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7년 10월 2017-10-01   282

[통인뉴스] 검찰 셀프개혁은 이제 그만!

검찰 셀프개혁은
이제 그만!

견제하고 견제 받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해야

 

글. 김희순 사법감시센터 간사 

 

공수처

 

“최근 노태우 비자금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이미 혐의를 확보하고서도 명백한 직무유기를 범한 검찰이 부패척결의 공정한 기관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신뢰하지 않고 있다.” 1996년 「부패방지법」 입법청원안의 일부분이다. 1996년 참여연대는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이하 ‘공수처’) 설치를 포함한 「부패방지법」을 입법청원하였다. 2017년에도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입법청원하였다. 

 

2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사이 참여연대는 용산에서 안국으로, 다시 통인동으로 이사를 했고, 온라인 연락처는 천리안, 하이텔이 아니라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바뀌었다. 그러나 정작 입법취지는 바뀌지 않았다. ‘노태우 비자금 사건’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바뀌었을 뿐 권력형 비리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검찰의 솜방망이 처분 또한 여전하다.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우리는 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가? 공수처는 21년간 폐기되어온 대안 아닌 대안인가, 아니면 21년간 채택되지 못한 것인가?

 

잘린 도마뱀 꼬리는 다시 자란다 – 검찰 셀프개혁의 한계

촛불이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난 5개월 가장 바쁜 곳 중 하나는 다름 아닌 검찰이다. 박영수 특검으로부터 국정농단 수사를 이어받았을 뿐만 아니라,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 이명박 정부 당시 블랙리스트 사건 등 지난 10년간의 적폐청산의 임무가 적폐의 ‘부역자’로 지목되었던 검찰에게 주어진 것이다. 검찰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혐의가 드러날 때마다 검찰은 ‘부역자’가 아닌 ‘영웅’이 되어가고, 비판이 아닌 응원을 받고 있다.

검찰이 이제는 달라진 것일까? 검찰은 마치 위기에 처한 도마뱀이 스스로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듯 최소한의 환부만 도려내며 여론이 잠잠해지길 기다리길 반복해왔다. 그러나 도마뱀의 꼬리는 어느 사이에 다시 자라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공수처 반대를 위한 반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수처 반대가 반복, 재생산되고 있다. 독립적인 수사기구인 공수처가 초헌법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 사례를 떠올린다면 타당성이 없다. 전 세계에 유례없는 기구라고 반대한다. 그러나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수사하는 독립된 기구로 영국의 중대비리수사처(SFO) 등 해외사례가 있다. 공수처 반대론자들은 해외사례가 공수처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히려 수사권과 공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의 검찰이 유례없다.

공수처가 ‘옥상옥’ 또는 ‘정치적’일 것이라며 반대한다. 이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검찰 이외의 수사·기소 기구를 별도로 만드는 이유가 다름 아닌 ‘정치적’으로 수사권, 기소권을 오남용하지 않고 ‘제대로’ 할 수 있는 ‘옥외옥’ 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도 설계를 통해 해소될 수 있는 문제점을 내세워 공수처 설치를 원천봉쇄하는 것은 타당성이 부족하다.

 

견제하고 견제 받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난 9월 참여연대는 공수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마련하고 이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소개로 입법청원하였다. 참여연대는 공수처가 ‘옥상옥’이 되거나 ‘정치적’이지 못하게 하는 견제장치를 고심하여 만들었다. 

 

공수처 처장을 어떻게 선출하느냐가 관건이다. 공수처 독립성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국회에 추천위원회를 두고 추천위원회가 두 명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중 한 명을 임명하고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도록 하였다.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등 당연직을 두지 않았다. 사실상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될 수 있는 사람들이 추천위원회에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한 추천위원회를 국회에 둘 경우 추천위원회가 국회의 의석배분을 그대로 반영하고 다수당의 횡포 또는 소수당의 배제가 있을 수 있다. 이에 하나의 교섭단체가 과반 이상의 위원을 추천할 수 없도록 하였다. 대통령이 두 명의 후보자 중 한 명을 고를 때에도 국무회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대통령을 다시 한번 견제하도록 하였다. 

 

처장, 차장, 특별검사가 공수처 퇴직 후 5년간 검사로 임용되거나, 정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및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제한을 두었다. 훗날을 대비함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국회를 통한 시민의 감시와 견제도 빠져서는 안 된다. 공수처는 매년 정기국회에 사업보고서 등을 제출하고 수사처 규칙을 제정 및 개정할 경우 국회에 보고하고 의견을 듣도록 함으로써 처장을 견제하도록 했다. 또한 개인, 법인 또는 단체가 처장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천거하거나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참여연대는 무엇보다 공수처가 제2의 검찰이 되지 않도록 견제장치를 중요하게 고려하였다. 공수처 도입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것은 다름 아닌 검찰이 ‘제대로’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직 검사는 물론 검사로 5년 이상 근무하였거나, 검사의 직에서 퇴직한 후 3년이 경과하지 않은 사람은 처장, 차장, 특별검사가 될 수 없도록 하였다. 검사 출신의 공수처 진입 장벽을 높게 설정한 이유는 검사의 청와대 편법 파견에서 드러난 병폐 때문이다. 

 

‘이제는’

지난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공수처 법률안을 발의하였으며, 홍준표를 제외한 다른 대선후보들이 공수처 설치를 공약으로도 내걸었다. 공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회의 손안에 있다. 서로 견제하고 견제 받는, 얽히고설킨 견제와 균형이 공수처 설계의 핵심이다. 이제는 공수처 논의를 본격화해 공수처를 탄생시킬 때이다. 또다시 도마뱀의 꼬리가 자라도록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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