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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9월
  • 2019.09.01
  • 1172

참여사회 X 지역사회 만남 - 대전 편

누구나 시민활동가!
원하면 가져다 쓰세요

김정동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월간 참여사회 2019년 9월호 (통권 268호)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지역의 시민단체를 만나는 기획 인터뷰, 세 번째 주인공은 김정동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이하 ‘대전참치’) 사무처장입니다.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이하 ‘참치’)의 공동집행위원장도 겸하고 있는 그를 지난 7월 10일, 전국 ‘참치’ 활동가 워크숍이 열리는 제주에서 만났습니다. 대전참치는 최근 오랜 토론 끝에 커다란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참치’가 뭔지 독자들이 잘 모를 거 같아요.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의 닉네임인데, 공동집행위원장으로서 참치에 대해 조금만 소개해주세요. 

참치는 서울 참여연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지역운동 단체들이 모인 연대기구입니다. 90년대 전후 권력감시나 주민자치에 관심 갖는 시민들이 늘어나다보니 서울 참여연대만이 아니라 각 지역별로 ‘참여’, ‘자치’를 내걸고 활동하고자 하는 단체들이 생겼고 참치는 이 단체들의 수평적이고 상시적인 연합기구인 거죠. 일반적으로 전국단위 단체들은 본부와 지부처럼 하나의 수직적인 라인으로 연결되곤 하잖아요. 참치는 수평적인 연합체예요.

 

소속된 단체들이 각자 완전히 독립적인 단체잖아요 시작부터 독립적이었고, 지금도 독립적인 단체인데 (참치가) 한 20년 됐으니까 지금쯤 서로 간 정체성이 비슷해지지 않았나요? 

그렇죠. 어떤 걸 감시하고 어떤 게 효과적인지에 대해 서로 정보 공유하고 소통하고 아이템들을 나누다보니 활동방식이나 내용이 비슷해진 경우가 많죠. 

 

(참치 단체들이) 정부 지원은 받지 않고 있어요. 권력감시 할 때 정부 돈 안 받는 게 큰 자부심이고 그 자체가 영향력을 만들어주기도 하죠. 주민참여예산제처럼 (자치)정부와 협업하는 과정에서는 필요한 재원을 함께 쓰기도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권력감시단체로서의 정체성이 제약이 된다는 느낌은 없나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부나 자치단체의 공모사업을 하지 않는 것이 모든 단체의 최우선적인 최고의 가치는 아닌 거잖아요, 물론 중요한 가치이긴 하지만요. 시의회 감시 활동은 그야말로 ‘노가다’거든요. 사람을 갈아 넣는 건데(웃음), 서울은 (의회가) 모 언론사와 연계해서 관련 예산을 책정하거든요. 단체에서 직접 (돈을) 받자는 건 아니지만 그런 용역을 수행할 수 있는 중간지원조직을 만들고 활동가들을 적극적으로 같이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치 소속 단체들이 대부분 아직까지는 자치정부 예산을 받는 프로젝트는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지만 다들 고민이 있는 거 같아요. 공식적으로 같이 상의하고 결정한 것은 아직 없었어요. 

 

중간지원조직 말씀을 하셨는데, 대체로 지역마다 있잖아요. 재단도 있고 NPO센터도 있고 그밖에 여러 정책관련 조직도 생기고 있고요. 이런 중간지원조직과는 좋은 파트너일텐데, 중간지원조직이 지역 내에서 잘 정착되고 있다고 보시나요? 실제로 가장 도움 되는 중간지원조직 사례를 들어주신다면요. 

‘중간지원조직’이라는 게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건 아니고, 주로 지역에서 활동하던 분들이 맡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제일 잘되는 건 대전의 경우 ‘사회적자본지원센터’라고 해서 마을공동체를 지원하고 공동체에서 활동할 마을활동가들을 육성하는 기관이 있어요. 여기는 앞으로 계속 커질 것 같아요. 주민자치회나 주민자치예산제 관련 중간지원조직 역할도 하고 있고요.

 

월간 참여사회 2019년 9월호 (통권 268호)

 

올해 ‘대전참치’가 꽤 큰 실험을 시작했지요? 간단히 소개 좀 해주세요. 

‘누구나 시민활동가’라는 이름의 사업이에요. 시민이 직접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시민단체가 판을 마련하는 프로그램이에요. 대전참치가 20년 동안 해온 권력감시 노하우도 있고 전문가풀도 있고 예산도 어느 정도 지원할 수 있으니 그걸 가지고 시민운동을 할 수 있는 시민들을 지원해보자는 취지죠. 한 3년 전부터 고민했고 작년에 구체적으로 준비해서 올해 런칭했습니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신청할 수 있고 진행이 되나요?

