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8년 06월 2018-06-01   722

[떠나자] 호젓한 계곡숲길 피서여행

호젓한
계곡숲길 피서여행 

 

글. 정지인 여행카페 운영자 

전직 참여연대 간사. 지금은 여행카페 운영자가 되었다. 매이지 않을 만큼 조금 일하고 적게 버는 대신 자유가 많은 삶을 지향한다. 지친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여행을 꿈꾼다. 

 

 

여행을 떠나는 날이 많다 보니 날씨정보에 민감하다. 비 예보가 있는지, 배라도 타는 여행은 풍랑이 없는지 기상청 홈페이지를 자주 들락거린다. 최근에는 황사와 미세먼지가 새로운 골칫거리다. 폭염과 한파도 위협적이다. 경험해 보지 못한 더위와 추위, 급작스런 날씨 변화는 ‘예전에는 이랬는데, 삼한사온이 어떻고, 장마 기간은 어땠지’라는 우리의 경험적 상식과 예측을 뛰어넘는다.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 기후변화를 실감한다. 당혹감과 불편을 느끼다가, 이후 세대를 떠올리면 뜨끔하다. 과연 그들에게 남겨줄 맑은 물과 공기, 푸른 산은 남아있을까 마음이 무거워진다. 우리의 일상을 옥죄어 오는 기후변화 앞에서 개인의 불편을 토로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대응과 책임으로 미래를 바꿔 가면 좋겠다. 올해도 다가올 폭염을 앞두고 더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생각하다 기후변화까지 생각이 갔다. 더위를 잘 관리하는 방법은 좋은 피서지를 찾는 것만큼이나 더워지는 지구를 식히는 노력, 기후변화를 막는 노력이 중요할 테니 말이다.

 

일찍 시작해 늦게까지 이어지는 더위, 습기를 잔뜩 머금은 찜통 같은 더위, 마른장마에 폭우 등 우리나라에 없던 폭염과 더위의 패턴을 몇 년 사이에 경험하면서 여름 피서여행도 그만큼 절실해진다. 너무 많이 걷기도 벅차고, 햇빛을 피할 수 없는 곳도 부담스럽다. 그래서 이번에는 더위를 피해 쉼과 휴식을 얻을만한 그늘지고 호젓한 계곡숲길 세 곳을 골라봤다. 

 

만수계곡과 하늘길

충북 충주 월악산국립공원에 자리 잡은 만수계곡은 물 맑은 송계계곡의 최상류 물줄기 중 하나로 계곡을 따라 가볍게 걷기 좋은 길이다. 피톤치드와 음이온이 풍부한 숲길은 사람이 붐비지 않아 호젓하다. 만수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와 겹치기도 하지만 월악산국립공원 만수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자연관찰로 코스로 한 바퀴 돌면 2km 정도로 가볍게 걷기 좋다. 

 

근처에 신라 시대에 열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옛길인 하늘재와 우리나라의 몇 안 되는 석굴사원 중 하나인 미륵대원지가 남아있어 같이 둘러보기 좋다. 하늘재는 신라의 마의태자가 망국의 한을 달래며 넘던 길이자 상주성을 치러가던 후고구려의 궁예가 넘었던 역사의 흔적이 오롯한 길이다. 그늘진 숲길은 시원하고 옆으로 계곡물도 졸졸 흘러 역사의 향기와 함께 더위를 피할만한 괜찮은 숲길이다. 하늘재는 왕복 3.6km 구간이고 길도 걷기 편하다.

 

만수계곡

만수계곡 ⓒ정지인

미륵대원지

미륵대원지 ⓒ정지인

 

산음자연휴양림과 다산생태공원   

경기도 양평의 용문산과 소리산, 봉미산 높은 봉우리에 둘러싸여 있어 산에 그늘이 지었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산음자연휴양림은 산림청의 1호 ‘치유의 숲’으로 지정된 숲 좋고 물 맑은 곳이다. 숲이 그윽하고 계곡물은 수량이 풍부해 여름에 더욱 좋다. 2km가량 이어지는 치유의 숲길 탐방로는 소나무가 쭉쭉 뻗은 데크길을 지나고, 조붓한 흙길도 거닐다 계곡을 만났다가 헤어지고 또 만나며 아기자기한 숲길이 이어진다. 걷다 지치면 돗자리 하나 펴고 계곡에 발을 담그고 숲에서의 여유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숲이 주는 상쾌함으로 더위와 함께 찌든 피로도 날려버릴 수 있지 않을까. 

 

발을 담글 수 있는 호젓한 계곡도 많지 않다. 국립공원에서 관리하는 계곡은 일체 진입이 금지돼 있다. 그렇기에 휴양림 안에 있는 안전한 계곡에서 맘껏 발을 담그고 여유로운 시간을 즐겨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시간이 맞는다면 휴양림에서 진행하는 산림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해 봐도 좋다. 해설사의 지도에 따라 숲을 이해하고, 호흡과 명상을 하며 숲의 기운을 충분히 받고 느껴보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산음휴양림을 갔다가 들릴만한 곳으로 조안면의 다산생태공원을 추천한다. 조선 시대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의 고향으로 생가와 실학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 두물머리에서 흘러 내려온 한강물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다산생태공원은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라 쉬어가기 좋다.

 

봉화 청옥산 숲길

청옥산 숲길은 계곡을 따라 신갈나무와 자작나무, 잣나무, 가래나무가 우거진 숲이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숲길부분 우수상을 수상한 숲길인데다, 봉화에서 태백으로 넘어가는 외진 곳에 위치해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호젓해서 더 여유로운 숲길이다. 본래 이 지역은 금강산에서 시작해 태백산맥을 따라 강릉, 삼척, 봉화, 울진으로 백두대간을 따라 이어지는 금강소나무 자생지 중 한 곳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금강소나무들이 거의 훼손된 것을 지금은 산림청에서 금강소나무 후계림(後繼林) 조성지로 지정해 관리보호하고 있다. 그래서 청옥산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자연적인 숲과 산림청에서 조림한 나무들이 어우러져 한결 더 싱그럽고 관리가 잘 된 느낌이다. 

 

청옥산 숲길의 또 다른 매력은 걷는 내내 길벗이 돼주는 계곡이다. 수량도 풍부하고, 걷는 길에 따라 달라지는 계곡의 모습도 아기자기하고, 시냇물 소리는 마음까지 편안하게 한다. 청옥산 생태경영림 숲길안내소에서 출발해 청옥산 정상(1,277m)까지 다녀오면 왕복 8km쯤 된다. 꽤 높은 산이지만 시작하는 곳이 해발 800m라 그리 힘들지 않게 정상까지 다녀올 만하다. 근처에 청옥산자연휴양림이 있어 숙박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좋다. 

 

다산생태공원

다산생태공원 ⓒ정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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