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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01월
  • 2019.12.30
  • 1141

검언유착 파헤친 시대의 목격자

박건식 <PD수첩> 책임피디

 

참여사회 2020년 1-2월 합본호 (통권 272호)

 

2019년의 끝자락, 돌아온 <PD수첩>이 또 한 번 일을 냈다. 지난 12월 초 방송된, 검찰과 언론의 유착구조를 파헤친 ‘검찰 기자단’ 편이 비드라마 부문 화제성 1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법무부의 공보훈령 수정, 검찰기자실 폐쇄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5만 명에 육박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무엇보다 “돌마고”를 외쳤던 수많은 시청자들에게는 <PD수첩>의 완전한 귀환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각종 압력과 수난에도 <PD수첩>이 시청자들 품에 돌아오기까지 PD들 뒤에서 묵묵히 버팀목이 되어준 건 박건식 책임PD를 만났다. 그는 2002년 <PD수첩> 첫 발령부터, 7년간 경인지사로 쫓겨나 있다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PD수첩>의 여러 고비를 함께 넘어온 증인이기도 하다. 지난 12월 16일, 상암동 MBC 본사에서 그를 만나 ‘검찰 기자단’편 취재 뒷이야기와 언론의 출입처 보도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12월 초 방송된 ‘검찰 기자단’ 편이 여전히 화제다. 다루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처음엔 갈등이 좀 있었다. 저와 본부장은 너무 뻔한 아이템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 원래는 ‘언론개혁’이었는데, 저희가 미디어 쪽으로 한두 해 해 온 것도 아니고 뾰족한 게 나오겠나, 근데 김정민 PD가 꼭 해보고 싶은 아이템이라고 하더라. 그래도 견적이 잘 안 나오는데 구체적인 아이템을 가지고 현안을 파헤쳤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언론개혁도 현안입니다’ 하더라. 담론으로 흐르지 않을 자신 있으면 하라고 했다. 기획안에는 가수 설리 죽음과 관련한 황색언론  문제나 지역지 기자들의 횡포도 있었는데 퍼지지 말고 한 이야기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좁히는 과정에서 집중도 있게 잘 나온 거 같다. 결과물을 보니 저도 예측하지 못한 검찰 내부 이야기들을 꽤 많이 취재했더라.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한동훈 검사의 녹취는 예상 밖이었다. 저부터도 언론학과 교수들 찾아가서 인터뷰하고 편하게 하려는 거 아니냐는 선입견이 있었던 거 같다. 결과론적으로는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생각한다. 

 

시청자 반응이 좋았을 뿐 아니라 법무부 훈령이 바뀌는 등 실질적 변화도 끌어냈다. 

취재 과정에서 신임 KBS 보도국장이 출입처 단계적 폐지를 발표했고, YTN 노종면 보도국장 후보도 비록 부결됐지만 그런 내용을 발표했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흐름에 잘 맞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걸 다룬 계기 중 하나가 피디들이 취재 과정에서 울분이 많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피디들은 갈 수 있는 출입처가 없다. 보도자료 하나 받기도 힘들고. 방송에도 나왔지만 김재영 PD가 남부지검 가서 질문하니까 피디가 왜 들어왔냐면서 엄중 경고를 받았다. 출입처 기자실이 개인 소유인가? 누구를 넣고 말고 하는 걸 왜 기자들이 임의로 결정하나. 임은정 검사가 서울경찰청 출석했을 때는 임은정 검사와 사전에 미리 얘기를 했고, 그것도 기자들 다 질문하고 마지막에 질문했는데도, 현장에서 사진기자들이 질문이 길다고 항의를 했다. 그런 일이 비일비재 하다 보니까 피디들 문제의식이 많았다. 사실은 (모든 출입처) 기자단 전체에 대한 문제제기였지만 40분 동안 전체를 다 다룰 수 없으니 검찰기자단으로 좁힌 거다. 검찰기자단이 카르텔이 제일 강하다고 알려졌기 때문에. 그런데, 반발도 좀 있었던 거 같다. 

 

검찰기자단 일부 기자들이 방송 내용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는데. 

자성보다 반발이 앞서는 걸 보고 의외의 반응이었다. 기자들 문제여서 신중하게 대응하자고 하고 2~3일 정도 지켜봤는데 너무 대응을 안 하고 있으니까 일각에서는 피디수첩이 뭘 잘못해서 대응 안 하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 그래서 한학수 PD 페이스북에 올리는 정도로 비공식 입장을 냈다. 기자단을 비난하려는 의도보다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누가 가든 이용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해서 얘기를 한 거다. 

