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20년 06월 2020-06-01   838

[통인뉴스] 코로나19 시대, 기업 공적자금 지원에 대한 단상

코로나19 시대, 기업 공적자금 지원에 대한 단상

개정 산업은행법, 공적자금 지원의 실효성 및 투명성 확보 기준 보완돼야 

 

글. 이지우 경제금융센터 간사

 

 

지난 4월 말, 40조 원 규모의 「위기극복과 고용을 위한 기간산업안정기금(이하 ‘기간산업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의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후 관계부처는 「기간산업기금 운용방안(이하 ‘기금운용방안’)」을 발표하여, 코로나19 피해 기업 중 항공·해운업 등 국민 경제와 고용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업종이면서 총차입금 5천억 원 이상, 근로자 수 300인 이상인 곳에 대해 고용유지 등을 조건으로 공적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정부는 막상 지원대상 기업에 어떠한 영향력도 미칠 수 없으며 자금지원의 핵심 목적인 고용안정을 강제하기 어려워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각각 1.2조 원, 1.7조 원의 지원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코로나19로 각국 공항의 비행기들이 멈춰선 상황에서 이들 회사의 경영위기가 지속될 경우 추가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5월 20일, 현재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 쌍용자동차 등 다양한 회사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며 기간산업기금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월간참여사회 2020년 6월호 (통권 276호)

5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이날 기재부는 40조 원 규모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방안을 발표했다 

출처 기획재정부

 

기간산업기금, 지원받는 기업이 ‘알아서’ 고용보장?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그동안의 경제위기를 돌이켜보면, 총수일가 등 대주주들이 공적자금 지원을 받고서도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자에게 기업부실 책임을 전가시켜 온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그동안 재무 상태가 건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필요합니다. 다만, 코로나19 극복과 국민경제의 안정을 위해 혈세를 투입하는 만큼 기간산업기금 지원을 받는 기업에 대한 대주주의 책임 분담과 고용안정보장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산업은행법 개정안의 내용을 뜯어보면 지원대상 기업의 경영을 정부가 감독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전무하고, 고용유지 대책은 기업의 자율에 맡기고 있습니다. 일례로, 개정안은 기간산업기금이 출자 등 자금지원으로 보유하게 된 기업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대출이 아닌 출자 형식으로 자본을 직접 공급하면서도 기존 주주의 의결권만을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기금운용방안에 따르면, 고용보장의 경우 2020년 5월 1일 기준 근로자 수를 기금지원 개시일로부터 6개월간 90% 이상 유지하도록 지원 조건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6개월 이후 소멸되는 한시적 약속에 불과합니다. 또한 기금운용방안은 이러한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을 위한 노력사항에 대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기업의 ‘자발적 선의’에 기대는 것으로, 어떠한 구속력도 없습니다.

 

정리해고, 대주주 사익편취…아시아나항공도 지원대상?

코로나19 피해로 자금을 지원받는 회사 중 대주주가 책임을 지는 경우는 전무하고, 하청업체 등 노동자만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은 대표적 사례가 바로 아시아나항공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청소와 수하물 분류작업을 담당하는 아시아나케이오(이하 ‘KO’) 노동자 중 일부는 지난 5월,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KO의 지분을 100% 소유한 곳이 바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입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KO뿐만 아니라 KA(여객지원), KF(미화), KR(정비지원), AH(외항사 지원), AQ(여객운송지원), AO(항공운송보조), KG(사업시설 경비·소매업), KI(건물종합관리)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들은 모두 항공운항에 필수적인 업무를 맡고 있음에도 굳이 계열사로 분리되어 아시아나항공과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공익재단임에도 KO 등 계열사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2006년 대우건설 인수로 흔들린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 회수를 위해 설립된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에 2015년 400억 원을 출자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명백히 공익재단 설립 취지에 위배되는 행위이며, 계열사를 통한 대주주의 사익편취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아시아나항공 하청업체의 고용불안에 대해 대주주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두산중공업에 2.4조원 ‘묻지마’식 혈세 퍼주기

유사 사례는 또 있습니다. 지난 3월, 기간산업기금과는 별도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주주 등의 고통 분담을 전제로 두산중공업에 긴급 운영자금 1조 원을 한도대출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후 외화사채 6천억 원의 원화대출 전환, 8천억 원 추가 대출 등 전체 지원금은 2.4조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위기에 놓인 기업을 세금으로 지원한다면, 적어도 국민들 앞에 그 의사결정 및 진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두산중공업이 내놓은 자구안이나, 회계법인을 통해 진행한 실사 결과조차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참여연대는 두산중공업이 2009년 ‘두산 위브 더 제니스’의 대거 미분양 등으로 경영위기에 빠진 자회사 두산건설에 합리적 경영판단 및 실현가능 회수계획 없이 2조여 원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다가 경영 위기를 맞았다고 보고, 두산중공업 이사진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두산중공업에서는 750명이 명예퇴직 절차를 밟았고, 350여 명이 무급휴직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민의 혈세를 대거 투입하여 기업을 돕고 있는데도 노동자는 고용불안에 떨고, 대주주의 책임은 미진한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코로나19 위기는 지금껏 누구도 겪어보지 않은 초유의 사태입니다. 이동의 부자유로 인해 경기는 얼어붙고,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자 할 것 없이 모두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피해가 기업의 이해당사자 중 가장 약자인 노동자에게만 전가되어서는 안 됩니다. 참여연대는 앞으로 기간산업기금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감시해나가겠습니다.

 

>> [목차] 참여사회 2020년 6월호 (통권 2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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