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10월 2020-10-05   364

[읽자] 코로나19 시대, 새롭게 다가오는 풍경들

코로나19 시대,
새롭게 다가오는 풍경들

 

지난달 ‘읽자’의 제목이 ‘코로나19 시대, 집안에서 변화와 안정 찾기’였는데, 이번 달에도 ‘코로나19 시대’로 시작하니 비로소 연재 느낌이 나는 듯하다. 물론 즐거운 기분은 아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시대’라 이름 붙이게 되었지만,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에는 아직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고 당면한 상황만으로도 엄중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있고 살아가려고 하며, 그러기 위해서 달라지고 있다. 엄청난 변화가 아니어도 좋다. 쉽게 흘려보내던 것들을 새삼스럽게 마주하는 감각, 지나치던 것을 잠시 멈춰 바라보는 시간, 그럼으로써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다면, 결과와 무관하게 우리는 삶의 의미에 다가서는 것일 테니까.

 

창문 너머로 오가는 희망

코로나19 확산 초기, 이탈리아에서 창문 너머로 각자의 목소리를 더해 하나의 노래를 완성하는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그 창문 앞에서 그리고 곁에서 즐거움을 나눈 이들은 수십이었겠으나 그 영상으로 힘을 얻고 용기를 키운 이들은 수백만, 수천만에 이르지 않을까 싶다. 물리적 이동이 어려워도 함께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고, 그것이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일이 아니어도 충분히 의미 있다는 것을 깨닫는 장면이었다. 

 

이 책에는 창문 바깥으로 고개를 내민 아이들이 등장한다. 아무 잘못도, 책임도 없지만 오히려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이들.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바로 이탈리아의 그들이 그러했듯 세상은 멈추지 않았고 여전히 즐거울 수 있으며 그때까지 곁에 있겠다는 믿음을 전하는 일 아닐까. 이 책의 장면 장면에서 이를 확인하며, 스스로 시도해볼 이야기도 찾아보길 바란다.

 

월간참여사회 2020년 10월호 (통권 279호)

 

창문 | 글 패트릭 게스트 | 그림 조너선 벤틀리 | 다산어린이

너희를 안아 주고 싶어. 

어서 괴물 바이러스가 사라졌으면… 

지금은 여기에서 너희를 기다릴게 

세상 사람 모두 함께 춤추고, 입맞춤하는 

기쁜 날이 올 때까지 그리운 너희를 꼬옥 

안을 수 있는 행복한 날이 올 때까지

 

오늘은 어떻게 기억될까

코로나19가 모든 걸 앗아간 듯 보이지만 그로 인해 생겨나는 것들도 분명 있을 터, 만약 세월이 흘러 코로나19가 지나간 시대가 된다면, 이 시기 새롭게 만들어지고 세워진 것들은 어떻게 될까. 성급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어려움이 해소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생각을 재촉해본다. 돌아보면 인류의 역사는 이런 과정의 반복이었다. 멀리 그리스 신전은 유적으로 여겨지지만 더는 운항하지 못해 땅 위에 놓인 선박이나 기계가 멈춰선 공장은 유적이 아닌 폐허로 불리는데, 어쩌면 그리스 신전 역시 한때는 그런 자리에 놓였다가 새로운 위치를 찾은 게 아닐까. 

 

이 책에는 아직은 폐허로 불리는 세계 곳곳의 사진이 가득하다. 사진 속에서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결국 사람이 찾지 않으면 폐허가 되었다가 다시 사람이 찾으면 유적이 되는 것도 같다. 지금 우리가 남길 흔적이 어떻게 남을지, 앞서 남긴 흔적이 무엇으로 돌아왔는지 되새겨볼 일이다.

 

월간참여사회 2020년 10월호 (통권 279호)

 

버려진 도시들 : 폐허도감 | 글 키에른 코놀리 | 성안당

버려지고 파괴된 공장, 폐쇄된 병원, 채굴 이후 버려진 광산은 우리의 시선을 끌며 묘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왜, 무엇 때문에 버려졌을까? 어째서 버려진 모습 그대로 남아 있을까? 이렇게 망가진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또 있을까? 버려진 건물과 철도, 폐허가 된 마을과 도시는 기후의 영향을 받아 더욱 노후화된다. 이것들은 아무 발전 없이 남아 있지만, 그 자체로 또 다른 가치와 의미를 가진다. 이렇게 남겨진 것들을 통해 과거를 회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와 나는 공통의 생명

전작 『랩 걸』로 널리 알려진 토양과학 박사 호프 자런은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1969년으로 돌아가, 지난 50년 동안 인류와 지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한다. 결과는 이 책의 원제 ‘The Story of More’로 정리할 수 있다. 물론 인류가 ‘더 많이’ 추구하고 실현한 만큼, 지구는 풍요로워진 게 아니라 빈곤해졌다는 데 주목해야겠다. 더 많은 사람이 먹고살기 위해 더 많은 식량이 필요했고, 대다수 인류가 윤택하다 생각하는 방향의 삶을 꾸리고 유지하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으니,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그럼에도 우리가 ‘더 많이’에 애쓰느라 지구의 ‘더 많이’는 돌보지 못해, 어느 쪽에도 ‘더 많이’가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아니 확실히, 곧, 충격적으로 올 거라는 게 저자의 전망이다. 이제 나와 지구, 인류와 지구를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연결된 생명으로, 그리하여 풍요를 나눌 수 있는 관계로 나아가야만 한다. 결코 좋고 싫고, 하고 말고의 선택지가 아니라, 운명이다. 

 

월간참여사회 2020년 10월호 (통권 279호)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 글 호프 자런 | 김영사

내가 아는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는 코로나19를 싫어하고 두려워하기도 하며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를 바라지만, 한국의 위대한 시인 유치환은 희망이 해진 주머니로도 흘러간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적어도 한 세대에서는 처음으로,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속도를 늦추고, 손대지 않고 내버려두고, 없이 살게 되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그렇게 해야만 할 때,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글. 박태근 알라딘MD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온라인서점 알라딘에서 인문MD로 일했습니다.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 연구원으로 출판계에 필요한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 매체에서 책을 소개하는 목소리를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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