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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2년 02월
  • 2002.02.01
  • 720

재정압박 시달리는 시민단체, "평생회원가입운동" 등 적극 나서


“시민운동에 겨울이 오고 있다.”

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지난해 겨울 시민운동가들과 모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민들로부터 대대적인 호응을 받았던 2000년 총선연대의 낙선운동 이후 시민운동진영 내에 주목할 만한 활동이 없었다는 점에 대한 토로이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론 시민운동의 재정적 위기를 알리는 은유인 것.

시민단체가 작동할 수 있는 기본동력은 회원회비다. 그러나 참여연대만 하더라도 지난 총선연대 활동 당시에 비해 회원 가입률이 낮은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최은정 참여연대 시민사업국 간사는 “작년까지만해도 매월 300∼400명의 시민들이 회원으로 가입했지만 최근에는 20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회원사업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실련 ‘평생회원 1000인 모집운동’시작

경실련은 지난 연말부터 ‘사무실 이전기금 마련을 위한 평생회원 1000인 모집운동’을 벌이고 있다. 얼마 전 피어선빌딩으로 잠시 거처를 옮긴 경실련의 위정희 회원사업국장은 “누적된 재정적 어려움이 한꺼번에 터져 더욱 곤란하다”며 “경실련은 이참에 회원사업을 정비하고 재정적 대안을 함께 모색하는 것으로 고난의 시기를 넘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평생회원에 가입한 인원은 송월주 스님을 비롯 총 69명. 모금액은 총 7000만 원 정도다. 경실련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평생회원을 모으기 시작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지난 98년 이후 지난해 연말까지 독지가의 후원으로 임대해 쓰던 건물 주인으로부터 이사해 달라는 통보를 받은 것. 이 과정에서 난방이 끊기고, 단전되는 등 심각한 곤란을 겪었다. 이에 따라 경실련 활동가 전원은 급여를 반납하고 평생회원으로 가입했으며, 재정적 대안찾기에 골몰했다. 그후 ‘경실련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을 꾸리고, 평생회원 가입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고 장영권 월간 『경실련』 편집국장은 말했다.

위정희 경실련 회원사업국장은 “정책운동을 표방한 경실련은 그 동안 회원서비스가 미미했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회원서비스의 확충과 더불어 회원과 함께하는 시민운동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원의 확대는 경실련의 이슈캠페인 등이 성공해야 비로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달했다.

녹색연합은 오는 2월 3일 성북동에 새로 둥지를 튼다. 그 동안 기독교연합회관에 있던 녹색연합이 성북동으로 이사 가는 이유는 임대료만 월 500만 원씩 지출해야 하는 것이 재정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타균 정책실장의 말을 들어보자.

“우선 종로5가 빌딩은 녹색연합이 추구하는 ‘에코 오피스’의 개념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회원들과 활동가들이 생활적으로 환경문제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새로운 사무실을 위한 기금마련은 우선 1억3000만 원 은행융자를 받고, 나머지는 십시일반 방식으로 해결한다. 빚을 얻어 집을 마련한 셈인데, 앞으로는 회원들과 함께 ‘녹색벽돌 한 장 쌓기’와 ‘땅 1평 사기’ 캠페인을 벌여 이를 갚아나갈 예정이다.

벽돌 한 장은 1만 원, 땅 1평은 100만 원이다. 회원들의 힘으로 집이 마련되면 이 공간에 기여한 명단을 기록할 예정이다. 이 캠페인에는 100명의 회원들이 벽돌쌓기에, 전 녹색연합 활동가 30명은 땅 1평 사기에 참여했다.

김타균 정책실장은 “장원 총장 사건 이후 초반에는 녹색연합에 질타의 시선이 많았지만 차츰 시간이 흐를수록 녹색연합은 어느 한 사람의 소유물이 아니므로 시민의 힘으로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고, 큰 폭은 아니지만 일정한 수준의 회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앞으로 녹색연합이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생태환경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간다면 앞으로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 않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재정압박으로 시민운동가도 구조조정

한편 이 같은 시민단체의 재정문제는 서울에 있는 시민단체보다 지역단체들이 어려움을 더 겪고 있다. 울산참여연대의 경우, 전체 재정에서 회원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50% 정도, 나머지는 특별회비로 충당한다. 하지만 이런 재정상태로는 5명의 상근자 급여도 빠듯한 수준이다. 매월 임원들에게 ‘SOS’를 보내야 할 형편.

