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7년 09월 2007-09-01   1425

포커스 – 생산자와 교감하는 공정무역이길

유니세프의 빈곤에 대한 보고에 의하면, 세계에서 1일 1달러 이하로 생활하고 있는 인구가 12억이고 이 중 농민이 9억이다. 8억4천만 명이 영양실조이고 매년 6천만 명의 유아가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는다. 10억 명이 문자를 읽을 수 없으며, 이 중 80%가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지구촌이라는 이름으로 같이 살고 있는 공동체의 현실이다. 세계화, 국제원조, 자유무역이 지구촌의 빈곤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공정무역이라 기대하고 있고 실제 진행·확산되고 있다.

공정무역이란 대화와 투명성, 존중에 기초한 무역 파트너십이다. 공정무역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등의 농촌 지역과 도시 슬럼에 사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생활을 향상시키도록 지원한다. 소규모 농가와 수공예 장인에게 지속적인 일을 만들어준다. 친환경적인 농업과 생산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자연 소재와 전통기술을 살려 생산을 한다. 그래서 제3세계 생산자의 이익으로 이어지고 그리고 이를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소비하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목표로 하고 있는 새로운 대안무역이다.

▲ '피플트리'에서 판매하는 의류

고용창출로 이어지는 일본의 공정무역

1970년대부터 시작한 일본의 공정무역은 1990년대 이후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각지에서 자연식품을 겸한 공정무역 가게가 개설되고 유럽의 먹을거리 위주의 공정무역과 달리 의류와 수공예품을 통한 공정무역이 시작되었다.

일본의 공정무역 업체 중 의류와 수공예품을 주로 취급하는 곳은 피플트리(PEOPLE TREE)와 네팔리 바자로(Nepali Bazaro) 두 곳이다. 피플트리의 소피아 미니 사장이 패션으로 일본에서 처음으로 공정무역을 만들어냈다. 커피와 향신료 등 농산물은 농민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만 도시민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농산물은 작물을 길러서 수확하면 그것으로 끝나지만 옷은, 면을 재배하는 사람, 천을 짜는 사람, 염색하는 사람, 봉제하는 사람으로 고용기회가 늘고 기술도 뿌리내린다. 디자인해서 손으로 만들거나 수를 놓으면 또 그만큼의 부가가치가 생긴다.

▲ 일본의 공정무역가게 '피플트리' 

1996년부터 거래하고 있는 피플트리의 주 생산지인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의 소규모 면화농가 조합은 농약이나 유전자조작 종자를 파는 다국적기업의 방식에 반대하고 전통적 농법에 의한 유기재배를 한다. 그들은 “좀 더 비싸게 팔고 싶다”고 말하지만 티셔츠의 원료 면화는 시장가격보다 3할 높게 서로 양보해 결정한다. 또한 천연 염료를 사용하고, 봉제 직인의 임금도 그 지역의 시장보다 높게 지불하고, 유기재배의 국제 인증을 얻기 위해 면 생산자가 매년 받는 독일 인증기관 검사비 약 120만 엔도 피플트리가 부담한다. 생산자에게 5할을 미리 지불하기 때문에 운전자금이 상당히 필요하고, 거래량이 늘면 선지급금도 늘어난다. 최종 제품이 팔려서 돈이 들어오기까지 8개월이 걸리는데 그것을 미리 지불한다. 그럼에도 티셔츠의 판매가격은 미국의 캐주얼 브랜드 정도. 하지만 구입 가격은 놀랍게도 5할 정도 높다.

네팔리 바자로는 1991년 네팔학교를 만드는 모임으로 시작했으나 학교보다 근본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깨달아 직업창출에 필요한 사업으로 전환했다. 이 기업은 규모가 작은 생산자단체를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규모가 커지면 다시 작은 생산단체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네팔 한 나라만 집중해서 지원한다. 이 기업의 사장 하루요는 네팔에 관심이 많아 직장을 그만두고 이 회사를 설립했고 나중에는 남편도 같이 사업에 뛰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의류 아이템으로 네팔과 공정무역을 시작하는 여성환경연대의 ‘그루'(g:ru)와 함께 경희대 르네상스 문명원의 장학지원으로 공정무역에 대한 조사를 하기 위해 결합했다. 3년 전 일본의 두 공정무역 업체인 피플트리와 네팔리 바자로를 방문하고 그들의 사업과 미션에 대한 감명이 깊게 남아 있었기에 이번 조사가 더욱 설레었다.