 

참 신기한 게, 검찰기자단이 성명 발표하니까 제 전화기에 불이 났었다. 언론중재위에 소송한다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묻기에, “제가 뭘 어떻게 합니까, 그분들이 하는 건데 오면 대응을 하면 되지.”라고 답변했다. 그런데 반대로 청와대 청원이 5만 명 가까이 육박하는데도 어디서도 기사를 안 쓴다.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출입처에) 들어간다고 해서 더 경쟁력이 생길까? 저는 오히려 1/N이 된다고 생각한다. 안 들어가면 훨씬 야생마가 될 수 있다. 물론 장단점이 있는 거라서 출입처 자체를 절대적으로 좋다, 나쁘다 할 수 없지만, 출입처 안에서의 배타성, 카르텔이 일어나기 때문에 문제인 거다. 출입처 등록은 할 수 있지만 기자들이 임의로 다른 기자를 제어하고 배척하는 범법 행위가 문제인 거다. 그 권리를 대체 누가 부여했나? 

 

어떤 부분에서 범법 행위라고 보는 건가. 

일단 국가시설이니까 국유재산법에 위배된다. 계약을 맺고 임대한 것도 아니고 무단 점유다. 제가 검찰 가서 방 하나 차지하고 있으면 되겠나? 안 된다. 동사무소에 개인 책상 갖다 놓고 써도 안 된다. 법에 국가시설은 반드시 입찰을 통하거나 계약을 맺게 되어 있다. 근데 어떤 기자단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공정거래법에도 위배된다. ‘카르텔’이기 때문이다. 법인도 아닌 임의 단체에, 다른 언론사를 들어오라 말라 제약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김영란법에도 위배된다고 본다. 서울 시내에서 그 정도 (면적을) 임대하려면 얼마인가. 임대료만큼 뇌물로 볼 수도 있는 거다. 기자들이 운영비를 낸다는 반박도 있지만 그건 자기들 이익을 위해서 관리 직원을 두고 운영한 것뿐이다. 그게 임대료가 되려면 임대차계약을 했어야 하는 게 맞다. 근데 지금은 본인들 사무실처럼 상주하니까 유착 문제가 생긴 거고.  

 

유착 문제보다 더 심한 건 관점의 문제다. (기자들이) 거대 공공권력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니까 서민과 약자들이 갈 데가 없다. 검찰에 의해서 억울하게 조사받은 사람들은 어디 가서 하소연하나? 지금도 사법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검찰 주변에 많다. 맞는 주장도, 틀린 주장도 있겠지만 최소한 귀는 기울여야 하는 게 아닌가? 어떤 사람은 (검찰청 앞에) 3년간 서 있었는데 어떤 기자도 무슨 일인지 물어온 적 없다고 하더라. 오로지 검찰총장이 누가 되는지, 몇 기에서 나오는지, 호남인지 영남인지 같은 권력관계가 중요한 거다. 국민들 문제엔 관심이 없다. 검찰이 주는 시각과 정보 외에는 경주마처럼 갇혀 있다. 그게 출입처가 주는 위험성이다. 검찰기자단의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검찰과 언론의 카르텔 구조는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가. 

검찰은 소수이고, 기자들은 다수다. 검찰에 대해 불리한 기사를 쓰면 그 다음부터는 정보제공이 차단된다. 검찰이 기자들을 길들이는 방법인데, 정보를 경쟁매체에 주면 해당 기자는 물을 먹고 무능한 기자가 된다. 그런 길들이기 속에서 검찰에게 유리한 구도로 (언론을) 끌고 간다. 검찰 프레임을 확산하는 확성기가 되고 검찰의 도구가 된다. 검찰이 피의사실공표죄로 울산 경찰들을 잡아들이고 있는데 똑같은 논리가 왜 검찰한테는 적용이 안 되나. 국민의 알권리라는 측면도 있겠지만, 과도하니까 문제가 되는 거다. 

 

방송에서는 기자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봤다. 기자와 검찰, 어느 쪽이 더 문제라고 보나.    

기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기업이든, 정부든, 검찰이든, 경찰이든 기본 속성이 그렇다. 언론플레이 안 하고 싶은 데가 어디 있겠나. 그걸 언론이 필터링하고 걸러내야 하는 거다. 언론은 검찰 공보직원도, 하수인도 아니다. 정보 제공은 받더라도 재확인은 해야 한다. 크로스체킹이 언론의 핵심 아닌가? 법원 판결에서도 필터링하지 않은 기사들은 패소했다. 검찰 보도자료 믿고 그대로 써도 패소한다. 경찰이 보도자료 내면 그렇게 팩트 확인을 하면서 왜 검찰만 가면 그렇게 되는가.

