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9년 12월 2019-11-28   937

[특집] ‘이게 나라냐’고 물었지만 안전한 대한민국은 언제 오는가

가려진 이슈 ➑  세월호·가습기살균제 등 사회적참사 

‘이게 나라냐’고 물었지만
안전한 대한민국은 언제 오는가 

글. 장동엽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사무국 간사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305일이 되던 지난 11월 11일, 검찰의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늦어도 너무 늦었다. 공교롭게도 세월호 참사 수습 비용을 거둬들이기 위해 청해진해운 고 유병언 일가와 ‘구원파’에 제기한 구상권청구 및 사해행위 취소 소송에서 정부는 최근 모두 패소했다. 당시 검‧경이 고 유병언 일가와 구원파를 이 잡듯 뒤지고, 언론이 이를 생중계까지 했던 것에 비춰보면 허무한 결과다.

 

2006년, 원인 모를 간질성 폐렴으로 영아가 죽었다. 2011년 5월에는 산모들과 태아들이 잇따라 죽어갔다. 같은 해 8월 31일,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살균제가 참사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2012년 8월, 피해자들이 처음으로 가해기업을 형사고발했지만, 검찰은 4년이 지난 2016년 4월에야 수사를 본격화했고 그제야 제품 약 550만 개를 판 옥시를 비롯해 홈플러스, 롯데마트가 ‘공식사과’를 했다. 1994년 ‘세계 최초’로 가습기살균제 원료를 개발하고 판매한 SK케미칼(유공), 제품 170여만 개를 판 애경산업은 피해자들의 숱한 고발에도 수사를 피하다가 2019년이 돼서야 기소돼 재판을 받기 시작했다.

 

두 참사는 2017년 11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사회적참사특별법」을 통해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에서 만났다. 사참위는 입법 1년이 지난 작년 12월, 공식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세월호참사 1기 특조위와 마찬가지로 사참위에도 수사권과 기소권은 부여되지 않았다. 진상을 밝혀야 할 검찰과 경찰은 박근혜 정권의 기획에 따라 진실을 숨기고 비트는 조연 역할을 자임했고, 기업의 이해에 따라 수사와 기소를 취사선택했다. 그러는 동안 상당수 증거는 이미 조작되거나 인멸되고 말았다. 사참위 활동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낙관하지 못하는 이유다.

 

304명의 무고한 이들이 죽어간 세월호 참사, 집과 병원, 산후조리원 등 일상에서 시민들이 죽어나간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모두 현재진행형이다.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 의제로 악용해온 수구정당과 그 지지세력은 오늘도 세월호 가족에 대해 온갖 모욕과 허위사실 유포를 서슴지 않고 있다. ‘전원 구조’ 오보를 냈던 언론도 달라진 게 없다. 지난 8월 27,28일 사참위가 개최한 가습기살균제 청문회는 어느 언론에서도 주목받지 못했다. 

 

무엇보다 두 참사 모두 국가의 책임은 거의 규명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박근혜 탄핵 후 일부 드러났지만,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국가의 책임을 거의 묻지 못하고 있다. 유례없는 대참사에도 정부부처들과 조사ㆍ수사기관들의 늑장 대응 실태는 규명된 게 없다. 문재인 정부는 재발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강화시킨 화학물질 관리 규제 법령들마저 후퇴시키고 있다. 기업의 요구와 일본의 무역 보복에 따른 대책 마련 논리를 앞세우며 규제완화 카드를 꺼내드는 데 주저함이 없다.

 

시민사회는 그동안 참사 예방을 위한 대안들을 내놓고 국회 입법을 촉구해 왔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행위에 대해 배상 상한 없는 징벌적배상제와 함께 소비자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일명 ‘기업살인법’도 고 노회찬 의원 대표발의로 현재 국회에 들어가 있으나, 모두 하나같이 국회에서 멈춰서 있다.

 

성수대교ㆍ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ㆍ씨랜드 화재 그리고 최근에는 마을 전체가 암으로 신음하는 인천 사월마을과 익산 장점마을까지, 수많은 시민들이 목숨을 잃고 OECD 산업재해 사망률 1위를 놓치지 않는 나라인데, 경제와 이윤 논리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은 늘 뒷전이다. 생명과 안전관련 법제를 강화하고, 검찰과 공정위 등 수사ㆍ조사기관들이 자의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개혁해야 한다. 그래야 기본책무를 방기한 국가(정부ㆍ국회)는 물론, 죽음을 부르는 기업들에도 철저히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이제는 죽음의 행렬을 끝내야 한다.   


편집위원 한 줄 참견

이태호 아직 오지 않은 ‘안전사회’, 철저한 진상규명이 첫걸음

황미정 특성화고교에 진학하는 것도, 하청업체 노동자가 되는 것도, 가습기를 트는 것도, 수학여행을 가는 것도 위험한 세상. 가슴 아파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음은 우리 차례가 될 테니까

 

 

 

2019 ‘가려진 이슈’ 사이로 

1. 국정농단, 그리고 사법농단도 있었다 / 김희순

2. 잊혀진 제주 예멘 난민, 그들의 행방을 찾아서 / 이일

3. ‘힙지로’에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 현욱

4. 유기동물 안락사에 대한 어느 수의사의 제언 / 강민형

5. 봉인된 차별금지법, 일상에서 멀어지는 평등 / 미류

6. ‘역대급’ 군비 증강, 남북관계 어디로 가고 있나 / 황수영

7. 일본 방사능은 걱정, 한국 핵발전소는 침묵?/ 강언주

8 ‘이게 나라냐’고 물었지만 안전한 대한민국은 언제 오는가 / 장동엽

9. 데이터3법 ‘가명처리’ 하듯 국민 눈 가릴 텐가 / 희우

10. 90년생이 왜 ‘오나’? 청년은 항상 거기 있었다  / 조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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