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3월 2002-03-01   1582

원주 – 고교평준화 앞두고 마찰 빚는 원주 교육당국과 지역주민 · 학생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원주에서는 지난 80년부터 91년까지 12년간 평준화제도가 시행된 후 지역의 만성적 교육문제로 지적되던 중학생들의 과열 입시경쟁, 과외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 고등학교 서열화로 인한 학생, 학부모, 교사들 간의 위화감 등의 문제가 사라졌다. 무엇보다 대학 진학률이 상승되었으며, 학교 서열화가 사라지니 학생들끼리 자유로운 교류가 이뤄졌다. 또 어느 학교를 다니건 학생들을 차별하는 일도 없어졌다. 그러나 92년 제대로 뿌리내리던 고교 평준화 제도를 지역의 특정 학교 출신 동문들과 교육정책 담당자들이 주민들의 여론수렴 절차 하나 제대로 밟지 않고 비평준화 제도로 바꿔버렸다. 90년과 91년 두 해에 걸쳐 원주고, 원주여고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의 교사, 학생들과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항의 집회가 교육청을 비롯한 시내 곳곳에서 펼쳐졌지만, 교육당국은 강압적으로 비평준화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역사를 거꾸로 돌려놓았다.

입시제도가 바뀐 이후 원주고, 원주여고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의 대량 탈락사태가 반복되고, 이에 따른 학부모들의 항의가 거세지는 등 큰 혼란이 일자 교육청은 진학담당 교사들을 동원해 학생들의 고등학교 지원 상황을 사전에 통제, 조정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이는 결국 학생들에게 ‘학교선택권’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강행되었던 비평준화 고입제도가 오히려 학생 개개인의 자유의사를 박탈하는 ‘관제입시’ 혹은 ‘통제입시’로 변질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로 인해 각 중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이 성적순에 따라 서열화 되어 고등학교를 차례대로 진학하게 되는 웃지 못할 ‘배분입시’가 시행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성적이 우수한 소수 학생을 제외한 대다수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입시과정에서 심각한 자괴감을 느끼고, 진학담당 교사들 또한 극심한 심리적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보다 못한 원주지역의 13개 교육·시민단체들이 연대해 ‘원주지역고교평준화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게 된다. 우선 ‘고교평준화를 위한 일일호프’를 열어 지역주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기금을 조성했으며, ‘교육사랑방 좌담회’와 지역 축제 등과 연계한 ‘거리홍보전’을 펼치면서 주민들과 교육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평준화를 원하지 않는 기득권층으로 인식되어 있는 원주고·원주여고 출신 동문들 중에서 100명씩 서명을 받아 성명서를 발표함으로서 지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원주 지역에서는 주민들의 평준화 제도 도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고, 원주뿐 아니라 강릉지역에서도 평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간헐적으로 터져나오게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 탓에 얼마 전 치러진 ‘강원도교육감 선거’에서 평준화 문제가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대두되었고, 후보자 7명 모두가 평준화 도입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태도를 토론회나 유세를 통해 표명하기도 했다. 이제 선거는 끝났고 새로 당선된 한장수 강원도교육감의 의지에 따라 평준화 제도 도입 여부가 결정되게 된다. 새 교육감은 ‘입시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하여 여론을 수렴한 뒤에 결정하겠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과거처럼 특정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얼치기로 넘어가지 않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지역 주민들의 여론수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우리 ‘원주지역고교평준화추진위원회’에서는 지속적인 노력을 펼칠 것이다. 비평준화 제도는 명백히 지역의 교육과 지역사회의 화합을 해치고 있으며, 평준화제도로의 복귀가 교육적으로 더 많은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경험적인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원주지역고교평준화추진위원회’의 싸움은 중단될 수 없는 것이다.

김익록 원주지역 고교평준화추진위원회 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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