 

<PD수첩>이 2018~2019년 사이 검찰 관련 아이템을 많이 다뤘다. 특별히 검찰에 집중하게 된 이유가 있나. 

검찰은 무서운 집단이다. 검찰 문제나 비리에 대해서는 아무도 안 다루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PD수첩이라도 검찰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있는 것 같다. 2010년 ‘검사와 스폰서’ 편도, 2018년 ‘검찰개혁’ 편도 그랬다. 개인적으로 검찰 문제를 심각하게 본 건 2010년 미네르바 사건 때다. 그때 미네르바의 분석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었는데 포털이라는 공공의 장에서 이루어진 논쟁에 검찰이 개입해서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고 체포하고 구속하는 것은 대단히 문제라고 느꼈다. 검찰이 나가도 너무 나갔다. KBS 정연주 사장 때도 마찬가지였다. 법원이 준 중재안을 받았다고 검찰이 구속기소하는 건 너무 심했다고 생각한다. 검찰이 지금의 양태와 비슷하게 무소불위로 권력을 남용한 거다. 

 

돌이켜보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사태에서도 <PD수첩>이 피해자였다. 

저는 그때 ‘공안검사’라는 말을 처음 알았다. 공안검사는 유무죄가 중요하지 않다고 하더라. ‘기소’라는 행위를 통해서 사회가 안정되면 된다는 거다. 2008년도 ‘기소’라는 행위를 통해 촛불시위를 유야무야 하는 게 핵심이었다. 엄연한 정치행위다. 이번에 정경심 교수 1심 나왔을 때도 검찰이 진 거 같지만 이긴 거였다. 조국이 이미 법무부 장관으로는 끝났기 때문이다. 정연주 사장도 나중에 무죄 판결 났지만, KBS 사장으로서는 이미 끝난 후였다. 검찰의 노림수는 거기 있다. 감옥에 가든, 안 가든 KBS 사장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친이명박 인물을 사장에 앉히는 게 중요한 거다. 미네르바 역시 ‘집어넣음’으로써 경제를 비판하는 논의들이 싹 들어갔다. (검찰에게는) 일종의 정치검사 DNA가 있다. 2008년 당시엔 정권 말을 잘 들었고, 지금은 정권과 대립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지만, 검찰이 무소불위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정치검찰’, ‘무소불위 검찰’의 한 편에는 ‘국회무능’이 자리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한겨레 칼럼 보면 “서초동 검찰당”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정치권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모든 문제가 검찰로 향하는 것을 ‘사법의 정치화’ 또는 ‘정치의 사법화’라고 하는데, 그걸 초래한 게 정치인들이다. (검찰이) 쓰레기 처리장이 됐다.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들을 검찰로 가지고 가니까 검찰이 비대해지는 거다. 정치인들이 스스로 칼에다 목을 갖다 댄 거다. 

 

정치가 나쁜 것도 있지만 언론이 생산적인 보도를 잘 안 하는 데도 원인이 있다고 본다. 저는 정치부 기자가 따로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회 기자들이 무능할 수밖에 없는 게 하루 종일 국회 기자실에만 앉아 있으니, 사안을 제대로 쫓아갈 수가 없다. 조국 보도를 예로 들면,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하면 국회 기자가 하고, (조국이) 법원으로 가면 법조 기자가 취재하고. 연계가 전혀 안 된다. 의원들이 기자들에게 장난치기 좋은 구조다. 

 

국회도 출입처 보도 관행이 심각한가?

여기도 장소 개념이다. 여당 반, 야당 반으로 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당직자 위주의 동정보도가 봇물 터진다. 맨날 여당 대표, 야당 대표 걸어 다니는 것만 비추고, 팔짱끼고 고뇌하고 있는 듯한 사진만 나온다. 10년 전 뉴스나 지금 뉴스나 차이가 없다. 본질적인 얘기가 안 나오는 거다. 

