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11월 2005-11-01   912

한국은 개발원조 후진국

급격한 세계화로 개발도상국의 빈곤화와 주변화가 심화되면서 지구촌 공동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10억 명이 넘는 인구가 극빈 상태에 있고, 선진국과의 개발격차 심화로 갈등과 대립이 커지면서 국제사회의 안정과 발전이 커다란 도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중반 이후 개도국의 빈곤퇴치문제가 국제사회의 최대 이슈로 부각되어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2015년까지 빈곤층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정하고, 개도국에 대한 원조의 규모 뿐만 아니라 질적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개도국 원조정책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 및 교역규모에서 이미 세계 10위권에 진입했고,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개도국에 대한 원조는 국제적인 원조목표의 1/10, 경제력 대비 1/4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양극화 현상에 대한 대책 논의로 분주하지만, 국제적인 빈곤퇴치 노력에는 국민적 관심도, 정책적 의지도 미흡하기만 한 실정이다.

원조의 개념과 기준

개도국에 대한 원조는 개발원조, 대외원조 등 다양한 명칭이 사용되어 왔으나 공식적인 명칭은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다. 역사적으로 ODA는 남북문제 해결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서 식민지 관계의 청산 혹은 전후 보상 차원에서 시혜적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냉전체제에서 정치·군사적 목적의 지원이 확대되고, 많은 선진국들이 원조를 개도국에 대한 통상확대 수단으로 이용함에 따라 국제적으로 많은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기본적으로 ODA는 개도국의 경제·사회개발을 위한 지원으로서 정부 차원의 자금 이전을 총칭한다.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정부 혹은 정부기관에 의해 주어져야 한다.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과 복지증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금공여조건이 상업적 조건보다 유리해야 한다.

개도국에 대한 개발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원조규모를 증대시키고, 원조사업의 효율화를 목적으로 유엔과 OECD DAC는 다양한 권고를 채택해 왔다. 원조 규모와 관련해 1970년 9월 유엔총회에서 국민소득대비 0.7%라는 기본목표가 채택되었다.

국제개발협력의 주요 쟁점

최근 국제협력의 흐름은 개도국의 빈곤퇴치에 초점을 두고 있다. 1995년 유엔 사회개발정상회의에서 빈곤문제의 심각성이 제기된 이래 OECD DAC는 96년 5월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개발전략을 발표했다. 2000년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는 2015년까지 빈곤층을 절반수준으로 낮춘다는 밀레니엄 개발목표가 채택되었다. 2001년 5월 브뤼셀에서 개최된 제3차 최빈국 회의에서는 최빈국에 대한 ODA 확대, 비구속성 원조로의 전환, 고채무 빈곤국에 대한 부채탕감 등이 결의되었다.

그동안 유엔은 밀레니엄 정상회의의 주요 결의를 이행하기 위해 2002년 몬테레이 개발재원국제회의와 요하네스버그 지속가능개발 정상회의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공동노력을 결집해 왔다. 특히 빈곤 퇴치, 보편적 초등교육의 달성, 성 평등, 보건의료 상황의 개선 등을 목표로 전지구적 파트너십 구축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2004년 세계 원조규모는 788억 달러로 크게 늘었고, 유엔이 권고하는 국민소득 대비 0.7%의 원조목표를 달성한 국가도 노르웨이(0.87%), 룩셈부르크(0.85%) 등 5개국에 이르고 있다. 몬테레이 합의에 따라 이미 원조배증계획이 추진되고 있는데 OECD DAC 추정에 따르면 2001년 523억 달러에 불과하던 전세계 ODA 규모는 2010년 1,279억 달러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 ODA의 현황과 과제

우리나라는 70년대 후반 처음으로 무상원조를 했으나, 본격적으로 원조공여국이 된 것은 87년 대외경제협력기금 설치 이후다. 91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발족되어 증여에 해당하는 무상자금협력과 기술협력은 외교부 산하 KOICA가 맡고 있으며, 유상협력자금인 대외경제협력기금은 재정경제부가 수출입은행에 위탁, 집행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개도국에 대한 원조를 점진적으로 증대시켜 왔지만, 2004년 원조 규모는 약 4억 달러에 불과하고,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수준은 0.06%로 경제력에 비해 매우 낮다. 질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무상 원조의 비율이 과거 약 30%에 그쳤으나 2004년 62%로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유·무상 구분 없이 원조의 대부분이 조건부로 집행됨으로써 원조를 통상목적에 활용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국민소득대비 원조 규모를 2004년 0.06%에서 2009년까지 0.1%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하고 있다. 그러나 OECD DAC 회원국 평균 수준에 비하면 우리나라 원조규모는 경제력 대비 1/4 수준으로 매우 미흡하고, 개도국 지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극히 낮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원조액은 8달러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호주의 경우 62달러, 네덜란드는 246달러, 일본도 70달러다.

그러나 원조의 양적 확대를 위해서는 이를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원조정책의 체계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현재로선 원조정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취약해 원조사업이 체계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OECD 회원국들이 4~5년 동안의 원조전략과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금과 기술을 패키지화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국제 수준에 부합하는 원조정책의 체계적인 방향과 제도 개선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개발원조에 대한 국민적 인식 전환 필요

연초 남아시아를 강타한 지진해일로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집중되면서 인류애와 인도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구호외교가 뜨거운 열기 속에 전개되기도 했지만,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저개발국가에 대한 중장기적인 지원책 마련이다. 빈곤문제는 매우 복잡한 사회적 현상으로서 구조적이고 다면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포괄적이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따라서 긴급구호와 같은 인도주의적 원조뿐만 아니라 개도국의 경제 사회 발전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원조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빈곤퇴치는 교육, 환경, 보건, 여성 등 전지구적 과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저개발국 지원에 대한 역할 분담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물론 앞으로 국가적 정체성을 세워 나가는 데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대외원조 확대가 단순한 의무 또는 국제적 부담으로만 간주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개도국에 대한 원조가 일방적인 시혜가 아닌 상호이익과 공존을 위한 노력이라는 국민적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 율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동서남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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