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11월 2020-11-01   1039

[떠나자] 도심 속 생태 놀이터 시흥 갯골과 소래포구

도심 속 생태 놀이터
시흥 갯골과 소래포구 

 

월간참여사회 2020년 11월호 (통권 280호)

경기도 시흥시 갯골생태공원 Ⓒ정지인

 

비대면과 ‘집콕’이라는 새로운 일상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답답함과 현실의 어려움까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살기 위해 코로나와 불편한 동거에 적응하고 있을 뿐 우리 마음을 지키는 데는 예전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다. 계속 마음 관리를 해야 할 때다. 여행으로 마음의 힘을 키워줄 늦가을 여행코스를 제안한다.

 

옛 염전 터의 정취가 한가득, 시흥갯골생태공원

경기도에서 가볼 만한 곳, 시흥갯골생태공원이다. 옛 염전 터와 갯골의 풍경이 고즈넉하고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곳이다. 몇 년 전 처음 시흥갯골생태공원에 갔을 때 살짝 놀랐다. 도심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자연의 숨결이 가득한 조용하고 아름다운 생태 공간이 숨어있다는 것을 발견해서다. 시흥 갯골은 경기도에서 유일한 내만갯벌이다. 내륙에 있는 갯벌이란 의미다. 서해와 이어진 근처의 월곶과 소래포구를 통해 바닷물이 내륙으로 깊숙이 들어와서 형성된 습지다. 2012년부터 국가 해양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는 곳이다. 

 

갯골은 조석 차로 바닷물이 들고 날 때 물이 들어오는 물길이다. 갯벌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젖줄이다. 그래서 갯골은 다양한 생물들의 터전이 된다. 시흥 갯골에도 농게, 방게 등 저서생물, 저어새 등 다양한 조류, 칠면초 퉁퉁마디 등 염생식물이 깃들어 있다. 시흥갯골생태공원을 찾으면 여러 체험이 가능한데, 자유롭게 갯골 탐방코스를 걸으며 관찰해도 좋고, 사전예약을 해서 생태해설을 들어도 된다.

 

시흥 갯골은 오랫동안 염전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1934년 일제강점기 처음 소래염전으로 개발되었다. 여기서 생산된 소금의 상당수가 수인선과 경부선 열차를 통해 부산항으로 옮겨져 일본으로 반출되었다고 한다.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한 소래염전은 지금은 폐장되고 붉은 칠면초와 나문재 등 갯벌 식물들만이 벌판을 가득 메우고 있다. 공원 안에는 염전체험장도 조성돼 있어 직접 소금을 만드는 염전체험도 가능하다.   

 

떠나자
1 갯골 입구      

2 염전 터  

3 흔들전망대    

4 협궤열차 선로 흔적이 남은 보행로 

 

가슴 속까지 뻥 뚫리는 광활한 들판의 풍경 

올가을, 시흥 갯골을 다시 방문했을 때 가장 좋았던 것은 넓은 하늘과 들판을 하염없이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파란 하늘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때라 그렇기도 했겠지만, 광활한 염전 터를 바라보는데 그렇게 가슴이 시원할 수가 없었다. 파란 하늘과 그 아래로 펼쳐진 칠면초가 흐드러진 들판을 바라보며 걷는 길이 마음에 큰 위로가 됐다. 아마도 우리 모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텅 빈 공간, 시원한 바람, 혼자서 즐기는 여유로운 여행길 같은 거 말이다. 

 

길을 걷다 보니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많고 그늘막을 가져와 허용된 공간에서 가족끼리 즐기는 모습도 눈에 띈다. 저마다의 야외생활로 답답한 코로나 일상을 극복하고 자연의 활력을 찾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공원 중간에 있는 흔들전망대에 오르면 한눈에 일대를 조망할 수도 있다. 360도 사방이 뻥 뚫린 시흥 갯골과 염전 터, 저 멀리 인근 아파트까지 눈에 담으며 시원한 기분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11월에 시흥 갯골을 찾는다면 알록달록한 가을꽃은 이미 지고 없겠지만, 억새와 갈대들이 조용히 우릴 반겨줄 것이다. 고요함과 호젓함은 더 좋을 것이다. 여전히 갯골을 지키고 있을 농게와 방게, 오리와 철새도 환영해 줄 테고. 

 

시흥갯골생태공원은 가까이 영동고속도로와 외곽순환도로가 지나고 있어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4호선 안산역에서 버스를 타고 간다면, 대중교통도 나쁘지 않다. 휴일엔 인파가 좀 몰리는 편이지만, 주차장이 넓고 반려동물 동반도 가능하다. 연중무휴 열린 공간이니 언제라도 마음만 낸다면 방문하기 좋다. 

 

싱싱한 새우젓을 만날 수 있는 소래포구 어시장 

시흥 갯골에 왔다가 들려볼 만한 곳으론 소래포구 어시장을 추천한다. 갯골에서 차로 10분이면 닿는 가까운 거리로, 식사를 해결하고 싱싱한 수산물을 구입해 갈 수도 있다. 소래포구는 서해와 맞닿은 곳으로, 오래전부터 새우잡이 배가 드나드는 항구 주변에 어시장이 형성돼 왔다.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아 특히 김장철이면 새우젓 등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2017년 소래포구 어시장에 불이 난 뒤 아직도 복구공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장을 보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새우젓뿐 아니라 제철 수산물들이 가득하다. 활기가 넘치는 어시장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소래포구는 예전에 수인선 협궤열차가 지나던 곳이다. 지금은 폐선되고 새로운 철로가 운행 중이지만 옛 철로를 없애지 않고 시민들의 보행통로로 남겨뒀다. 이 다리가 남겨져서 사람들이 소래포구 수인선 협궤열차를 계속 기억할 것이다.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이 다리를 건너면 시흥 월곶이다. 뚜벅이 주민들에겐 여전히 꽤 편리한 지름길이다.  

 

❶  좁은 철길이라는 뜻으로, 표준궤보다 폭이 좁은 궤간을 가진 철도 선로를 말한다 

 
방금 소개한 여행지를 영상으로 보고 싶다면? 

유튜브에서 홀가분지인여행을 검색하세요! 

 

 


글·사진. 정지인 여행카페 운영자

희망과 용기를 주는 여행, 성장하는 여행, 모두에게 평등한 여행을 꿈꾸는 여행카페 운영자입니다. 여행으로 바꿔 가는 세상, 우리 모두의 행복한 일상을 꿈꿉니다.

 

>> 2020년 11월호 목차보기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