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8년 12월 2018-12-02   1788

[특집] 진보, 보수의 오남용

특집 2_가짜보수 진짜보수

진보, 보수의
오남용

글. 고승우 전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

 

 

국보법이라는 틀 속의 보수, 진보

한국에서는 진보, 좌파라는 단어에 대한 이미지는 보수, 우파에 비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보수, 우파라는 단어는 안전지대에서 보호받는 것이 보장된다는 고정관념이 지배적이다. 우파는 아무데서나 ‘나 보수요, 우파요’라고 큰 소리를 칠 정도다. 체제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큰 공감대 속에서 안도감과 상당한 정도의 우월감을 느끼는 그런 태도다. 

 

그러나 진보, 좌파, 종북 이라는 단어는 비우호적이거나 반사회적, 반체제적이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이들 단어에서 주류사회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그래서 사회에서 걱정스런 눈초리를 보내는 그런 존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좌파는 현실 속에서 우파가 겪지 않아도 되는 유무형의 불이익을 감수하거나 강요당한다. 

 

대소 선거에서 그렇듯이 우파는 진보, 좌파, 종북을 한 데 묶어서 말이 되건 안 되건 간에 비판하고 공격한다. 이 세 단어가 각각 차이가 있을 법하지만 그것을 구분하지 않는다. 싸잡아서 비판하는데 그것은 북에 동조하거나 남한 체제에 적대적인 것이라는 의미가 담긴 듯이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북한에 퍼주기를 한 좌파에게 정권을 넘길 수 없다. 진보 정권이 나라를 망쳤다’는 식으로 짧은 문장에 담아 TV 토론에서나 유세장에서 외친다. 

 

보수 정치인들이 종북, 좌파 발언을 하는 것은 국가보안법에 세뇌된 한국 사회 유권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쳐 자신에게 유리한 것인가를 계산한 결과라 하겠다. 국보법이 보장하는 정치적 부당 이익에 눈이 먼 작태다. 북한 핵과 미사일, 사드 등으로 한반도의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에게 북한을 연계시킨 종북 몰이 발언을 하는 것은 국보법에 의한 기울어진 선거 운동장이 여전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유권자의 최대 정치 잔치인 대선 유세 과정에서 매카시즘이 난무하는 현실은 이 사회의 후진성, 야만성이 어느 정도인가를 드러낸다. 

 

오늘날 한국 정치권에서 제1여당은 보수, 제1야당은 진보로 지칭되고 있으나 그 속내를 살피면 서구의 보수, 진보와는 큰 차이가 있다. 국보법이 존속하는 제한된 사상의 공간 속에서 한국의 거대 정당은 보수 성향 쪽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승만이 만들어 놓은 국보법의 테두리 안에 갇히고 그 독기에 중독된 형국이다. 오늘날 한반도 비핵화 추진 과정에서 남북 관계가 호전되고 있지만 보수진영에서는 나라가 좌파에 의해 거덜 나고 있다는 식의 가짜 뉴스를 대량생산해 유포하고 있다.  

 

월간참여사회 2018년 12월호(통권 261호)

최근 국내 쌀값이 오른 것에 대해 ‘북한의 휘발유와 쌀을 맞바꿨다’는 내용을 보도한 유튜브 채널  

출처 유튜브 ‘신의 한수’ 채널 

 

한국의 보수, 진보

한국의 보수는 조선의 지배층, 친일세력, 친미세력이 변신한 것이다. 일본에 대해 우호적이고 미국을 혈맹으로 여기면서 북한에 대해 적대적이다. 하지만 분단 상황을 악용해 안보 우선주의를 앞세워 정략적, 정파적 이해관계를 챙겨왔다. 보수층은 해방이후 한국 사회의 주류세력이 되면서 부정부패의 온상처럼 되었고 오늘날에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진보는 보수 세력에 대한 비판 또는 대항적 의미를 지닌 세력으로 출발했다. 진보세력은 보수세력이 지닌 속성과 반대되는 방향을 지향하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하고 한국 사회의 비주류로 인식되고 있다. 진보는 보수의 친일, 친미 등 외세 의존적 성향에 비판적이고 북한과의 평화공존, 협력을 추구한다. 

