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9년 06월 2019-05-30   1329

[읽자] 내가 서점을 좋아하는 이유, 내가 서점에서 일하는 이유

내가 서점을 좋아하는 이유
내가 서점에서 일하는 이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다가 서점으로 직장을 옮긴 지도 어느덧 10년째에 접어들었다. 매일 수십 수백 종의 책이 나오고 이를 찾는 독자의 발길도 끊이지 않으니, 둘 사이에서 책을 품고 전하는 서점은 쉴 틈이 없고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막상 책을 읽을 여유가 없다. 그럼에도 서점을 다룬 책이 나오면 눈길이 가니 어쩔 수 없이 ‘서점 사람’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온라인 서점이다보니 물리적 공간에서 직접 독자와 만나진 않지만, 이곳에서도 이야기는 생겨나기 마련이다. 어쩌면 크게 다르지 않을, 더불어 늘 꿈꾸어왔을 서점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본다.

 

서점이 우리집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서점이라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책을 파는 곳이라면 저자의 서명이 된 책만 취급하는 ‘앨라배마 북스미스’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독특한 공간을 선사하는 곳이라면 커다란 극장을 서점으로 바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를 꼽을 수 있겠고, 조용히 책과 만날 수 있는 서점을 원한다면 너덧 명의 사람만 간신히 들어갈 수 있을 작은 방 두 개에 수천 권의 예술 관련 책을 담아둔 프랑스 파리의 ‘르가르 모데른’을 꼽을 수 있겠다. (이 서점들이 궁금하다면 지금 소개할 책을 펼쳐보기 바란다.)

 

이 책은 이렇듯 각각의 사연을 품고 어디에서도 만나보기 어려운 모습을 만들어온 서점 일흔다섯 곳을 소개한다. 따뜻한 일러스트와 함께 서점이라는 장소의 시간과 정서를 전하고 있다. 구체적인 책은 한 권도 보이지 않지만, 누구나 이곳이 서점이라는 것을, 더불어 그곳이 책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온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서점에서 사는 꿈을 꿔본 세상 모두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말하는데, 어린 시절 처음 마주한 서점이 우리 집이면 좋겠다는 꿈을 꿔본 장본인으로서는 작가의 초대에 격하게 응할 수밖에 없겠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6월호 (통권 266호)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서점들에 붙이는 각주 /밥 엑스타인 / 현대문학

“단골에게도 직원에게도 서점은 감정에 관여하는 장소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땀과 눈물로 지어진 곳이 서점이며, 서가에는 수백 명의 예술가가 일생을 바쳐 이룬 작품들이 즐비하다. 그 책 하나하나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부단히 채운 시간을 의미한다. 서점의 경영자나 직원이면서 동시에 작가인 경우도 흔하다. 서점만큼 충족된 혹은 미완의 꿈이 담겨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책만큼 각양각색 독자들

세상에 없는 책이 없다지만 그럼에도 사람만큼 다양하지는 못하다. 그러니 들어오는 책보다 찾아오는 독자가 더욱 소중하고 마음이 쓰일 법도 하다. 사람이 다양한 만큼 서점을 찾는 독자의 마음과 기대도 천차만별이니, 그 사연만 모아도 충분히 책 한 권이 되지 않을까, 상상만 하던 차에 정말 이런 사연을 모아 책을, 그것도 두 권이나 펴낸 이가 있었다. 영국에서 10년 동안 서점원으로 일한 젠 캠벨이 그 주인공이다. 먼저 나온 『그런 책은 없는데요』에 이어 한 술 더 뜬 책 『진짜 그런 책은 없는데요』까지 그가 만난 독자들은 언제나 상상 이상이었다.

 

책 가격을 묻기에 가격은 책 안쪽에 적혀 있다고 하니 그래서 얼마냐고 되묻는 이, 책마다 다르다고 하자 의아해하며 “다 종이로 만들었잖아요! 안에 글씨가 있고!”라고 말문을 막아버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이 서점은 공간도 멋지고 가구도 마음에 드는데 이렇게 좋은 곳을 책으로 가득 채웠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서점의 존재 의의를 되새기게 하는 이도 만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장을 열면 ‘나니아’로 갈 수 있느냐며 눈을 깜빡거리는 아이 앞에서라면, 어떻게 ‘진실’을 전하고 나눌 수 있을지 고심에 빠지게 되니, 어떤 독자도 미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6월호 (통권 266호)

 

진짜 그런 책은 없는데요 – 또다시 찾아온 더 엉뚱한 손님들 / 글 젠 캠벨, 그림 더 브러더스 매클라우드 / 현암사

“(손님이 서점 한복판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다. 그 옆에는 피트니스 서적이 놓여 있다.) 직원: 죄송합니다, 손님. 지금 뭐 하고 계시는지요. 손님: 책을 사기 전에 책에 나온 운동을 따라 해보는 것도 문제가 되는지 몰랐네요.”

 

서점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얼마 전 성균관대학교 앞 인문사회서점 ‘풀무질’이 문을 닫고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다는 소식이 화제였다. 숱하게 서점이 사라지는 요즘 이 소식이 눈길을 끈 이유는, 그곳이 필요한 책을 사고 파는 서점뿐 아니라 오가는 책과 더불어 특별한 이야기가 모이고 새로운 관계가 이어지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사든 사지 않든 자신이 읽은 책의 감상을 글로 적어 나누는 주인, 그를 사장님이 아니라 때로는 선배, 때로는 형이나 오빠라 부르며 책을 살 일이 없어도 굳이 그곳에 들러 안부를 나누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 어쩌면 책보다 소중한 일들 아니었을까 싶다.

 

녹두서점은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소식을 나누려 인쇄물을 찍어 돌리고, 시위 중에 몸을 피하려 모인 이들에게 밥을 나누고, 그렇게 서점을 운영하던 주인과 아내와 동생까지 모두 끌려가 고초를 겪은, 또 하나의 광주민주화운동이 벌어진 공간이다. 시대가 바뀌어 서점의 역할도 달라졌겠으나, 고객이나 손님을 독자라 부르고 상품을 책이라 부르는 이유는 여전하지 않을까. 내가 서점을 좋아하고 (아직) 서점에서 일하는 이유이기도 하겠으나, 굳이 그 서점을 찾아가 책을 사려는 독자의 마음도 같지 않을까 한다. 아직은 그 이유를 믿기로 한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6월호 (통권 266호)

 

녹두서점의 오월 – 80년 광주, 항쟁의 기억 / 김상윤, 정현애, 김상집 / 한겨레출판

“녹두서점은 정보가 교차하는 공간이었다. 전남대학교와 조선대학교 학생들을 비롯하여 새로운 정보와 시대정신에 목말라하던 많은 사람이 수시로 서점을 드나들었다. 게다가 서울 등 타 지역 소식이 서점을 통해 전라남도 일대에 퍼져 나가고 있었다. 윤한봉 선배와 현대문화연구소와 녹두서점은 전남 운동권 정보의 통로 역할을 했다”


글. 박태근 알라딘 인문MD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