 

반면 상임위원회 얘기는 하나도 안 나온다. 어린이생명법안도 아무리 상임위에서 논의가 많이 돼도 기자들이 상임위에 없다. 복도에 부모들이 그렇게 많아도 취재 안 한다. 그 시간에 대부분 정론관에 가 있다. 지금처럼 여야가 아니라 상임위 중심으로 가야 구체적인 삶의 현장으로 들어오고 정책 위주로 갈 수 있다. 기자들이 상임위에 앉아만 있어도 한국 사회가 많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출입처 보도 관행의 근본적인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출입처의 ‘처’는 장소라는 뜻이다. 국방부, 보건복지부, 서울시청…. 장소에 머물러 있으면 시각도, 기사도 매몰된다. 검찰 출입기자는 검찰이 아니라 법 전문 기자가 돼야 한다. 노동부에 나가 있으면 파업에 대해서도 사측 입장을 듣는다. (기사 쓰는) 패턴이 있다. 파업 하면 경제손실이 얼마고, 도로교통이 마비되고…. 과거에는 사실관계 확인 없이 전경련에서 준 보도자료 그대로 쓴다. 보건복지부도 마찬가지다. 가습기가 됐든 의료사고가 생기면 보건복지부 얘기도 들어야 하겠지만 (보건복지부가) 은폐하는 게 있을 수 있다. 그러면 재야 시민 연구소나 보건사회 단체 가서 확인해야 하는데 정부 말만 읊는다. 검찰 발 기사에서는 검사발표 이외에 반대 측 변호사 인터뷰도 안 한다. 그 정도로 오만하고 무책임하다. 어떤 때는 시민 인터뷰조차도 출입처에서 제공한 사람을 한다. 지상파 3사 인터뷰가 다 똑같은 게 말이 되나. 그게 장소 개념에서 나타나는 문제다. 우리나라랑 일본만 그렇다. 미국은 기능function 중심이다. 그래서 장소보다는 기능 중심으로 바꾸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검찰기자, 국방부기자, 보건복지부 기자가 아니라 법률 기자, 국방 기자, 보건 복지 기자 등이 돼야 한다. 

 

참여사회 2020년 1-2월 합본호 (통권 272호)

 

암흑기를 거쳐 7년 만에 <PD수첩>에 돌아왔다. 그동안 미디어 환경 자체가 많이 바뀌었고 종편, 유튜브 등경쟁 매체도 다양해졌다. 공영방송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어려움은 없나. 

가장 큰 건 전문성의 문제인 듯하다. 전문성을 어떻게 넓힐까 하는 것이 1인 유튜브 방송의 출현보다 우리에게 더 절실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전문성이 부족해서 못 다루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경제, 의료 같은 분야가 그렇다. 방송으로까지 가려면 꽤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하다. ‘홍콩시위’도 마찬가지다. 가서 찍을 수는 있다. 그런데 타 프로그램과 다른 시각을 줄 수 있는가, 그 정도 전문성이 우리에게 있는가. 길거리 인터뷰 하는 정도 가지고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깊숙한 이야기를 잡아낼 수 있는가. 그냥 후루룩 말아서 방송으로 내보내는 건 반대다. ‘미중무역’도 그렇다. 절실하지만 과연 잘할 수 있나. IMF 30년이 넘었는데 그 체제 안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론스타나 사모펀드도 그렇고, 과학이나 검찰도 비슷하다. 검찰 관련해서 추가로 해보고 싶은 게 왜 없겠나. 지금 말씀 못 드리는 건 그 정도로 전문성이 안 쌓였기 때문이다. 담론으로 하는 건 저희도 자신 있지만 시청자들이 안 본다. 피부로 느껴져야 본다. 그 단계를 넘어서는 게 힘들다. 어떻게 PD들이 그런 역량을 높일 것인지, 우리가 계속 갈고 닦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2020년에 <PD수첩>이 30주년을 맞는다.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엔진의 힘을 키우는 것, 체력을 키우는 것.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한 훈련에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피디들이 맨날 바쁘니까 한 명을 빼기도 어려운 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년쯤 됐으면 사람에 대한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지난 몇 년간 신입사원을 뽑지 않다보니까 인력은 부족하고 노령화는 진행되고 있다. 

 

제가 7년 간 밖에 있었는데 늘 떠오르는 인물이 삼봉 정도전이었다. 정도전은 8년 유배 가 있는 동안 ‘조선’을 설계하지 않았나. 유배에서 돌아오자마자 ‘한양’이라는 신도시를 개발했고, ‘대명률’이라는 법을 만들고, ‘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웠는데 늘 정도전한테 부끄러웠다. 미래를 설계하지 못하고, 7년 동안 논 거 같고. 그 기간에 더 치열하게 준비를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앞으로 후배들에게 인적 투자를 하고  비전을 심어주면서 갚아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PD수첩> 수장으로서, 함께 일하는 피디들과의 소통은 잘 되는 편인가.

