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8년 12월 2018-12-01   331

[통인뉴스] 지방분권에 앞서 바꿀 건 바꿉시다

지방분권에 앞서 바꿀 건 바꿉시다

지방자치단체장 인사권의 견제와 지방의회 불투명성 개선이 필요하다

 

글. 박근용 참여연대 집행위원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참여연대가 소속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지방행정과 의회 개혁을 위한 방안> 네 가지를 발표했습니다. 지역 주민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지역의 공기업 사장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사권을 견제하고, 지방의회 표결 과정에 숨어있는 불투명성을 개선하자는 등의 방안이었습니다. 6월 지방선거로 시작된 민선 7기❶, 그 사이 얼마큼 달라졌을까요?

 

인사청문회 도입, 남은 곳은 세 곳뿐…최소 기준도 법률로 정해야

먼저 더 많은 지방의회가 지자체장이 임명하는 지역의 공기업이나 공단 사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관련 법률을 마련하자는 제안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민선 6기까지는 지방의회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지 않았던 부산, 경상남도, 충청남도가 지방의회와 지자체장 사이의 인사청문·검증 실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또한 인천의 경우, 그전에는 정무부시장에 대해서만 인사간담회를 실시했으나 민선 7기에 들어 인천도시공사, 인천시설공단 등 인천 5개 공기업 사장까지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세종특별자치시를 제외한 전국 16곳의 광역단위(특별시, 특별자치도, 광역시, 광역도) 중 여전히 인사청문회가 실시되지 않은 곳은 울산, 전라북도, 충청북도 세 곳뿐입니다. 

 

그런데 지역마다 차이가 큽니다. 부시장이나 부지사를 인사청문회 대상으로 삼는 곳은 인천과 제주도뿐입니다. 경기도, 경상남도의 경우, 후보자의 도덕성이나 부패, 비리의혹에 대한 검증은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도지사와 도의회가 합의했습니다. 인사청문회 진행 시간도 국회처럼 넉넉한 지역이 있는가 하면, 강원도와 서울시 등은 단 하루, 경기도와 경상남도는 각각 6시간과 4시간 동안만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실 있는 인사 청문을 위해서는 청문회 준비 시간도 넉넉해야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기간인 20일의 절반밖에 안 되는 곳들도 있습니다. 광주, 부산, 서울, 전라남도는 청문회 준비기간이 10일이고, 경기도와 경상남도는 단 7일뿐입니다. 참고인이나 증인 출석요구권을 가지지 못한 지방의회도 많습니다. 강원도, 경기도, 경상북도, 전라남도, 충청남도 그리고 광주, 대구, 부산이 해당됩니다. 

 

법률이나 조례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과 의회 간의 협약으로 청문회를 도입하다 보니 이런 모양이 된 것입니다. 전국의 모든 지역에서 인사청문회가 실시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방의회 인사청문회의 내실화를 위한 최소 기준을 법률로 정해야 할 때입니다. 

 

민선 7기,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무기명 투표

다음으로 지방의회 본회의에서 안건을 처리할 때 찬성 또는 반대한 의원의 명단을 남기지 않는 무기록 또는 무기명 투표를 중단할 것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❷ 대부분 지방의회 본회의에서는 조례 제개정이나, 예산안, 공유재산처분안, 결의안, 감사청구 안건 등을 ‘이의가 없으면 가결’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만장일치 통과입니다. 

 

그런데 각 정당과 의원 또는 지역주민들 사이에 의견차이가 있어 찬반 표결을 해야할 경우가 간혹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의 지방의회에서는 무기명 투표를 하거나 손을 드는 거수투표를 한 뒤 찬성과 반대 의원의 명단은 회의록에 남기지 않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방의원들이 외부 압력에 흔들리지 않고 의정활동을 하기 위함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의원들의 무책임성과 국민의 알권리 봉쇄라는 점에서 심각한 사안입니다. 특히 정책과 예산에 관한 사항을 무기명으로 처리하는 것은 국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물론 본회의에서 국회의원들이 원할 경우 법안이나 결의안 등의 안건 표결방법으로 무기명 투표를 채택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 실행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그 정도의 책임성은 있어야 한다는 문화가 국회 전통으로 정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민선 7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곳곳에서 벌써 무기명 투표 사례가 나왔습니다. 지난 8월과 9월, 춘천시의회는 「춘천시 공무원 정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나주시의회는 「나주시 공론화위원회 설치 및 운영조례안」을 각각 무기명 투표로 처리했습니다. 광주광역시 북구의회와 안양시의회도 지난 9월과 10월 무기명 투표로 안건을 처리했습니다. 충청북도의회는 지난 9월, 무기명 투표 할 수 있는 요건을 ‘재적의원 과반수’에서 ‘본회의 출석의원 과반수’로 낮추도록 의회 회의규칙을 수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무기명 투표 사례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나올지 모릅니다. 지역 주민들이 꼭 알아야 할 안건이 지방의회에서 통과됐는데 찬성과 반대를 한 의원이 누구였는지는 영원히 알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경상남도의회는 그 가운데서도 모범지역입니다. 찬반의견이 갈리는 안건은 모두 기명 표결을 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지방의회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지방의회라고 경상남도 의회처럼 하지 못할 이유가 없고, 국회처럼 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 국민인 동시에 각 지역 주민입니다. 지방분권에 앞서 바꿀 건 바꿔야 합니다. 

 

월간참여사회 2018년 12월호(통권 261호)

지난 10월 23일, 안양시의회는 「월곶~판교 복선전철 만안역(가칭) 신설 등 사업시행 협약체결 동의안」을 무기명 투표로 처리했다   출처 KBS

 


❶ 박정희 군사독재 이후 첫 지방의회 의원 선거는 1991년에 실시되었고, 지방자치단체장은 1995년에 들어 지역주민의 선거로 뽑았습니다. 그래서 1995년부터를 ‘민선 지방자치’ 시대로 부르기 시작했고, 1998년 7월 1일까지 임기(3년)를 마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민선 1기라고 하고, 그 후부터는 4년 임기 단위로 나누어 부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2018년 7월부터는 민선 7기라고 부릅니다.

❷ 「월간참여사회」 2018년 6월호 54쪽 <무기명 투표 뒤에 숨어버리는 지방의회를 바꾸자> 기사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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