우선 ‘누구나 시민활동가’라는 온라인 페이지를 만들었어요. 거기에 시민들이 원하는 방식을 작성해서 신청하시면 되는 거예요. 기본적으로, 하고 싶은 주제는 무엇인지 필요한 예산은 얼마인지, 계산이 가능하면 계산하고 안 되면 그냥 비워둬도 상관없고요. 그렇게 2주 정도 신청을 받은 후에는 10일 동안 시민들이 거기에 대해 투표를 하는 거죠. 

 

몇 명이 같이 해야 한다거나 이런 제한은 없고요? 

그것도 알아서 정하는 거예요. 제한은 없습니다. 다만, 심사팀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운영팀이 있어서 (지원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도 거기서 하긴 합니다. 내부 회원과 외부 시민사회 영역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운영팀을 구성해서 고민을 구체화하고 돕는 역할을 합니다. 반사회적이거나 반인권적인 주제들이 아닌지, 주제가 너무 넓으면 좁히는 역할들, 일종의 컨설팅도 같이 하는 거죠. 

 

주제가 반사회적이지만 않으면 가급적 진행할 수 있도록 컨설팅하고 예산확보 정보도 제공하고 이런 역할이군요. 

그렇죠. 예를 들어 “대학 내 인권센터가 제대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주제를 가지고 “인권센터에 대해서 모니터링하고 싶고 개선점을 찾고 싶다”는 제안이 있었어요. 동료도 찾고 예산도 필요한 상황이었죠. 마침 대전인권센터에서 다양한 인권 관련 공모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개인은 신청할 수가 없었어요. 그럴 때 저희 단체가 제안자와 함께 공모사업을 신청해서 예산을 해결했고 지금 진행 중이에요. 또 다른 한 팀은 “대전지역 청년들의 노동실태 보고서를 만들어보고 싶다, 100명의 청년 인터뷰를 해보고 싶다, 침해 사례에 대한 해결방식을 사례집처럼 만들고 싶다”는 제안을 하셨고 예산은 300만 원이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동료들은 제안자가 이미 꾸려놓은 상황이었고요. 그럴 땐 대전참치에서 예산만 300만 원 지원하기로 하는 거죠. 

 

쿨(?)하게 대전참치 예산을 직접 지원한 거군요. 활동에 필요한 인건비도 제공하나요?  

인건비도 포함될 수 있다고 하긴 했어요. 시의회 모니터링 팀 같은 경우 인건비를 요청해왔는데, 어떻게 책정하면 좋을까 하다가 기준을 대전시 생활임금으로 해보자고 했어요. 한 달에 그 활동에 몇 시간을 써야 하는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 테니까요. 

 

상근자 활동비보다 더 많이 나가는 거 아녜요? (웃음) 

근데 생각보다 인건비가 필요하다는 팀은 거의 없었어요. 칼 같은 기준에 맞춰서 하기보다 최대한 사업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맞춰보자는 목표로 진행 중이고 현재 5개 팀이 돌아가고 있어요. 

 

최근 대전참치 상근자가 4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는 기사를 봤어요. 2명으로 줄었는데 운영은 어떻게? (웃음)

이 사업은 활동가들이 직접 지원하는 게 아녜요. 

 

그래도 어쨌든  ‘운영팀’으로 각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돕는 일이 간단치는 않을 텐데요. 

그렇죠. 활동가 투입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활동가들이 직접 다 관여하고 감당하는 구조로 갈 가능성이 크거든요. 물론 직접 지원은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아예 손 뗄 수는 없어요. 체크도 하고 점검도 해야 하고. 그래서 처음엔 어느 정도 조직한 부분도 있어요. 참여할 만한 사람들을 타겟팅해서 홍보도 하고요. 이제 한 1년 지나고 나면 결과가 나올 거잖아요. 그런 게 쌓이면 저런 게 있구나, 나도 할 수 있겠네, 그렇게 좀 더 확대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내부에서 논란은 없었나요? 이걸 왜 하느냐라든가. 

있죠. 왜 돈을 그런 데 쓰느냐. 그 욕을 제가 먹고 있습니다. 독재를 한다고.(웃음) 

 

돈은 얼마나 들어요? 

책정된 예산이 3천만 원이에요. 대전참치 1년 예산이 2억 정도인데, 적은 돈은 아녜요. 

 

3천만 원이면 (1년 예산의) 15%네요. 와우, 십일조보다 더 큰 돈을!

