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03월 2020-03-01   9960

[특집]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한계와 극복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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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개정으로 21대 국회의원은 새로운 규칙에 따라 선출된다. ‘준연동형비례제’와 ‘18세 선거연령하향조정’이라는 제도의 변화는 한국 사회와 한국 정치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바뀌는 선거제도의 내용은 무엇이며 앞으로 함께 바뀌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알아봄.

 

 

 

특집1 제도가 바뀐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한계와 극복 방안 

 

글. 김형철 성공회대학교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

 

 

다가오는 4월 15일 실시되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새로운 선거제도로 치러진다.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우리가 알고 있던 다양한 선거제도와 달리 득표를 의석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매우 복잡하다. 그렇다 보니 정치권은 새로운 선거제도하에서 보다 많은 의석을 획득하기 위해 열심히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으며, 특정 정당은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된 그리고 권위주의 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위장정당을 만들어 유권자의 의사를 왜곡하려고 하고 있다. 또한 유권자도 자신이 행사한 표가 어떻게 의석으로 전환되는지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며, 최선의 선택과 투표효용을 얻기 위해 어떻게 투표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우선 왜 선거제도를 바꾸게 됐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존 선거제도인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낮은 정치적 대표성과 비례성 그리고 높은 사표율에 의해 민심이 왜곡된다는 문제 지적을 받아왔다. 그리고 국회는 정치적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이고 사표를 줄이고자 준연동형 비례대표로 선거제도를 개정하였다. 개정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기존 선거제도와 같이 유권자가 1인 2표를 행사할 수 있으며, 지역대표의석수와 비례대표의석수도 253석 대 47석으로 정하였다. 그리고 비례대표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는 봉쇄조항(threshold)을 전국득표율 3%와 지역구의석수 5석으로 동일하게 적용하였다. 

 

바뀐 선거제도의 핵심, 비례의석 배분  

기존 병립형 비례대표제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핵심적인 차이는 비례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기존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이 받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47석을 배분하는 방식이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이 받은 정당득표율에 비례해서 의석수를 산출한 후 그 의석수의 50%만을 각 정당의 의석으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A정당이 정당투표로 10%의 득표를 얻었다면 300석의 10%인 30석 중 50%인 15석을 배분받는 방식이다. 이때 A정당이 지역구에서 10석의 의석을 획득하였다면 5석을 A정당이 작성한 비례명부순위에 의해 채워진다. 지금까지의 의석배분방식은 생소할 뿐이지 계산법이 그리 복잡하지는 않다. 그러나 의석배분방식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만 적용한다’는 30석 연동형 캡이 적용되면서 의석배분방식이 복잡해졌다. 즉, 30석 연동형 캡이란 비례의석 47중 30석에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의석배분방식을 적용하고 나머지 17석은 기존의 비례의석배분 방식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30석의 연동형 캡을 적용한 이유는 47석 전체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의석 배분할 때 정당득표율에 의해 배분된 의석수보다 지역구의석수가 많은 정당의 경우 비례대표의석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구에서 당선자가 많이 배출되는 정당은 17석 중 비례대표의석을 배분받기 위해 30석의 연동형 캡을 의석배분방식에 넣은 것이다.

 

그렇다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민심을 반영하는 선거제도인가? 이를 평가하기 위해 제20대 총선결과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의석배분방식에 적용하여 비교하였다. 이를 위해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제작한 의석수 계산기를 이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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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국회의원선거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정당득표율에 비해 총 의석률이 높다. 즉, 새누리당은 보너스율(총 의석률 – 정당득표율)이 7.17%, 더불어민주당은 15.46%로 과다대표 되었다. 반면에 국민의당은 보너스율이 –14.07%이고, 정의당은 –5.23%로 과소대표 되었다.  

 

그러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의석배분방식을 적용한 결과,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과다대표와 국민의당과 정의당의 과소대표가 축소되었다. 즉, 새누리당은 보너스율이 7.17%에서 3.5%로, 더불어민주당은 15.46%에서 12.46%로 낮아졌다. 그리고 국민의당은 보너스율이 –14.07%에서 –11.07%로, 정의당은 –5.23%에서 –1.56%로 줄어들었다. 이와 같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적용에 따른 보너스율의 감소는 득표-의석 간 비례성과 정치적 대표성이 향상되었음을 의미한다. 

 

정치적 대표성 훼손하는 위성정당의 등장 

이러한 비례성과 정치적 대표성 향상에도 불구하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의석수(253석)와 비례의석수(47석) 사이의 의석불균형, 50%의 연동률과 연동형 캡(30석) 등에서 여전히 득표-의석 간 불비례성과 정치적 대표성의 왜곡을 낳고 있다. 

 

더불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문제는 정치적 대표성을 훼손하는 위장정당의 등장이다. 미래통합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하에서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된 의석수보다 지역구에서 획득한 의석수가 많을 경우 준연동형에 의한 비례배분의석인 30석 중 1석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미래한국당이라는 비례의석 획득만을 위한 ‘위장’정당을 만들었다. 이러한 위장정당의 존재는 정치적 대표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득표-의석 간 불비례성을 심화한다. 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개정 취지뿐만 아니라 민주적 정당성까지 훼손한다. 

 

따라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갖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난 후 곧바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논의의 핵심은 득표-의석 간 비례성과 정치적 대표성을 높이고 위장정당의 등장을 제한할 수 있는 방안일 것이다. 즉, 비례의석수 확대를 통해 지역구의석수와 비례의석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과 50%의 연동율을 100%의 연동율로 높여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비례의석수의 확대를 위해 국회 총 의석수를 증가시키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3월호

지난 1월 21일,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 ‘미래한국당’ 부산시당 창당대회에서 사용된 간판. 인쇄된 종이에 급조된 흔적이 역력하다. 출처 MBC 뉴스 

 

국민이 참여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바란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에 대한 논의나 제도가 마련되지 못하는 이유는 정당이 자신들의 당파적 이익과 의원들의 이해관계를 우선하기 때문이다. 즉, 거대정당 또는 현직의원들이 당파적 유불리와 권력 극대화라는 이익을 앞세워 선거제도를 개정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선거제도 개정을 정치권의 일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는 국민들이 참여하는 선거제도 개혁 기구를 만들어 선거제도 개혁의 목적, 절차 그리고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시키고 그 결과로서 도출된 제안에 따라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선거제도의 최종결정은 국회가 아닌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투표 방식을 통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제도를 결정함에 있어 국민의 직접적인 참여와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것이 국민주권의 원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국민투표에 의한 선거제도 개혁 방식은 각 정당과 시민단체에서 제안하는 선거제도에 대해 충분히 숙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국민들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선거제도에 대한 지지와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집 바뀐 선거, 바뀔 세상?

1.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한계와 극복 방안  김형철

2. 18세 선거권과 밀레니얼 정치의 가능성 서현수

3. 한국판 ‘보이스텔스바스 합의’는 가능한가 장은주

4. 새로운 선거제도, 21대총선 가이드  오유진, 민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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