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4월 2002-04-10   748

도심공원 시민의 손으로!

“한국은행터 공원만들기 시민행동” 10만서명운동 돌입


조두남의 가곡 ‘가고파’로 유명한 한반도 남쪽 바닷가의 중소도시 마산에서, 한 시민단체가 도시 한복판의 금싸라기 땅 1500여 평에 공원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도심공원 만들기 운동을 시작한 마산YMCA가 점찍은 곳은 더군다나 공유지(자치단체나 정부의 소유)도 아닌 민간기업의 땅이다. 다소 무모해 보이는 운동이지만 시민들을 설득하고 있고 `도심공원 만들기 ‘10만인 서명운동’도 펴고 있다.

오래된 어촌도시 마산은 70∼80년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공업과 상업이 함께 발달한 재래식 도시다. 따라서 도시계획에 의한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아 도심은 도로가 좁고 토지 가격은 비싸기 때문에 균형 있는 개발이 어려운 곳이다. 그 결과 마산은 시민들의 접근이 뛰어난 도심에는 단 한 평의 공원도 없는 삭막한 도시가 되어 버렸다.

그런 마산시내에 공원 후보지가 생겼다. 마산 도심에는 예전에 화재가 나면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불종’이 걸려 있었던 것에서 유래한 ‘불종거리’라 부르는 중심도로가 있다. 서울로 치면 종로쯤 된다. 이 도로에 면한 곳에 몇 년 전 한 건설회사가 백화점을 짓다가 부도를 내는 바람에 4∼5년째 방치된 땅 1500여 평이 있다. 마산YMCA는 한 평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사유지에 ‘시민의 힘으로’ 공원을 만들겠다는 다소 무모한 일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이를 위해 마산YMCA 회원들은 ‘`한국은행터 공원만들기 시민행동’(대표: 허정도 http://www.citypark. or.kr)을 결성했다.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에서 발의한 이 일은 두어 달의 준비과정을 거친 뒤 마산시민들에게 구체적인 참여를 요청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도심공원 만들기 10만 명 서명’이다. ‘시민행동’은

도시 한복판의 금싸라기 땅에 공원을 만드는 일의 첫걸음은 우선 이 무모한 발상에 찬성하고 함께 이 운동을 펴나갈 사람들을 늘리는 일이라 생각하고, 인구 42만이 사는 도시에서 10만 명의 서명을 받는 방법으로 시민의 참여를 끌어낼 계획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주체적인 참여의식을 높이기 위해 도심공원 조성을 위한 모금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2월 27일 예전에 한국은행이 있었던 이 자리에 30여 명의 ‘연두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옛 한국은행터에 시민들의 녹색 휴식공간을 반드시 만들고야 말겠다는 선언을 하고, 10만 명의 주민들에게 서명을 받는 일을 시작하였다.

이들은 공원을 만들기 위하여 옛 한국은행터의 역사를 복원하는 일도 벌이고 있다. 이 터는 일제치하에 부산감옥소 마산분감이 있었던 자리다. 1919년 기미독립운동 당시 8명의 희생자와 수많은 부상자를 냈고 삼진의거에 참여하였던 항일 민족지도자들과 독립운동가이자 정치가였던 박순천 등이 수감되었던 곳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 감옥에 갇힌 벗들에게 ‘밖에서 내 다만 참답게 일하겠노라’고 다짐하던 월초 정진업의 시를 찾아내기도 하였다. 이들은 이 터의 문학적 가치와 역사적 가치, 그리고 현재의 도시공학적 가치를 조명하고 이를 마산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학술 심포지엄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방식의 새로운 시민운동이 마산에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고 거두는 일에 함께 참여해 볼 일이다. 산술적 계산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토지매입이 어떻게 가능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윤기 마산YMCA 시민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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