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9년 05월 2019-05-02   14236

[특집] 승강장에서 SNS까지,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월간 참여사회 2019년 5월호 (통권 265호)

 

에어비앤비, 카카오택시, 배달의민족…우리 일상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 그 안에서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나요? 플랫폼이란 과연 무엇이며 우리는 지금 왜 플랫폼노동에 대해 이야기 할까요? ‘플랫폼’이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노동의 변화와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만나봅니다

 

 

특집1_플랫폼, 노동의 기회인가 위기인가

승강장에서 SNS까지,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글. 윤상진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저자 

 

월간 참여사회 2019년 5월호 (통권 265호)

 

‘플랫폼’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플랫폼은 굉장히 다양한 의미로 우리 주변에서 사용되는 용어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즈, 안드로이드나 iOS와 같은 운영체제를 플랫폼이라 하기도 하고,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플랫폼이라 하기도 한다.

 

역도에서 바벨을 드는 사방 4미터의 각재로 만든 대를 플랫폼이라 부르기도 하고, 다이빙에서 5~10미터 높이의 준비대를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다양한 모델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부분을 플랫폼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플랫폼이 자동차 플랫폼이다. 자동차 플랫폼이란 자동차의 기본이 되는 골격, 즉 차대를 말한다.

 

지하철 승강장으로 바라본 플랫폼의 의미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승강장도 플랫폼이다. 승객은 비용을 지불하고 승강장에서 지하철이나 버스에 탑승한다. 그러면 지하철이나 버스는 승객을 원하는 장소로 데려다 준다. 지불 방식은 다르지만 승강장을 중심으로 가치교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승강장에는 기차나 버스를 기다리면서 지루해할 승객을 위해 신문이나 잡지, 먹거리를 판매하는 작은 매점도 있고 음료수, 과자를 쉽게 사먹을 수 있는 자판기도 설치되어 있다. 또한 승강장 안에 공간을 만들어 음식, 옷,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는 사업자에게 매장을 임대하기도 한다. 강남역이나 고속터미널역 같이 유동인구가 많은 환승역에 대규모 지하상가가 조성되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는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접목하기가 쉽기 때문에 부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단지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공간인 승강장 안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발생하는 것이다. 승강장은 메인 비즈니스 모델인 승차요금 이외에 이런 부가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상당한 매출을 올린다.

 

특히 승강장에는 별도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승강장을 중심으로 지하철이나 버스와 승객이 끊임없이 순환한다. 승객이 필요로 하는 지하철과 버스 등의 교통수단을 탈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승강장은 지하철이나 버스와 승객이 만날 수 있는 거점으로써의 기능을 하며, 교통과 물류의 중심이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가치교환이 일어나고 거래가 발생한다. 지하철 승강장은 주변 생태계를 조성하여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수많은 가치 교환의 중심에서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플랫폼은 ‘구획된 땅’을 의미하는 ‘plat’과 ‘형태’를 의미하는 ‘form’의 합성어이다. 결국 플랫폼을 어원으로 해석해 보면 ‘구획된 땅의 형태’가 되는 것이다. 플랫폼은 경계가 없던 땅이 구획되면서 계획에 따라 집이 지어지고, 건물이 생기고, 도로가 생기듯이 ‘용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활용될 수 있는 공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단어라고 할 수 있다.

 

플랫폼의 구성요소

플랫폼의 구성요소는 정보통신기술 관점과 가치 교환 관점에서 정의해 볼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 관점에서 플랫폼은 컴포넌트(Component)와 룰(Rule)로 구성되어 있다. 토마스 아인스만, 제프리 파커, 마셜 반 알슈타인 등 세 명의 교수가 2008년 공동 발표한 논문➊에서는 플랫폼을 사용자 간 트랜잭션(User Transaction)에 필요한 컴포넌트와 룰의 합집합(Set)으로 규정했다. 다시 말해 플랫폼의 구성요소를 컴포넌트와 룰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컴포넌트는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서비스 모듈(Service Module), 아키텍쳐(Architecture)를 의미한다. 플랫폼의 기반이 되는 시스템이나 시장규모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 등의 단말기, 안드로이드 등의 운영체제를 컴포넌트라고 할 수 있으며 룰은 네트워크 참여자나 플랫폼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이해관계자를 조율하거나 조정하는 규칙을 의미한다.

 

플랫폼을 가치 교환의 관점에서 구성요소를 정의해 본다면 플랫폼 사업자와 플랫폼 참여자로 분류할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공급하는 주체이다. 구글플레이스토어를 개발해 공급·운영하는 구글이 플랫폼 사업자가 되는 셈이다. 플랫폼 참여자는 플랫폼에 참여해서 가치를 교환하게 되는 그룹을 의미한다. 그리고 참여자는 다시 공급자와 수요자로 나눠볼 수 있다. 구글플레이스토어에 앱을 등록하는 개발자를 공급자로 볼 수 있고, 앱을 다운로드해서 사용하는 유저는 수요자가 된다. 요약하자면 플랫폼이란 ‘공급자, 수요자 등 복수 그룹이 참여하여 각 그룹이 얻고자 하는 가치를 공정한 거래를 통해 교환할 수 있도록 구축하는 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은 결국 어떻게 선순환 구조의 시스템을 만들고 유지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여러분의 집에 수족관을 설치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 넣어주고 물고기만 넣어준다고 해서 물고기가 잘 살 수 있을까? 모래도 넣어줘야 하고 기포도 넣어줘야 하고 물이 순환될 수 있도록 여과기도 설치해 줘야 한다. 광합성을 할 수 있도록 햇빛도 볼 수 있는 곳에 위치를 잡아줘야 하고 자체적으로 먹이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먹이도 줘야 한다. 수족관도 결국 작은 생태계를 조성해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윈도즈나 안드로이드, iOS와 같은 운영체제도 결국 그 자체만 존재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앱이 구동되고, 이것을 많은 유저가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플랫폼은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

현재 ‘플랫폼’이라는 말은 정보통신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쓰이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이라 불리기 위해서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선순환 구조의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 혼자만 먹고살 수 있는 구조가 아닌 플랫폼을 이용하는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가 새로운 가치와 혜택을 얻을 수 있어야만 플랫폼이라 불릴 수 있는 자격이 있다.

 

플랫폼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성장하게 된다. 성공하는 플랫폼에 더욱 많은 사용자들이 몰리게 된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플랫폼에 대한 주도권 경쟁이 점점 치열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플랫폼 경쟁에서 밀려나게 되면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기존의 일반적인 서비스 개념과 많은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서비스 사업모델은 재화나 가치의 이동이 사업자에서 이용자로 일방향으로 흐른다면, 플랫폼은 사업자와 이용자 간 다양한 상호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준다. 플랫폼은 장을 만들고, 나름의 규칙을 수립하고, 시스템을 고도화한다. 플랫폼의 참여자들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플랫폼의 역할이자 사명이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5월호 (통권 265호)

 

 

<Opening Platforms: How, When and Why?> Thomas R. Eisenmann, Geoffrey Parker, Marshall Van Alstyne. August 31, 2008

 

 

 

특집. 플랫폼, 노동의 기회인가 위기인가  2019년 5월호 월간참여사회 

1. 승강장에서 SNS까지, 플랫폼이란 무엇인가 윤상진

2. 한국의 플랫폼노동 실태와 사회적 책임 김성혁

3. 플랫폼경제, 상생의 공유와 승자독식 사이 이광석

4. 플랫폼 시대의 새로운 사회계약 장흥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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