차별받고 사는 네팔 여성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는 매캐한 매연으로 도시전체가 뿌옇고, 차와 오토바이가 뒤엉켜 서로 먼저 가겠다고 경적을 울려대어 귀가 멍하다. 도시 곳곳이 쓰레기 더미 악취로 고약한 냄새를 뿜어대는 한마디로 머릿속이 혼미해지는 도시이다.

네팔은 연간 소득 270달러로 관광과 농업이 주력산업이다. 실업률 47%로 학교를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는 나라다. 전력사정도 좋지 않아 1주일에 2번 오후 6시30분부터 8시30분까지 예고 없이 정전을 실시한다. 30~40%만이 초등학교에 진학하지만 교육열은 높아 공립 초등학교보다는 사립에 보내고 주로 아들들이 혜택을 받는다. 네팔에서 딸로 태어나는 것은 부모에게 짐이다. 그래서 예전에 없던 의료기술의 혜택(?)으로 임신 중 딸이면 낙태를 하기 시작했다. 노동자 임금이 5,000루피(한화 75,000원)면 생활을 하지만 저축은 못한다. 여성 노동자들의 초기 임금은 1,200~1,800루피이고 사회보장제도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네팔의 시민단체는 약 22,000개라는 놀라운 숫자다. 그 이유는 NGO가 하나의 일자리 창출이며 특히 국제단체로부터 원조를 받기 때문에 고소득에 속한다. 그래서 국제단체는 선망의 대상이고 단체 간 상근자 월급도 많게는 7배가 차이가 난다고 한다.

네팔 공정무역의 위치

네팔에서의 공정무역은 전체 수출의 9%를 차지하고 25,000개의 일자리 창출이 이루어진다.

특히 여성에게 많은 일자리가 주어지고 있다. 네팔의 공정무역은 14개 단체가 등록된 네팔공정무역연합체(FTG-N)와 개인적으로 외국의 공정무역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는 생산자업체로 나눌 수 있다.

대표적인 단체인 마하구띠는 설립된 지 23년째로 90개의 생산자 그룹이 있으며, 생산지를 직접 방문해서 기술훈련을 하고 시장과 연결하는데, 16%는 국내 판매이고 나머지는 수출 (유럽65%, 미국25% 등)을 한다. 지난 2월 국제연합개발계획(UNDP)의 프로젝트에서는 종이를 만들고 있지만 판매처가 없는 네팔 동부의 라스날 마을(6시간 차를 타고 4시간 걸어서 가는)의 농민들과 연결하여 매년 전량 구매하기로 하고 다음해 구매액까지 선지급했다. 또한 1927년에 설립된 공동체 아쉬람에 이익의 40%를 지원한다. 아쉬람은 여성교육 공동체로 96명의 교육생이 있으며 이들은 2년간 봉제기술, 재단, 옷감 짜기, 간단한 산수 등의 훈련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가서 일을 한다.

마누쉬는 네팔의 대표적인 공정무역 업체로 마누쉬 사장이 네팔공정무역연합체의 대표를 맡고 있다. 1991년에 설립, 100여 명의 생산자가 카트만두에 있고, 90%가 여성이며, 그 외 시골지역에 생산자 300여 명이 있다. 마누쉬의 다른 사업 영역은 마이크로 크레딧(micro credit, 무담보소액대출)인데, 약 6,000명에게 1만 루피부터 대출해주고 있고, 카트만두 몽키템플 뒤의 가난한 마을 여자들에게 기술을 훈련시키고 일거리를 준다. 주요한 미션은 일자리 창출과 전통기술의 현대화이다. 주요 거래처는 이태리 CTM, 미국, 스페인, 옥스팜 오스트레일리아 등이며, 네팔리 바자로에는 주로 천연염색 천과 의류를 제작, 수출하여 매년 15~20% 성장한다. 이곳은 대규모 업체이지만 다른 곳보다 임금수준도 낮고, 어둡고 선풍기도 없이 열기가 많은 마당 한편에서 작업하는데 보기에도 열악하고 냄새가 심한 화학염색을 하고 있었다. 의아한 생각이 들어 물어보니 네팔 전통 염색은 색이 잘 빠져 유럽의 업체들이 화학염색을 요구하여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위한 대안운동

