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9년 07-08월 2019-07-01   1963

[특집] 무늬만 자치경찰, 주민참여가 우선이다

특집_수상한 경찰개혁

무늬만 자치경찰,
주민참여가 우선이다

글. 박병욱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참여정부와 자치경찰제도

자치경찰제도의 도입을 국민들이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참여정부가 앞서 민주정부들과 대비되는 ‘간판’으로서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내걸고, 노무현 대통령 후보시절 대선공약이었던 자치경찰제도를 국정현안으로 추진하면서부터다. 하지만 당시 자치경찰제도 도입은 어디까지나 청와대·정부 차원의 구상이었을 뿐이다.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이를 정치적인 이유로 공개 반대했었다. 당시 주류를 이루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자치경찰에 대한 통제권을 갖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참여정부가 구상하던 자치경찰제도 전국 실시는 빛을 보지 못하였고,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에서만 지역생활과 밀접한 기초·교통질서 사무 정도만을 담당하는 명목상의 자치경찰제도만 출범하였다. 

 

2018년 제주자치경찰이 확대 시범운영되기 전까지도 제주자치경찰은 음주운전자 확인후 단속권한, 도로에서의 위험방지를 위한 보행자·차마 통행금지권조차 부여받지 못해 ‘무늬만 경찰’ 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 자치경찰도입 논의 자체는 정치인, 관계 공무원 및 국민들로 하여금 향후라도 자치경찰 전국적 도입이 중요한 안건으로 다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켜 주는 계기였다. 이후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에서도 자치경찰제 도입 문제는 참여정부시절 진행된 논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고, 오히려 그 비중과 빈도 면에서 현저히 감소하였다. 

 

자치경찰

Ⓒ제주자치경찰단 

 

문재인 정부의 자치경찰제 시범 실시

19대 대선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가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강화 및 지방분권에 따라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추진’을 2순위 공약의 세 번째 소항목으로 내걸고 당선되면서 자치경찰제도의 전국적 도입 논의가 다시 한 번 부상한다. 문재인 정부는 자치경찰제도 도입공약을 구체화하여 2021년 전국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전면 실시를 목표로 2018년 초반부터 제주자치경찰단의 사무범위와 인력을 실험적으로 확대하여 운영하였고, 2019년 9월부터는 제주를 비롯해 서울, 세종, 경기도 등 5∼7개 지역에 광역형 자치경찰제도 시범실시를 계획하고 있다. 

 

2018년 「제주자치경찰 확대 시범운영」의 전범(典範)이 된 2017년 11월의 경찰청 소속 경찰개혁위원회의 자치경찰 권고안은 국가단위 경찰서는 유지하되 그 사무와 인원이 확대될 자치경찰이 범죄예방·단속·위험방지, 공공질서 유지와 관련된 생활안전·교통·경비 및 특별사법경찰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구상하였다. 특히 학교폭력·성폭력·절도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생활범죄나 공무집행방해 사건에 대해선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권고하였다. 기본적으로 자치경찰공무원을 시도 소속의 지방공무원으로 하고 시도지사가 인사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경찰 지방자치로 발생할 수 있는 정치적 독립성 훼손 우려를 고려하여 개방직으로 운영될 자치경찰본부장을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임기 2년)가 추천한 3배수 후보자 중 시도지사가 1명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위원회는 시도지사, 시도의회 등의 추천을 받아 9~15인(상임 1인 포함)의 심의·의결기구를 구성하도록 권고하였다. 자치경찰본부장보다 하위직인 시군구 자치경찰대장(비개방직)에 대해서는 시군구청장 동의절차, 시도지사에의 후보자 추천 및 시도지사 임명절차를 거치도록 하였다.  

 

경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은 「제주자치경찰 확대 시범운영」 과정에 적극 반영된다. 2018년 8월말까지 제주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 123명의 제주자치경찰단 파견이 완료되었고, 현재 112 신고사건 중 교통 불편 등 주민생활과 관련된 신고 15종 사건을 제주자치경찰단이 처리하고 있다. 2018년 8월 한 달 간 제주동부경찰서(국가경찰) 관할에 접수된 112 신고 출동의 약 35%를 자치경찰에서 처리하였다. 

 

자치분권위원회가 놓치고 있는 것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안을 적극 고려하여 자치경찰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정부의 태도에 대하여 ‘무늬만 자치경찰 도입’ 이라는 일각의 비판이 있다. 이에 집권 여당인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경찰인력 및 사무의 3분의 1 가량이 변하는 내용이므로 그런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론한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될 5∼7개 광역자치단위 자치경찰 시범운영은 경찰개혁위원회가 2018년 6월 해단한 관계로 대통령 소속인 자치분권위원회의 의견이 많이 반영될 것이다. 자치분권위원회는 정부의 입장을 고려하면서도, 아직까지 서울시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지방경찰청 포함 경찰서 및 파출소의 조직·인력·사무·재정을 광역지방자치단체로 원칙적 이관」, 「국가안보, 국제범죄, 전국적 사건을 제외한 모든 경찰수사권한의 자치경찰로의 이관」 주장도 청취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및 집권여당이 「제주자치경찰 확대 시범운영」의 큰 틀을 유지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자치분권위원회가 ‘연방제 수준의 자치경찰제도’ 도입주장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모든 논의는 지방자치제도의 양대 버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주민참여와 지방분권(수직적 권력분립) 중에서도 주민참여 측면을 소홀히 하고 있는 듯하다. 경찰조직과 그 사무의 특성상 자치경찰제 도입에서 핵심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안은 ▲ 지역특성에 맞게 주민들의 치안수요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 것인가(주민참여적 측면) ▲ 경찰서비스를 주민들에게 불편부당하지 않게 형평성 있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형평성) ▲ 수사 및 위험방지 사무에 있어 지역 정치인, 공무원이나 지역토호에 의한 비리적 개입을 차단할 것인가 (비리차단) ▲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성을 더 잘 담보할 수 있을 것인가(경찰사무 독립성)이다. 그 다음으로 ‘지방분권’과 같은 권력분립적 요소를 고려하면 좋을 것이다. 

