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10월 2009-10-01   1181

참여사회가 눈여겨본 일_전세대란, 해결책은 없을까?




무분별한 도시정비 사업이 부른 ‘전세대란’



권정순 변호사,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우리나라에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형태의 전세제도(보증금을 지급하는 이외에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는 형태의 월세제도를 포함하여 전,월세제도라고 하는데, 이하에서는 이러한 월세제도도 전세제도에 포함시켜서 언급하기로 한다)가 민간주택임대차1)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전세계약을 체결하면서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에는 전세보증금(임대차보증금)의 수수가 이루어지는데, 이로써 임대인은 임차인으로부터 임대차기간 동안 위 금원을 차용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우리 사회는 지속적인 부동산가격을 경험한바 있기에 주택 소유자인 임대인들은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아 이를 주택구입 자금으로 사용하기도 하는 바, 임차인이 임대인들의 주택구입자금을 대여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임대차보증금의 위와 같은 기능으로 인해, 전월세가격은 주택가격의 변동에 연동되기도 한다. 외환위기 당시 전세수요 등에는 큰 변화가 없었는데도, 전,월세가격이 급락하여 역전세대란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는데, 이는 당시의 부동산가격의 폭락과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살핀대로, 전월세 가격은 부동산가격의 변동에 영향을 받는 이외에 최근에는 도심재개발로 인한 이주수요의 급증으로 전세대란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데, 아래에서는 이러한 사태의 원인을 살피고, 그 해결책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사업

통상, 전세수요는 투기수요가 개입될 소지가 적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 서울 및 수도권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세대란은 전세수요의 급증 및 이에 따른 공급물량의 부족이 주요한 원인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최근, 수 년 사이 서울과 수도권에서 유독 전세대란의 문제가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는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사업 등의 도심재생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도심곳곳에서 재개발, 재건축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다보니, 이로 인한 이주수요가 급증하는 반면에, 도심재생사업으로 공급물량, 특히 중,소형 아파트나 임대아파트의 공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민간주택임대차의 경우에는 급격한 가격상승이 있더라도 이를 규제할 만한 적절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최소 2년의 계약기간만 보장해 주므로 위 계약기간 만료 후 임차인들은 불안정한 지위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민간주택임대차는 급격한 전세수요의 급증이 있거나 공급물량이 부족하게 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하면 이것이 그대로 전세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민간주택임대차 영역과 별개로 공공임대주택을 전체 재고 주택수의 약 20% 내외로 공급하여2) 주택임대차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임대주택이 전체 주택재고의 9.4%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5년 또는 10년 후 분양전환주택으로 공공임대주택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임대주택이 다수여서, 정작, 장기임대주택 재고의 비율이 2.71%에 불과하기 때문에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임대주택시장에서 안전판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개발이익 극대화에 줄어드는 주택수

2009년 봄에는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및 서초구 반포 일대에서 재건축아파트가 대규모로 공급되면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맞물려3)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기는 하였지만 이른바, ‘역전세대란’현상이 발생하였으며, 불과 6개월이 채 경과하지 않은 현재에는 급격한 전,월세 가격의 상승이 문제되는 전세대란의 문제가 서울 및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이러한 급격한 가격변동의 주요 원인은 이미 살핀 바와 같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을 비롯한 정비사업이 도시계획이라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각 정비사업 조합들이 개발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다보니 주택의 대량 멸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며, 이를 완충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의 절대수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당시 전,월세 가격의 급락으로 임차인들이 임대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제 때 반환받지 못하여 새로 체결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는 등의 문제(이른바, ‘역전세대란)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이러한 경우보다 급격한 전,월세 가격의 상승이 임차인들에게 고통이 된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현재,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는 법률 규정으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임법’) 제7조(차임등의 증감청구권)4), 같은 법 시행령 제2조(차임등 증액청구의 기준 등)5) 등이 존재하나, 위 규정은 계약이 갱신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또한 대법원은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 재계약을 하는 경우에는 위 법 제7조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으므로6), 임차인이 변경되지 않더라도 재계약의 경우에는 임대료 상승을 통제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 더구나, 임차인의 변경이 생기는 경우에는 종전 임차인이 체결한 계약의 내용을 알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임대인의 일방적인 요구에 따라야 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아무런 법적 규율이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주임법은 최소 2년의 임대차기간을 보장하면서 일정한 경우 묵시적 갱신을 인정하고 있으나, 계약기간 만료를 즈음하여 임대인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를 하면 계약 해지가 가능하게 되어 있다. 통상, 전세가구의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학제(초등 6년, 중·고등 각 3년)에 맞추어 거주기간을 결정하게 됨에도 2년의 임대차기간은 위와 같은 학제나 주거패턴 등에 비추어 볼 때 지나치게 단기간이라 임차인의 주거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현행 주임법에서는,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전입신고)’을 갖춘 경우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을 인정하고 있으며, 위와 같은 대항요건 이외에 확정일자를 갖추면 일정한 경우 후순위권리자 등에 우선하여 보증금의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인정된다. 또한, 보증금 중 일정액에 대해서는 최우선변제권이 인정7)되나, 최우선변제가 인정되는 금액이 많지 않아, 위 규정만으로는 임차인의 주거안정을 보호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주민등록을 주택 임대차의 공시방법으로 삼은 것은, 주임법 제정 당시(1981년)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법률 제정을 서두르면서 불가피하게 수용한 측면이 있으나, 주민등록 또는 확정일자만으로는 임대차계약의 내용(계약 당사자, 기간, 임대차 보증금 등)을 확인할 수 없어 공시방법으로 적절치 않으며, 이로 인해 많은 법률적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임대료 상승을 통제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의 부재