 

한국에서 진보 정치세력에 대한 탄압은 국보법이 만들어진 1948년부터 본격화되었다. 특히 이승만, 박정희 독재 시절 진보세력에 대한 탄압이 심했다. 4.19 혁명, 5.16 군사쿠데타 전후 수년 동안 한국에서의 혁신 정치, 진보 정치 세력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이승만의 조봉암 사법 살인과 박정희의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 불법 살인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진보세력은 80년대 이후 겨우 기지개를 켰지만 21세기 들어 박근혜 정권에서 통합진보당은 강제 해산되는 탄압을 당했다. 

 

한국 사회에는 진보, 보수간에 상한선 없는 논쟁이 존재하지 않았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국보법이 그것을 막고 있다. 국보법은 북한을 반드시 괴멸시켜야 할 불구대천의 원수로 규정하고 경계하기 때문에 북한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분석, 평가하는 것은 금물이다. ‘북한이 잘했다거나 긍정적이다 또는 합리적이다’라는 표현은 한국 사회에서 금기 사항이었고 비핵화가 추진되는 과정에서도 대부분의 언론은 미국위주의 보도에 매달리고 있다. 

 

서구의 보수, 진보

서구의 개념으로 보면, 보수주의는 역사적으로 진화하면서, 지속성과 안전성을 지닌 제도와 행위를 선호하는 이데올로기 또는 태도다. 보수주의는 추상적이거나 이상적인 것보다 역사적으로 계승된 것을 선호한다. 보수주의자는 변화는 최소한으로, 그리고 점진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이상주의라기보다 현실주의자다.

 

진보는 대체로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것은 생각하고 신뢰하고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고 토론하거나 정당을 만드는 등의 결사의 자유와 직업 선택의 자유, 자신의 노동력을 포함한 상품을 사고파는 자유, 정부 형태는 물론 자신의 지배자를 선택하는 자유, 심지어 혁명으로 그것을 교체하는 자유 등이 포함된다. 이러니 진보는 분열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진보의 분열에 대해 부정적인 낙인을 찍어 진보를 옥죄는 사회적 프레임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❶

 

보수주의는 구체적인 전통을 중시하는 반면 진보주의는 추상적 이론화를 시도한다. 이런 탓으로 보수주의자들은 진보주의나 급진주의자들의 이론적 성과에 필적할만한 이론 개발의 성과가 없다. 보수주의는 사회가 너무 복잡해서 진보주의 등에서 제시하는 사회개혁 프로그램이 무익하고 위험하다고 주장한다.❷

 

서구사회의 진보와 보수는 경쟁과 협력, 대립과 협조, 갈등과 화해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상대의 장점을 취하며 자기의 단점을 버리는 식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서구의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에서 많은 것을 차용한 것처럼 진보와 보수도 마찬가지였다. 서구의 진보와 보수는 20세기 들어 국민투표를 통한 집권을 중시하면서 그 차이점이 많이 희석되었다. 예를 들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문제, 복지정책의 경우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많이 좁혀져 있다.  

 

월간참여사회 2018년 12월호(통권 261호)


참고 스탠포드철학백과사전 ‘자유주의’ 항목, plato.stanford.edu/entries/liberalism

참고 브리태니커백과사전 ‘보수주의’ 항목, britannica.com/topic/conservatism

 

 


특집. 가짜보수 진짜보수 2018년 12월호 월간참여사회 

1. 대한민국에서 보수는 누구인가 김민하

2. 진보·보수의 오남용 고승우

3. 영국 보수당은 지금 안병억

4. 보수를 위한 제언 박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