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9년 10월 2019-10-01   1913

[통인뉴스] 매년 등장하는 ‘슈퍼예산’ 진실은 무엇일까?

매년 등장하는 ‘슈퍼예산’ 진실은 무엇일까?

2020년 정부 예산안 발표에 부쳐 

 

글. 김용원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

 

월간참여사회 2019년 10월호

지난 8월 발표된 2020년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는 약 513.5조 원으로 중앙정부 예산이 500조 원을 넘은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 때문인지 많은 언론에서 연일 ‘슈퍼예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재정이 어마어마한 규모로 늘었다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슈퍼예산’이라는 단어가 올해 처음 사용된 것은 아닙니다. 1년 전에도, 2년 전에도 아니 심지어 5년 전에도 예산안이 발표되는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슈퍼예산’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습니다. 이쯤 되면 누구나 궁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왜 정부 예산은 매년 발표될 때마다 ‘슈퍼예산’이라고 하는 걸까요? 예산 규모가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까요? 정말 우리나라는 매년 예산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쓰는 것일까요?

 

팩트체크 ➊ 우리나라 정부 지출은 정말 슈퍼예산인가?

예산의 많고 적음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사실 예산의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마치 ‘유리컵 안에 물이 반이나 남았네’와 ‘유리컵 안에 물이 반밖에 안 남았네’처럼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재정 규모를 판단할 때 국제 비교를 위해 가장 많이 참조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바로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입니다. 대표적인 경제지표인 GDP를 기준으로 국가별 정부의 재정 규모를 비교하는 데에는 대체로 큰 이견이 없습니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10월호 (통권 269호)

 

그렇다면 GDP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 정부의 재정 지출은 어느 정도일까요? 한국 정부의 지출은 OECD 주요 국가는 물론 OECD 평균에 비해서도 GDP 기준 10%P 정도 적습니다. 2017년 우리나라 GDP가 1,800조 원을 넘은 것을 감안하면 ‘GDP 기준 10%P’는 약 180조 원이 넘는 액수에 해당합니다. 결국 우리 정부가 OECD 평균보다 180조 원 적게 쓰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게 보면 현재 우리나라 정부 지출을 ‘슈퍼예산’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정부가 작은 규모의 재정을 운용하게 되는 주된 원인은 재정 운용에 쓰일 세입, 즉 세금이 적은 것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금이 적다는 말에 아마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틈만 나면 각종 언론에서는 ‘세금이 많이 징수됐다’ 혹은 ‘세금이 많아서 기업이 해외로 이전한다’ 등의 기사를 쏟아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말은 또 사실일까요? 우리나라는 정말 세금을 많이 걷는 국가일까요?

 

팩트체크 ➋ 우리나라는 세금이 많은 국가일까?

이에 대한 비교도 앞서 국가재정 크기를 비교할 때 사용한 GDP를 기준으로 살펴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GDP 대비 총 조세가 얼마나 되는지를 의미하는 ‘조세부담률’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10월호 (통권 269호)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OECD 평균에 비해 약 7%P 정도 적게 나타납니다. GDP 대비 7%P는 약 120조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세금을 120조 원 이상 적게 내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세금을 적게 걷고 또 정부 예산을 적게 사용하는 상황에서 모두가 바라는 복지국가는 가능할까요?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앞으로 복지수요가 급증할 것이므로 지금부터라도 재정을 아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일견 일리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과연 저출산·고령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현재 수준의 사회보장제도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그게 가능했다면 어쩌면 지금과 같은 구조적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미래에 어려움이 닥칠 것으로 예상되니 현재 상황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재정여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현재 처해있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 재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혁신적 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하는 것일까요? 무엇이 우리의 삶을 더 긍정적으로 만들어가는 정책 방향일까요? 

 

2020년 예산안이 사상 최초로 500조 원을 넘었다지만, 이 정도 재정 규모가 지금 우리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2020년 예산안을 진정한 ‘슈퍼예산’이라고 부르기도 어렵습니다. 우리 삶을 의미 있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진정한 ‘슈퍼예산’이 지금부터라도 적극 추진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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