도심재개발로 인한 이주수요 및 주택멸실의 분산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광역단위로 재개발을 시행하여, 순차적인 도심 재개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즉, A지역에서 재개발이 진행 중일 때 A지역 재개발로 인한 이주수요를 인근의 B, C지역에서 임대아파트 등을 공급하는 방법으로 흡수해야, 재개발로 인한 이주수요가 전세대란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 것이다. 재개발, 재건축 등의 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도 위와 같은 순환재개발과 관련한 규정이 존재하나, 강제성이 전혀 없어 문제로 지적되는데, 위 규정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순환재개발의 경우, 용적율 상승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선진 각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전체 재고 주택의 20% 이상 비율에 상당하는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여 민간전월세 시장에서의 가격조절 기능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노태우 정부 때부터 시작된 공공임대주택정책은 부침을 거듭했는데, 부동산가격 상승기에는 어김없이 임대주택 공급확대가 대책으로 제시되어 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 2008년에는 임대주택 1만 6천 가구가 줄어들고, 올해는 임대주택 공급 목표량도 10만 6천 가구로, 지난 해 건설실적에 비해 8.62%나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8). 이러한 정책은 지난 10여 년간 추진되어 온 주거복지정책을 후퇴시키는 것일 뿐 아니라, 민간주택임대차의 급격한 가격변동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수단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도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도심에서 공공임대주택이나 전세용의 소형주택 확보가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소형주택, 임대주택이 많이 건설되도록 소형주택,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 정책이 강화되어야 한다. 도심의 재정비지구는 영세한 가옥주, 세입자가 밀집해 주거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은 재개발사업의 경우 중대형주택이 전체주택의 20%를 넘지 못하도록 해 소형주택 건설을 강화하고 임대주택의 경우에도 전체주택의 17%, 세입자의 30% 이상의 임대주택을 건설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나, 뉴타운사업의 경우에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강북을 강남을 대체하는 고급도시로 개발한다는 명분으로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완화하여 중대형주택을 40%까지 건설할 수 있도록 한 결과 뉴타운 사업지구에서는 소형주택과 임대주택이 줄어들고 심지어 전체주택 수가 개발 후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뉴타운 관련 법령(도촉법)에 중대형주택 비율을 낮추고, 재건축의 경우에도 임대아파트 의무건설 비율을 부활하는 등의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불투명한 공시제도를 개선하고 전세수요자에게 전세가격 등의 정보를 전달해 지역적 전세가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등기부에 의해 주택매매거래를 공시하듯이 임대차에 대해서도 임대차등록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표준임대차계약서에 따라 임대차계약이 체결되도록 하고, 이를 전입신고 시 전산화 한다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임대차등록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위와 같은 임대차등록제를 통해 확보되는 각 지역별 임대료가격의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의 부동산 공시가격과 유사한 지역별 공정임대료를 책정하여 주택임대차가 이러한 공정임대료, 공정보증금가격의 수준에서 체결되도록 유도해 전세가, 임대료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주택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해 공정임대료를 둘러싼 분쟁을 신속히 해결하도록 하는 등 작금의 전세대란과 같이 주기적 또는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전세대란의 시기에 전세가격 급등현상에 대비하는 분쟁조정제도의 도입도 필요하다. 2년의 주택임대차기간이 종료한 후에도 주택임차인이 2년의 기간 범위 내에서(총기간은 4년) 임대인에게 주택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임대차가 갱신되는 경우에는 전세보증금이나 임대료의 상승을 5%의 범위 내에서 제한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주임법이 개정돼야 한다. 다만, 임대인에게도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임차인의 이러한 갱신요구에 대항할 수 있어야 하므로, 주택의 개축.재건축, 임대료 연체, 임대인이 직접 사용할 필요성 등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이다.


임차인 주거안정 위해 주택임대차법 개정돼야

참여연대에서는 2007년 9월 19일 ‘3대 가계부담 줄이기 운동’의 하나로 ‘전세가 가계부담 실태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년 동안 원래 전세값의 133%가 오르는 등 이사철이 되면 임차인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세가격이 폭등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이는 근본적으로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제가 계약 갱신 시 임차인들을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무분별한 임대료 상승 문제를 개선하고, 서민 가계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한바 있다. 이와 같이, 전세대란의 문제는 비단 최근의 현상만은 아니며, 일정한 주기마다 되풀이되는 민생문제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도심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주임법 개정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발생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아무리 주임법을 개정해서 임대차기간을 연장하더라도 재개발의 경우에는 위 주임법의 적용이 배제되고 이주가 강제되므로, 반드시 재개발을 비롯한 도심재생사업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와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는 정비사업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및 제도를 정비하고, 이러한 대책과 별개로 주임법을 개정해 임차인들의 주거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최근, 참여연대는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주임법 개정안을 다시 입법청원했다. 부디 이번 국회 회기 내에 충분한 검토를 거쳐 개정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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