지역단체 재정지출의 대부분이 인건비예요. 상근자가 4명에서 2명으로 줄어든 것도 부분적으로는 이 실험 때문이에요. 하지만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시민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매칭후원을 받아서 해결해 보려고 해요. 구체적으로 이런 사업을 하는데 직접 참여하셔도 좋고 우리 단체에 후원하셔도 좋다, 여러분이 후원하면 이런 사업에 쓰인다, 내년에도 이런 사업을 할 수 있다, 이렇게요. 

 

월간 참여사회 2019년 9월호 (통권 268호)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누구나 시민활동가’ 신청 페이지 캡처화면. 회원이 아니어도 시민 누구나 champeople.kr에 접속해 신청할 수 있다 

 

제가 알기로 대표 중 한 분이 되게 젊죠? 그분을 대표로 뽑은 이유, 그분이 대표가 되어야 했던 이유는 뭐예요? 

나이로는 올해 서른이세요. 단체에 젊은 청년회원이 없다고 하는데 젊은 청년 회원들을 데리고 오려면 그에 맞는 권한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중간다리 역할을 할 사람이 당연히 필요한 거고요. 그만한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제가 처장 되는 해에 그 분을 추대하게 됐죠. 

 

보통 대표가 일을 많이 하려면 할 수 있고 안 하려면 안 할 수 있는데, 이 젊은 대표님이 주로 맡는 역할과 일은 뭐예요? 

‘누구나 시민활동가’ 운영팀도 하고 계시고, 청년정책 모니터링이나 보고서를 같이 만들기도 해요. 시의회 모니터링도 거의 활동가 급으로 맡아주고 계세요. 그러라고 대표로 세운 거고요. 

 

(젊은 대표 선임이) 굉장히 새롭기는 하지만 왜 저 사람이 대표가 되어야 하느냐고 문제제기 하는 사람은 없었나요. 

있죠. 불만을 갖고 계신 분도 있고요. 그런데 젊은 대표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대체로 동의하시는 것 같아요. 연차나 연공주의로 가면 청년이 (대표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태어날 때부터 자원활동을 하지 않는 한 청년들이 어떻게 연공이나 경력을 쌓을 수 있겠어요. 

 

그럼 이 분은 그래도 단 몇 년간이라도 회원이었어요? 

그럼요. 그런데 회원투표에서 역대 최대 반대표 나왔죠. 

 

아 그래요? 난 또 역대 최다 찬성표가 나왔다고 하실 줄 알았는데 (웃음) 역시 논쟁적이군요. 

그렇다고 반대표가 막 30% 이상 되고 이런 건 아니고요, 보통 10표 남짓인데, 2~3명 정도 더 나왔다는 거죠. 아무래도 (반대하시는 데는) 그 이유가 제일 컸어요. 회원만 했지 단체에서 기여한 게 뭐 있냐는.  

 

회원 투표는 직접 와서 하나요? 투표율은 어느 정도 돼요? 

온라인 투표이고 보통 2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한 250명 정도. 

 

정리 좀 해볼까요? 지금 이런 실험을 하고 있는데 어느 지점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뭐가 가장 고민스럽다 하는 게 있다면요.

고민의 시작은 그거였던 것 같아요. 말라죽을 거냐 한 방에 날아갈 거냐. 이대로 있어도 10년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후에도 과연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시민운동을 할 수 있을까 확신이 없었던 게 사실이고, 그럼 우리 단체가 아니라 시민사회 영역을 넓히는 방식을 고민해보자, 시민들이 시민운동을 할 수 있도록 그동안 쌓아온 능력과 장점들을 활용할 방법을 찾아보자. 그래서 ‘플랫폼’을 고민하고 도전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아기자기하게 재밌게 하고 있어요. 잘될 거라고 생각하고. 설사 망한다 해도 다른 방식을 찾아나갈 동력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시민활동가’에 참여한 사람들뿐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과의 네트워크가 생기고 단체도 그만큼 강해지거든요. 

 

하여간 이 실험으로 지역에서 평판은 좋아졌을 것 같아요. 실제로 후원은 늘었나요? (웃음)

그 결과물은 오는 10월에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웃음) 근데 어쨌든 북적북적 새롭게 움직이는 모습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같이 사는 분이 이진영 전 서울 참여연대 모 간사님이죠? 평생의 동반자를 참치에서 만났는데, 참치에 노력봉사를 많이 해야겠네요. 참치 집행위원장 종신해야 하는 거 아녜요? (웃음) 

네. 그렇습니다.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가 아니었으면 제가 어떻게 결혼을 하고 살 수 있었겠습니까(웃음)  

 


글.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사진. 이한나 미디어홍보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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