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07월 2009-07-01   882

칼럼_시민사회 목조르는 검은 손길




시민사회  목조르는 검은 손길



박영선 『참여사회』편집위원장


능소화 덩굴이 벌써 남의 집 담을 넘고 있네요. 한두 달 일러 만개해버리는 꽃들 탓에
예전처럼 무슨 꽃이 피면 봄이네, 여름이네 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누구는 ‘꽃이든 사람이든 철부지들이 워낙 많은 세상이라’고 하던데요. 그래서 그런지 세상 순리가 무엇인지 헷갈리기만 합니다.
새삼스레 시국을 한탄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와 지근거리에서 활동했던 박원순 변호사가 지난 6월 한 시사지에서 밝힌 내용에 대해서는 한 마디 해야겠습니다.
김 선생도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했겠지만, 국정원에서 박원순 변호사를 사찰하고,
그가 주력하여 활동하고 있는 희망제작소에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거 아닙니까?
 
사찰이란 남의 행동을 몰래 엿보아 살피는 것입니다.
왜 그들은 박변호사의 행동을 몰래 엿보고 살피는 걸까요? 과연 무슨 혐의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자 하는 걸까요? 세간에 떠도는 얘기를 모아보니
그가 2008촛불의 배후라는 혐의를 받고 있더군요.
광장에서, 온라인에서 촛불을 밝혔던 이들이 한결같이 배후가 누구라고 천명했는데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려 하지 않더니… 결국 애먼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고 있었습니다.
촛불 시민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몰라도 너무 모릅니다. 하긴 깊은 고뇌 끝에 난생 처음 시위에 나왔을 나이 지긋한 어른에게 용감하게도 ‘세뇌당한’거라는 막말을 할 정도니, 말해 뭐하겠습니까.
박원순 변호사가 차기 대권 주자라는 설도 유력하더군요. 박 변호사가 대통령 후보에 나온다는 말은 금시초문이라구요? ㅎㅎ 그러니까 김 선생도 가끔 증권 찌라시나 황색 저널도 접해야 한다니까요.
요즘은 시사 토론회 진행자도 선호하는 정치인 여론 조사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잖아요.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리더십의 본보기로 보이는 박원순 변호사 같은 사람이 대권 후보로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저는 평소 박 변호사 거취에 대한 왈가왈부는 시민단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기대감이라는
세상인심으로 읽어야한다고 생각하는 터라, 장삼이사의 바람을 그리 오해하고 정적을 제거하듯이  사람의 손발을 묶어두는 행태가 유치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시국의 주도권은 그 유치한 무리가 잡고 있으니 당분간 박 변호사의 행보는 자유롭지 못하겠지요.
김 선생도 잘 알다시피 그의 생각과 활동은 유리알처럼 투명합니다. 원순 닷컴을(www.wonsoon.com) 방문해보았나요? 만약 사람들이 그에게 관심이 있다면, 관심을 가질 만 하다면 그야말로 알아야 할 모든 것이 시시콜콜 공개되어 있습니다. 그 이상의 관심은 지나치거나 부당하겠지요. 더욱이 지나친 관심의 배경이 불순하다고 하거나, 불법적인 경우에는 더 이상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불순하고도, 불법적인 부당행위들이 박변호사만 겨누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귀동냥을 해보니 시민사회의 여러 인사들이 사찰을 당하고, 그 인사들이 관여하는 기관이나 단체에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압력들이 행해졌다고 합니다. 제가 굳이 김 선생에게 남의 집 일만 옮길 필요는 없군요. 많은 분들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참여연대가 현 정부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거란 말을 했습니다. 특히 촛불 정국 이후에는 참여연대가 정권의 표적이 되었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건네는 분들이 꽤 있었지요. 하지만 집권 정부의 정치적 호불호에 장단을 맞추어 본 적이 없는 참여연대가 조심하는 게 어떤 건지도 모르겠고, 그럴 이유도 없기에 그저 흘려버리는 수밖에 없었지요.
참여연대 15년 궤적을 잘 아는 김 선생이 누구보다 잘 알겠지만, 참여연대는 특정한 정책에 대해서만 입장을 가졌을 뿐, 정권 자체에 대한 정치적 태도를 표명한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현 집권 세력들은 듣기에도 민망한 ‘좌빨’이라는 용어를 들이대며 참여연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작년 참여연대 후원의 밤을 앞두고 제가 경험한 일이 그 증좌 중 하나이겠지요. 이른바 촛불 후폭풍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실체를 알 수 있었습니다. 후원의 밤 행사가 열린 당일, 분위기가 안 좋아 행사장에 갈 수 없다는 전화를 여러 통 받았습니다. 행사장 코앞까지 와서 결국 들어오지 못한 채 마음만이라도 전하겠다며 밖으로 저를 불러내신 분도 있었지요. 오랫동안 친구처럼 지내며 참여연대를 물심양면 후원했던 한 지인이 끝내 버티지 못하고 참여연대를 탈퇴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전해왔을 때는 참담하기까지 했습니다.
누가 그렇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냐구요? 저는 박 변호사처럼 감옥에 갈 작정을 할 만큼 용기있는 사람은 아니기에 모든 것을 말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그 분들이 회원 탈퇴를 한 것이나,
참여연대 행사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 자발적이지 않았다는 건 분명합니다. 직간접 압력을
행사한 기관의 본래 역할이 참여연대 회원 활동이나 후원 행위에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 변호사가 국정원을 지목해 불법성을 제기한 것은 매우 정당하지요. 하지만 부당한 개입을 통해 시민사회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활동을 훼손하려는 시도가 어디 국정원 뿐이겠습니까.
아무리 ‘잃어버린 10년’ 동안 한이 맺혔다고 해서 과거 억압주의 정부 시절의 만행을 되풀이하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에 독이 될 터인데, 왜 그런 상식을 모른 체 하는지 마음이 무겁습니다.
박원순 변호사가 블로그에 썼던 내용처럼 제발 현 집권 세력이 “편협한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좌우갈등 조장과 이른바 ‘좌파사냥’정책을 폐기하고 국정 전반에서 실용주의 노선을 취하”기를 간곡하게 청할 뿐입니다.
그리고 나아가 “시민사회 고사정책을 폐기하고 그 존립과 발전을 보장하고 지원하며,
광범한 차원에서의 시민사회·주민단체들과의 거버넌스 시스템을 복원”하기를 바랍니다.
쓰다 보니 또 시국 성명이 되어버렸군요. 창졸간에 좌익폭력세력이 되어버린 시민단체 활동가의 분노와 한탄을 도량 넓은 김 선생은 이해해주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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