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8년 06월 2018-06-02   2360

[특집] 살아있는 자연박물관, 비무장지대

특집2_비무장지대를 상상하다

살아있는 자연박물관,
비무장지대

글.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지구상의 마지막 비무장지대를 걷다』 저자 

 

생태축

비무장지대와 백두대간이 만나는 한반도 생태축의 정점인 지역 ⓒ서재철

 

비무장지대는 전쟁과 정전으로 형성된 공간이다. 인간의 전쟁이 자연에게는 또 다른 공간을 열어 주었다. 역설의 땅이다. 비무장지대의 자연은 확실히 유례가 없는 곳이다.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북반부 온대림에서 거의 유일한 자연지역이다. 원시림은 아니지만 원시림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60년 동안 인간의 정상적인 접근과 행위가 제한된 곳이다. 

 

정부는 지난 2002년 한반도 자연생태계의 종축으로 백두대간을 횡축으로 비무장지대를 설정했다. 한반도 허리를 이어가는 생태계의 중추가 비무장지대인 것이다. 비무장지대는 무엇보다 다양한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100년 근대화 산업화 이전의 자연이 248km 생태축에 그대로 펼쳐져 있는 것이다. 산림과 계곡, 하천과 습지 등을 비롯하여 평원림, 하반림, 농경지습지 등 자연의 모습을 띤 온갖 경관과 서식지가 응축되어 있다. 생물들이 살아가는 자연의 모습은 다양하다. 한반도에 존재하는 온갖 모습의 자연은 비무장지대에 켜켜이 붙어서 연결되어 있다. 자연은 50년만 지나도 스스로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속성이 있다. 전쟁 이후 60년이 지나면서 비무장지대는 살아있는 자연박물관이 되고 있다.   

 

한반도 생물종의 40%가 서식하는 곳 

비무장지대는 한반도 생물종의 40%가량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그만큼 생물다양성이 아주 높다. 특히 서부전선은 습지의 천국이다. 비무장지대에는 습지가 전 구간을 거쳐 다양하고 넓게 분포한다. 주로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을 관통하는 물줄기와 함께 발달했다. 반세기 넘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기 때문에 비무장지대 일원의 모든 물줄기 주변이 자연천이 과정을 거쳐 습지로 변한 상태이다. 지리적으로는 동부지역보다 중서부지역의 저지대에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고, 동부지역으로는 계곡습지나 호수 등의 형태를 띤다. 

 

평원림 

서부전선 파주 비무장지대의 평원림 사이의 묵은 농경지와 습지 ⓒ서재철

습지 

비무장지대 곳곳에 습지가 펼쳐져 있다 ⓒ서재철

 

파주부터 연천의 사미천을 지나서 철원의 역곡천까지는 논이 변모하여 습지를 형성한 경이의 지대가 펼쳐진다. 국제사회는 이미 습지의 범주에 농사를 짓는 논도 중요하게 포함하고 있다. 논습지다. 그런데 농사를 짓다가 중단된 채 자연으로 되돌아간 곳은 예외 없이 습지로 접어든다. 자연의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역동성의 무대다. 비무장지대 서부전선은 곳곳에 습지가 펼쳐져 있다. 하천, 저수지, 둠벙, 논 등이 전쟁 이후 스스로의 모습으로 거듭나면서 습지로 정착되었다. 습지를 고정된 공간으로 이해했던 인식을 뒤흔들 정도다. 파주부터 철원까지 서부전선의 습지에서 중부전선의 철원평야까지는 국제적인 보호종인 두루미, 재두루미, 저어새, 흑고니 등의 서식한다. 특히 파주 사천강, 사미천, 임진강, 철원평야에는 두루미와 재두루미의 가장 안정적인 서식지다.  

 

동부전선 비무장지대는 한반도 중부 산림생태계의 전형을 보여준다. 신갈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림과 금강소나무 군락이 어우러진 숲이 형성돼 있다. 신갈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물박달나무, 산벚나무, 고로쇠나무, 음나무, 가래나무, 귀종나무, 신나무, 당단풍나무 등 한반도 중부 산림생태계의 전형을 보여준다. 

 

솔채꽃 

중동부전선의 솔채꽃 ⓒ서재철

왜솜다리 

동부전선 가칠봉의 왜솜다리 ⓒ서재철

 

깊고 울창한 천연림과 야생동물의 지상낙원 

비무장지대와 연결된 민통선지역은 울창한 산림생태계를 자랑한다. 민통선은 산림의 품이 얼마나 깊고 드넓은지를 부족함 없이 보여준다. 사방으로 산림이 펼쳐져서 그 속에 젖어 드는 기분이 들 정도다. 중동부전선의 한가운데를 파고들어 철책선은 이어지고 그 길을 따라서 주변은 산림의 깊은 품으로 이어진다.

 

중동부전선 천불산부터 삼천봉-적근산-백암산-백석산-가칠봉-백두대간-건봉산-까치봉으로 이어지는 비무장지대의 산악지대는 깊고 깊은 골짜기와 울창한 천연림을 자랑한다. 비무장지대와 그 뒤로 민통선 지역은 끝없이 이어지는 천연림지대다. 이 지역 중 민통선 지역 전체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되어 있다.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등의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에는 반달가슴곰, 사향노루, 산양, 수달, 담비, 하늘다람쥐, 삵 등 국내의 대표적인 포유동물이 모두 살고 있다. 중동부전선과 동부전선의 비무장지대는 국내 제일의 야생동물 보고로 안정적인 서식지다. 특히 포유동물에게 최고의 터전이다. 이는 비무장지대가 한반도 자연생태계의 횡축이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비무장지대는 포유동물을 비롯한 야생동물의 안정적인 서식지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 인간의 간섭이 다른 지역보다 현저히 적다.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은 일부 군사시설 이외에는 대부분 야생의 공간이다. 

 

고라니 

서부전선 연천에 서식하는 고라니 ⓒ서재철

검은딱새

와 철원 비무장지대 철책선에 앉은 검은딱새 ⓒ서재철

 

적근산-백암산-백석산-백두대간-건봉산까지는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일대에 남한을 대표하는 야생동물의 최고 서식지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 사향노루, 산양 등의 안정적인 서식지다. 군인들과 군사시설 이외에 일체의 인간의 활동과 인위적인 개발 행위가 없다. 그래서 멸종위기 동물에게는 지상낙원과도 같은 곳이다. 

 

비무장지대에서 사람과 동물들이 공존한다. 남한에서 동물들이 사람을 회피하지 않은 곳은 비무장지대와 민통선뿐이다. 이 이외의 지역에서는 야생동물들이 인간을 철저히 회피한다. 백두대간도 국립공원도 야생동물에게는 힘겨운 마지막 피난처다. 

 

철원평야 비무장지대의 풍경

철원평야 비무장지대의 풍경 ⓒ서재철

 

 

특집. 비무장지대를 상상하다 2018-6월호 월간 참여사회 

1. 비무장지대의 역사와 유엔사령부 

2. 살아있는 자연박물관, 비무장지대 

3. 10년 후의 비무장지대 

4. 내가 꿈꾸는 비무장지대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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