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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06월
  • 2020.06.01
  • 364

나의 말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요즘 부쩍 말이 줄었다. 코로나 사태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줄어든 탓도 있겠으나, 즐겨하던 SNS에도 영 손이 가지 않는다. 세상에 말이 이미 차고 넘치는데 굳이 내 말 한마디 보태는 게 무슨 득이 될까 싶어서이기도 하고, 굳이 보태자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거나 어딘가에는 필요한 말이어야 할 텐데 입 밖으로 나가는 말들을 둘러보면 그럴 자신이 없기도 해서다. 

 

그렇게 최소한의 필요한 말들만 나누다 보니 점차 말이 줄었고, 이제는 불필요하다 싶은 말이 전해지면 대꾸하는 게 성가시기도 하다. 필요한 말만 하겠다고 생각하다 보니 정작 필요한 말을 나누지 못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그 말들이 안에 쌓이며 나름대로 궁굴려져 정말 필요할 때에 온전한 형태로 제대로 전달될 것 같지도 않으니, 쓸모가 있든 없든 사라진 말을 찾아 까닭을 살피고 새로운 탈출구를 만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말을 건네야 하는 이유

작사가 김이나는 감정을 글로 옮기는 일을 해오면서, 숱한 노랫말로 수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흔들고 어루만져왔다. 그럼에도 그는 단언한다. “감정이 원형 그대로 전달될 수 있으려면, 글자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때로는 불가능하다. 인간은 같은 언어를 미세하게 다르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각자는 최선을 다해 감정을 담아낸다 해도, 감정 자체가 아니라 그에 가장 가까운 언어를 골라 전할 수밖에 없으니, 이 과정에서 생기는 필연적인 오해와 피할 수 없는 어긋남까지도 진실로 여겨, 그럼에도 감정을 전하고 나누려 입을 열고 손을 내밀자는 제안이다. 앞서 고민하던 사라진 말을 찾을 용기와 이유를 전하는 책이라,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마주한 라디오의 음악처럼 책장을 넘기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우린 영원히 서로를 이해할 수 없어 / 헤아리고 또 헤아리면 / 그걸 사랑이라 부르죠.” 이 노랫말이 오랫동안 귓가를 맴돌 듯하다.

 

월간참여사회 2020년 6월호 (통권 276호)

 

보통의 언어들 | 글 김이나 | 위즈덤하우스

❝ 내가 오래오래 지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저 말이었던 것 같다. 실망시키는 데 두려움이 없기를 바란다는.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높은 확률로 당신을 실망시킬 테지만 우리 평균점을 찾아가보지 않겠냐는 말…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인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역으로 말하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인 소수와의 관계는 견고한 것이다.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고서는, 나는 누군가와 진실로 가까울 자신이 없다. 우리, 마음껏 실망하자. 그리고 자유롭게 도란거리자. ❞

 

만나지 못해 말은 더욱 귀해지니

재택근무가 이루어지며 그간 별문제없이 진행해오던 업무 소통에 빈틈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직접 만나지 않아도 분명하고 정확하게 소통할 방법을 고민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일상의 소통은 서로의 익숙함과 편안함을 전제로 소통의 방법, 과정, 방식이 모두 유연하지만, 업무 소통은 일을 진행하는 서로뿐 아니라 일을 둘러싼 누가 언제 접근하여도 신속하고 오해 없이 이해하고 대화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니, 회사마다 때로는 부서와 사람마다 다른 개별성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보편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저자의 말대로 “외국어를 배우듯이 새로 배워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만나지 못할수록 이 말은 더욱 귀해질 게 분명하니, 오늘의 내 일에 문제가 없었다고 지나칠 게 아니라 내일 모두의 일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성실하게 살펴봐야겠다.

 

월간참여사회 2020년 6월호 (통권 276호)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 글 박소연 | 더퀘스트

❝ 일의 언어에서 ‘단순함과 정확성’은 가장 중요한 특징인데, 텍스트로 하는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난도가 가장 높습니다. 맥락 정보가 현저하게 적기 때문입니다. 말하는 사람의 뉘앙스나 표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힌트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같은 사무실에 있으면 동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한 귀로 들으며 ‘아, 지금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고 있구나’라고 짐작할 수 있지만,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이런 부수 정보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훨씬 더 정확하게 표현해야 의도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

 

핵심은 말하는 기술보다 ‘잘 들으려는 태도’

신견식은 ‘언어괴물’이라 불린다. 지금까지 익힌 외국어가 15개가 넘고, 한국어로 번역한 언어가 25개라 하니 ‘언어천재’나 ‘언어귀재’라고 부르기에는 숫자가 넘치는 느낌이다. 여기까지 들으면 자유롭게 언어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때그때 필요한 언어를 소환하여 마법처럼 사용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서로 다른 언어의 차이 속에서 때로는 고통을, 때로는 쾌감을 만끽하며 넓고 넓은 언어의 우주를 거쳐 온 이도 없을 테니, 사라진 말을 찾는 데에 맞춤한 길잡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는 외국어를 즐겁게, 효과적으로 배우고 익히는 방법을 따로 전하지 않는다. 사람과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잘 들으려는 태도”이니, 외국어를 열심히 익히는 일의 바탕에 무엇이 있어야 하고 그 방향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둘이 멀어지지 않고 세계와 언어를 단단하게 묶을 때 서로 이해할 수 있음을 돌아보고 내다보게 한다. 귀한 말을 서둘러 찾아야겠다. 나를 찾기 위해서, 너를 만나기 위해서. 

 

월간참여사회 2020년 6월호 (통권 276호)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 글 신견식 | 사이드웨이

❝ 파고들자면 하나의 개별언어라는 것도 규정하기 매우 어렵다. 한국어가 다르고 영어가 다르고 중국어가 다르니 뭐가 어렵냐는 의문도 들 텐데, 마침 중국어는 언어 변이성을 논하기에 적절하다. 한문과 중국어는, 북경어와 광동어는 같은 언어인가? 또 일흔 살 먹은 노인과 네 살배기는 같은 언어를 말할까?

사전이나 문법책에 담긴 고정된 언어는 이상적인 가상의 구성체일 뿐이다. 실제의 언어는 늘 움직인다. 냇바닥에 자국을 내면서 흐르는 물처럼 뭔가 보이는 듯해도 움켜잡을 수 없거나, 바람을 타고 눈에 안 띄게 퍼지는 냄새 같다. 언어를 외계인이 뿌린 바이러스라 보는 공상과학 소설적인 시각도 있다. 인간이 지구에게 바이러스 같은 존재라는 비유도 있으니 마침 언어로써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은 언어와 꿍짝이 잘 맞는다. ❞


글. 박태근 알라딘MD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온라인서점 알라딘에서 인문MD로 일했습니다.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 연구원으로 출판계에 필요한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 매체에서 책을 소개하는 목소리를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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