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8년 10월 1998-10-01   1018

금융기관의 입장-대출금리 내리면 은행 망한다

금융기관의 입장-대출금리 내리면 은행 망한다

시장금리가 급격히 하락함에 따라 은행 예금금리 역시 큰 폭으로 하락했으나 대출금리는 예금금리만큼 하락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시장금리 하락이 기업이나 가계의 금융비용부담 완화로 이어지지 않고 은행만 예대 금리차 확대로 과도한 이익을 향유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비판은 은행 대출금리의 무리한 하락에 따른 효과 및 대출 금리 결정체계에 대한 이해부족에 기인한다. 대출금리의 인위적 인하는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심화시키고 금융구조조정 비용을 증대시켜 편익 향유 및 비용분담 면에서 일반 국민의 부담을 오히려 무겁게 하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프라임레이트(최우대 대출금리)와 신용위험 프리미엄의 합으로 결정되는 대출금리 결정체계상 대출금리는 시장금리의 변동을 즉각 반영하지 않고 일정한 시간차를 두고 변동한다.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는 프라임레이트에 연동된 변동금리체계이기 때문에 프라임레이트를 변동시키면 신규 고객뿐 아니라 기존 고객에 대한 대출금리도 변동된다. 그러나 예금금리는 고정금리체계라서 예금 가입시 예금금리가 만기까지 그대로 적용된다. 이같이 예금 및 대출상품은 금리 민감도가 서로 다르다. 국내 은행의 경우 예금의 듀레이션(평균만기)은 대출에 비해 1년 내외로 컸으나, IMF 이후에는 예금 만기가 단기함에 따라 6개월 내외로 단축되었다. 따라서 시장금리 하락분이 예금금리에 반영되고 6개월 정도 지나서 대출금리에 반영돼야만 은행수지는 악화되지 않는다.

기업부도 및 가계파산이 급증하는 현상황에서는 신용위험이 커진 만큼 신용위험 프리미엄은 커지게 마련이다. 대출금리는 프라임레이트에 신용위험 프리미엄을 더해 결정되기 때문에 프라임레이트 하락분이 신용위험 프리미엄 상승분보다 크지 않는 한 대출금리는 하락하지 않는다. 대출기업의 신용도를 신용위험 프리미엄에 반영하지 않고 대출금리를 하락시키면 은행수지는 악화되고 그 결과 은행은 부실해진다.

이처럼 은행이 예금금리 인하시점에 맞추어 대출금리를 하락시키면 지나친 금리위험에 노출되고, 예금금리 인하폭만큼 대출금리를 인하시키면 적정 수준 이상의 신용위험만 걸머지게 된다. 즉은행은 과다한 위험에 노출되어 수지가 악화되고 은행 자체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98년 6월중 대선 충당금, 유가증권평가 충당금, 퇴직금 충당금을 100% 적립해야 하는 등 결산 기준이 변경되어 예대 금리차가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98년 상반기에 일반은행 전체적 적자가 6조7,000억 원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했고, 98년 7월 1일 이후 은행 자산 건전성 분류기준이 강화되어 연말 은행적자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출금리의 인위적 인하는 은행적자를 더욱 크게 하여 금융구조조정 비용을 증대시킬 것이다.

만일 대출금리의 무리한 인하로 은행수지가 악화되고 그 결과 부실화하면 최종적으로는 납세자가 그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또한 기업 신용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수준으로 대출금리가 무리하게 인하되면 은행은 신용이 불확실한 기업에는 대출을 기피하는 신용할당(Credit Rationing)을 할 것이므로 현재에도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신용경색현상이 더욱 악화될 것이다. 따라서 대출금리 인하에 따른 혜택은 대부분 신용할당을 받지 않는 대기업군(특히 5대 그룹)에 편중될 것이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오히려 가중될 것이므로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이 거꾸로 중소기업의 목을 죄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지동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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