정성자 회원사업팀장은 “작년에 펼친 회원확대캠페인 덕분에 재작년까지 매월 밀리던 활동가의 급여를 제때 지급할 수 있었다”며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후원받지 않고 회원회비만으로 재정자립을 하기는 너무 힘들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전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난 99년에 창립해 만 2년째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다. 창립초 ‘맨주먹’으로 시작한 이 단체는 현재 빚이 1억 가까이 이른다. 물론 그 중 전세보증금 4500만 원이 있지만 그 나머지는 그 동안 일했던 활동가들의 상근비와 운영비로 충당됐다. 김영기 사무처장(40세)의 말을 들어보자.

“저희는 재정문제 때문에 활동가들을 구조조정했어요. 5명에서 3명으로 줄였죠. 더 이상 빚으로 살 수 없다고 그만둔 활동가도 있어요. 친구들에게 빌리는 것도 한계가 있고, 카드회사도 더 이상은 안 빌려 준다는 데가 많아 할 수 없이 떠나보낸 활동가들이 많아요. 지금도 수신만 되는 핸드폰을 갖고 다니는 활동가들이 있어요. 거는 전화는 돈 들어가니까, 전화 안 받을 수는 없고.”

전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매년 설과 추석 때에 전북지역의 특산품인 한과와 사과, 배 등을 판매했지만 생각만큼 수익이 높지 않았다. 그래도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수익사업이별로 없기 때문에 올해도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김영기 처장의 말이다.

“저희는 원칙적으로 시중가보다 값싸고 질좋은 상품을 팔아야 한다고 정했기 때문에 장사하기가 더 어려운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최근 전북지역 언론의 계도지 현황을 파악해 대대적인 폐지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전북지역 예산감시운동을 벌이고 있는 그들은 “올해는 재정고민 없이 한 해를 보내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회원 60명과 후원회원 10명으로 운영하고 있는 당진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난해 문화공연을 통해 짭짤한 수익을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정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모양이다.

김봉운 사무차장(32세)은 “CMS를 통한 회원가입이 많아지면 재정에 큰 도움이 된다기에 CMS를 받으려고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고, 앞으로 당진군민을 대상으로 최고 500명까지 회원확대운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원회비의 증가폭이 낮은 이유는 무엇보다 시민운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원인 아닐까. 정성원 참여연대 기획실장의 말을 들어보자.

“현재 참여연대의 재정수입비율은 회원회비 77%, 후원금 7%, 기타사업수익 3%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바람직한 모델은 100% 회원회비에 의한 자립운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회원회비를 늘리는 방안으로 목적의식적인 회원확대사업을 벌인다고 해서 급격히 회원 수가 증가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판명됐으며, 오히려 총선연대운동, 소액주주운동 등 대대적 호응이 있는 시민운동을 벌일 때 이뤄지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회비 증가의 큰 요인이 됩니다.”

지난 1월 중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산하 7개 지역을 돌며 ‘비전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양세진 참여연대 시민사업국장은 “모든 단체들이 공통으로 앓고 있는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행자부가 주는 프로젝트형 직접지원 방식보다 우편료 감축, 통신료 감면, 공공기관의 저렴한 임대 등의 방식으로 민간단체 지원에 관한 법률을 대폭 수정해야 하고, 시민단체에 후원하면 세금감면을 받을 수 있도록 소득세법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0년대 이후 NGO 활동은 시민사회에 무수한 족적을 남겼다.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만큼 사회개혁에 앞장선 시민단체들이지만, 시민들의 관심 부족과 관련 법규의 미비 등으로 여전히 재정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형편이다. 시민운동에 날개를 달아줄 시민의 참여가 절실한 현실이다.

장윤선(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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