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09월 2020-08-28   331

[통인뉴스] 70년이면 충분하지 않나요?

70년이면 충분하지 않나요?

한국전쟁 70년, 이제 우리가 전쟁을 끝냅시다

글. 이영아 평화군축센터 간사

 

 

“모든 이들에게 공통된 하나의 마음은, 이 땅에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 6월 25일 한국전쟁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이 오래된 전쟁을 끝내야 합니다.”

 

아직도 전쟁 중이라고?

2020년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너무 오래전에 일어난 전쟁이라 이미 끝난 전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라 전쟁이 잠시 중단되었을 뿐입니다. 분단된 한반도에서 일어난 3년간의 참혹한 전쟁으로 수백만 명의 사상자와 이산가족이 생겨나고 온 나라가 파괴되었습니다. 그 후로도 적대와 증오, 군사적 긴장이 한반도 주민들의 삶을 지배해 왔습니다. 불안정한 휴전 상태의 한반도는 세계가 탈냉전의 시대를 맞은 이후에도 줄곧 군사 패권의 각축장이 되어왔고, 국제적인 핵 군비경쟁과 확산을 촉발하는 도화선 구실을 해왔습니다. 이제는 이 오래된 전쟁을 끝내야 하지 않을까요? 

 

역행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그러나 지금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얼음판 위를 걷고 있습니다. 대북 전단 살포를 이유로 북한은 지난 6월, 판문점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통신선, 군 통신선, 정상 간 핫라인 등 남북 사이 모든 연락 채널을 차단하고, 4.27 판문점 선언의 상징이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불과 2년 전, 남북 정상이 군사 분계선을 넘나들며 “더 이상 한반도에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면 지금의 이 상황은 너무나 참담합니다. 남북, 북미가 어렵게 이뤄낸 합의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걸음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해버린 슬픈 상황입니다. 하지만 또다시 적대와 불안이 지배하는 시대로 되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이제 우리가 전쟁을 끝냅시다

 

“전쟁 중에 민간인 100만 명 이상이 학살당했다고 합니다. 한 가족을 세 명만 잡아도 300만 명 그 많은 사람이 학살당했습니다. 전쟁으로 말미암아 엄청난 고통과 한을 품고 어쩔 수 없이 살아갑니다. 전쟁만 아니었다면 부모님과 행복하게 살았을 텐데, 전쟁이 모든 것을 다 빼앗아 가 버렸습니다.” 전술손 전호극소령 유족 

 

“태어났을 때부터 한반도는 휴전 상태였고, 그 상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려고 하지 않았고 외면하며 배제해 왔던 기억을 찾아 들으며, 휴전은 곧 전쟁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전쟁이 예정된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한 것이 평화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당연함이 사라지고, 삶과 인간성이 파괴되고 있는 곳들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정다원 성미산학교 포스트 중등 과정 학생 

6월 24일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기자회견 중에서

 

한반도평화를 향한 간절한 마음과 절박한 마음으로 지난 2월부터 한국 시민사회와 종교계는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을 준비해왔습니다. “70년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이제 대결을 멈추고 전쟁을 끝내자”는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은 지난 7월 27일 공식 발족하였습니다. 

 

전국 352개 종교·시민사회단체, 18개의 국제 파트너 단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정전협정 70년이 되는 2023년까지 3년 동안 ▲한국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합시다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한반도와 세계를 만듭시다 ▲제재와 압박이 아닌 대화와 협력으로 갈등을 해결합시다 ▲군비 경쟁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시민 안전과 환경을 위해 투자합시다 이상 네 가지 요구안을 담은 한반도 평화선언KoreaPeace Appeal에 대해 전 세계 1억 명 서명운동을 진행합니다. 온·오프라인 집중 서명운동을 비롯해 시민평화로비, 시민평화대화, 시민평화행동, 시민문화교류 등 다양한 활동으로 한반도 평화를 향한 전 세계 시민들의 열망을 연결해 나갈 예정입니다. 이렇게 모인 세계 시민들의 서명과 선언은 남, 북, 미, 중을 비롯한 한국전쟁 관련국 정부와 유엔에 전달할 것입니다. 

 

월간참여사회 2020년 9월호 (통권 278호)

7월 27일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발족 기자회견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톱다운방식’으로 진행되어 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이제 아래로부터 시민의 압력과 요구를 가시화하고 국제 여론을 움직여 어려움에 직면한 정부 간 협상이 제 길로 갈 수 있도록 우리가 직접 나서야 합니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이 오랜 전쟁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에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지금 바로 캠페인 사이트 endthekoreanwar.net로 접속해 한반도 평화 선언에 서명하고, 시민네트워크 ‘전쟁을 끝내는 사람들’과 함께해 주세요! 

 

❶  대한민국 해군 창설의 주역으로, 1948년 ‘해상의용군 사건’으로 억울하게 체포돼 수감 중 6·25가 발발한 직후 학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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