공정무역 단체가 운영하는 작업장의 노동환경은 열악한 편이다. 그러나 개인기업 코튼(Cotton Craft)과 영와우(Young women of world craft)는 사정이 달랐다.

일본의 네팔리 바자로와 거래하는 코튼 크래프트의 여성 사장은 교사를 하다가 여성들에게 일거리를 주기 위해 이 사업을 시작했다. 주로 만드는 물건은 가방, 실내용 슬리퍼, 옷으로 35명의 여성이 일하고 있다. 상류층에 속하는 사장 집과 공장이 같이 있어 작업환경은 제일 좋아 보였다. 특히 네팔리 바자로의 트레이닝 프로그램 지원으로 1년에 2명씩 일본에 가서 훈련을 받는다. 매니저로 일하는 한 여성은 6년째 일하며 현재 대학에 다니면서 매니지먼트를 배우고 있다. 여성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데 이곳에서는 여성만 고용하니까 기회가 더 많아서 좋다고 한다.

영와우 사장 우샤는 전문직여성연맹(BPW)의 교육활동가로 활동하던 중 네팔리 바자로 하루유 사장과 종이직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일본 오키나와의 종이개발 전문교수와 3년간 노력을 기울여 2002년 실을 만드는데 성공하여 2003년부터 종이옷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이 종이옷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천연염색을 해서 일본에서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이곳은 항상 동기 부여를 하고 모니터하고 기술개발을 하고, 의료지원금도 있고, 노동자 자녀 3명에게 매달 600루피씩 장학금을 주고 있다.

유기농 허브로 비누와 화장품, 아로마 오일을 만드는 터치 네이처는, 1996년 싱가포르에서 기독교 단체의 자원봉사차 네팔에 왔다가 아예 둥지를 튼 조세핀 사장이 한부모 여성, 여성가장을 위해 사회적 기업으로 설립했다. 한부모 여성이나 여성가장에게 우선권이 주어지며 현재 90명의 여성이 일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어려운 직장 내 탁아방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 자녀 40명에게 학비가 지원된다.

내가 만난 단체는 10개로 이중 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곳과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 절반씩이었다. 그리고 80% 이상이 여성 대표이며, 주로 여성의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서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게 그마나 많은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공정한 무역을

네팔의 경우 1차 생산물인 커피, 차, 향신료를 생산하는 단체는 우리나라의 생협의 작목반과 같이 업체와의 직접 거래로 공정무역의 기준이 정착되어 운영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노동자를 고용해서 운영하는 단체나 업체는 사회복지 측면을 제외하면 월급이 1,600~4,000루피로 네팔의 일반 업체와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더욱이 관리자를 제외한 나머지 노동자들 대부분은 공정무역이 무엇인지,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누가 구매하고 어떤 소비자인지 모른다. 그냥 노동자로서 일을 할 뿐이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글을 몰라서 한 업체의 복도에는 공정무역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안내판이 붙어있음에도 그 단체의 노동자는 처음 듣는다고 했다. 업체의 대표나 관리자가 노동자들에게 공정무역의 의미나 내용에 대해 알리고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네팔에서의 공정무역은 전체산업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독립과 사회적 지위의 개선을 위해 생산자와 중간 거래자, 소비자 사이의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공정무역 기준을 준수하는지, 자기평가와 상호평가를 통한 성찰과 견제가 되지 않으면 윤리적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며 지속불가능할 것이다. 아마도 네팔 자체의 변화는 천천히, 느리게 이루어지겠지만 이들 업체와 거래하는, 또는 계획하고 있는 구매업체는 네팔의 전통과 정신이 깃든 가장 네팔스러운 공정무역이 되도록 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최재숙에코생협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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