저는 나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데 크로스 체크를 해봐야...(웃음) 밥을 많이 먹고, 조금 전에도 생일파티를 해줬는데…. 스태프들이 한 명 한 명 다 소중하다. 상대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려고 하고, 우는 친구들도 많고. 작은 집단이지만 많은 눈물과 이야기가 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많이 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생각의 차이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그래도 꼰대라서 같이 일하기 힘들다는 얘기는 안 들으려고 노력한다. 

 

저는 제가 수장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고 어시스턴트라고 생각한다. 일하는 데 불편함이 없게 뒤에서 여러 가지 행정 처리 열심히 해주고 공문 도와주고 피디들 바쁘면 대신 나가서 취재하고. 언론중재위, 방통위, 법정 대신 나가서 설거지는 일을 주로 맡아서 담당했다. 피디들이 법정에 가면 위축되기 때문이다. 다만, 제가 강경하게 관철하려 하는 부분은 있는 것 같다. 피디들이 익명으로 방송하려고 하면 실명으로 하라고 한다거나.

 

실명 보도 원칙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면. 

책임을 분명하게 지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검찰 기자단’ 편에서도 한동훈 검사 실명을 썼고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편 방송에는 형사 이름까지도 다 실명을 썼다. 공직자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 다룰 때는 공직자가 아니어도 실명을 썼다. 그런 부분에서 피디들이랑 자주 부딪치는 편이다. 언론에는 분명하게 책임을 지움으로써 다시는 그런 과오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는 공동체 유지의 기능이 있다. 내가 잘못하면 지상파에 내 이름이 나가고 자식들도 보겠구나, 생각이 들게끔 하는 거다. 그런데 익명으로 가면 익명의 그늘에서 안심을 한다. 실명의 힘이 곧 <PD수첩>의 힘이고 차별성이라고 생각한다. 

 

새해에는 어떤 이슈들을 다뤄볼 계획인가. 

사회가 급변하면서 흔들리는 부분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공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조국사태를 보면 공정성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예를 들어, 제가 딸 하나 아들 하나가 있는데, 딸은 친구들이랑 밥을 먹을 때 전체 금액의 1/N을 계산해서 나눠 내고. 아들은 각자 먹은 만큼 계산한다고 하더라. 몇 년 사이에도 공정의 개념이 바뀐 거다. 저희 세대는 한 명이 다 계산했고.(웃음) 50대의 공정과 20대의 공정이 다르다는 게 드러난 건데, 그 중 핵심이 부동산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다. 그래서 올해 검찰문제, 공권력의 문제에 집중했다면 내년에는 경제라든지,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30년 후에도 TV에서 <PD수첩>을 볼 수 있을까.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다. <PD수첩>이 40~50대 프로그램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면 20대가 시사에 관심 없다고 할 게 아니라 저희가 시사 개념을 잘못 잡고 있는 건 아닐까를 생각해야 한다. 저는 87년 민주화 시대의 ‘공정성’을 갖고 있는데 20대의 공정성 개념에 대해 얼마나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내 시대의 공정만이 정통공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용과 형식을 대폭 과감하게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년 5월이 30주년인데, 어떻게 하면 앞으로 30년 더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는 중이다. 다만 저희가 <그것이 알고싶다>처럼 미스터리 형식으로 갈 순 없을 거 같다. 그런 형식은 좋지만 공공 아젠더를 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약점은 보강하고 강점은 지켜나갈 것인가 고민인데 답은 안 나온다 (웃음) 올해 스튜디오를 바꿔봤는데 살짝 자신감을 얻었다. MC에 대한 집중력을 늘리고 돈은 절약했다. 이렇게 작은 실험이지만 하나씩 바꾸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❶ <PD수첩> 1221회 ‘검찰 기자단’ 2019.12.03. 방송

❷ <PD수첩> 857회 ‘검사와 스폰서’ 2010.04.20. 방송, 859회 ‘검사와 스폰서2’ 2010.06.08. 방송

❸ <PD수첩> 1151회 ‘검찰개혁 1부 - 별장 성접대 동영상 사건’ 2018.04.17. 방송 1152회 ‘검찰개혁 2부 - 검사 위의 검사, 정치검사’ 2018.04.24. 방송

❹ <한겨레신문>,“‘윤석열식 정치’ 언제쯤 끝날까” 2019.12.04  

❺ <PD수첩> 1185회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 2019.03.05 방송 

 


글. 이한나 미디어홍보팀 간사

사진. 박영록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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