시에 우리사회도 조금씩 투명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변해갈 것임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7월 신입회원명단 (39명)

강명철 강상훈 곽중철 김미영 김병옥 김수범 김용덕 김윤식 김정식 김태연 김형래 김홍빈 동관우 류이군 박동욱 박정미 백준기 서장교 석상열 송하동 양은정 양현아 오진욱 이병권 이성수 이영란 이영복 이정대 이창근 이창식 임봉자 조선희 최칠규 최혜성 한광수 허명욱 호인석 홍세진 ywcac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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