 

참여정부시절 대통령 소속 지방분권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해외시찰로 외국 자치경찰제도를 경험한 한 위원도 자치경찰제도 도입에서 핵심적인 것은 ‘지방자치단체(장)의 한 하부조직으로서의 자치경찰’ 이 아니라 ‘정치권·행정기관으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경찰자치’ 라고 설파한 바 있다.  

 

‘주민참여’, ‘경찰사무 독립성’ 보장이 필수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자치경찰본부장에 대한 인사추천을 담당하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시도지사 소속으로 되어 있는 것, 시도지사의 일부 위원 추천권, 위원회가 추천한 3배수 중에서 1인을 광역자치단체장이 임명하는 것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전혀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광역자치단체장이 자치경찰을 자신의 하부기구로 인식하고 활용하게 될 우려를 낳는다. 

 

정보경찰이 폐지되지 않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정보경찰 사무와 인력이 상당 부분 자치경찰로 이관될 것이고, 그렇다면 광역자치단체장은 자치정보경찰을 자신의 눈과 귀로 삼아 지역단위에서 잠재적 정치경쟁자나 자기 정책에 반대하는 주민집단을 사찰하는 도구로 악용할 수 있다. 최근 드러난 정보경찰의 위법적인 활동사례는 이런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반면, 영국 자치경찰제는 앞서 제기한 질문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영국은 런던을 제외한❶  광역자치경찰구역(Police District)을 중심으로 자치경찰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2012년부터 지역경찰청장·차장에 대한 임명·해임권, 지역경찰 예산·재정총괄권, 지역치안계획수립권한을 가지는 지역경찰위원장(PCC, Police Crime Commissioner)을 주민직선으로 선출하여 주민참여를 강화하고 있다.❷

 

the police

 

지방자치단체(기초급)는 관할 경찰구역 내(광역급) 지역치안위원장에 대한 견제역할을 하는 약 20명 정도의 지역치안평의회를 구성해 선출직 대표를 1명씩 파견함으로써 지역치안 문제에 관여한다. 지역치안평의회에 참여하는 지방자치단체 대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지명하는 것이 아니라 선출로 정해진다. 평의원들은 광역자치경찰구역의 지역경찰청장 인사와 관련해서는 임명거부권을 가질 뿐이다. 

 

영국 자치경찰제도는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역경찰청장의 인사, 지역경찰예산의 감사에는 직접적으로는 관여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지역경찰 사무의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의 독립성도 매우 비중있게 고려하고 있다. 일본이 도쿄 경시청 및 지방경찰본부 총경급 이상의 간부를 모두 국가경찰로 하는 ‘지방경무관’ 제도를 두는 것도 경찰사무의 특성을 고려하여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의 경찰사무 독립성을 고려한 조치이다.

 

아쉽게도 작금의 자치경찰제도 논의는 광역 자치경찰의 조직운영과 자치경찰 공무원에 대한 인사가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하여 좌지우지되게 할 가능성을 전혀 제거하지 못한다. 국가경찰이 수사를 행하고 있는 지금도 많은 지역의 경찰서에서 연고에 바탕한 온정적 수사를 종종 발견하게 되는데, 자치경찰제 도입에 있어 인사, 사무의 독립성이 중점적으로 고려되지 않는다면 결국 지방자치경찰제도는 우리나라의 지역연고주의, 온정주의, 자치정보경찰의 광역지방자치단체장을 위한 주민사찰, 정치개입으로 그 시작과 함께 치안서비스 붕괴의 길로 갈 우려가 크다. 자치경찰제 도입에 있어서는 경찰사무의 특성상 지방분권적 측면보다는 주민참여에 의한 경찰자치 및 경찰사무의 독립성 보장이 우선적 고려대상이 되어야 한다.  

 

영국은 런던 이외에 광역자치단체, 광역자치단체장이 존재하지 않음

2012년 잉글랜드, 웨일즈 43개 광역자치경찰구역 중 총 41개 구역에서 주민직선으로 PCC를 선출한다 

 

 

 

특집. 수상한 경찰개혁 2019년 7-8월호 월간참여사회 

1. 권력의 하수인 노릇해온 경찰, 달라질 수 있을까 민선

2. 정보경찰이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 양홍석

3. 무늬만 자치경찰, 주민참여가 우선이다  박병욱

4.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 검경수사권 조정의 방향  한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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