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03월 2002-03-01   953

참여연대가 외환은행 주주총회 찾는 까닭

참여연대가 외환은행 주주총회 찾는 까닭


97년 제일은행 주주총회 이후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참여연대가 이번에는 어느 회사 주주총회장에 나타날 것인가가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기자들의 문의전화가 연초부터 빗발쳐 주총 시즌이 임박해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올해 기존 대상기업인 삼성전자, SK텔레콤, 현대중공업 외에 외환은행 주주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그 동안 5대 재벌 핵심기업들만을 대상으로 소액주주운동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재벌개혁 못지않게 금융개혁 또한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고, 금융기관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것이 재벌개혁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소액주주운동의 대상을 금융기관으로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왜 하필 외환은행을 골랐느냐, 은행 중에서 고른다면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이 우선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이 꽤 있다. 그러나 공적자금이 투입된 제일은행, 서울은행, 한빛은행 등은 정부와 외국기관이 100% 소유하고 있어서 아예 주식을 살 수 없고, 나머지 은행들 중에서 외환은행이 기업금융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에 의미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다.

다른 기업들의 경우 올해 주주총회에서 쟁점이 될 문제들을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삼성자동차 부채처리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고, SK텔레콤의 경우는 최태원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SK C&C와의 부당내부거래 문제가 있다. 현대그룹에서 계열분리된 현대중공업은 기존 계열사에 대한 출자와 채무보증 해소 여부가 핵심 이슈이다. 아쉽게도 올해 주주총회에서는 예년과 달리 참여연대가 경영진과 의결권 대결을 벌이는 광경은 볼 수 없을 것이다. 작년 같은 경우 삼성전자 이사선임 안건에서 참여연대는 독자적으로 후보를 추천하고 경영진과 의결권 대결을 벌여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비록 16%의 표를 얻었으나 결코 적은 지분은 아니었고, 국민연금 등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참여연대를 지지하는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의결권 대결을 벌여야 할 만큼 중요한 안건이 없어 의결권 위임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지 않기로 했다.

한편, 참여연대는 은행, 투신사, 보험사와 같은 기관투자자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이번 주주총회에서 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적극적으로 모니터하기로 했다. 우선,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각 기관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의결권을 반드시 행사하는 등 주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줄 것을 당부하였다. 그리고, 실제 주주총회에서 각 기관투자자들이 어떤 안건에 대해 어떻게 투표하는지를 모니터하고 그 결과를 분석하여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참여연대가 주주총회 참가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인 이후로 주주총회 관행이 크게 달라졌다. 소액주주들도 합병이나 자산 양도 등 중요한 안건이 상정되면 자발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모아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사례가 많아졌고, 회사측도 단순 요식절차가 아니라 ‘준비된’ 주총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앞으로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가 의무화되면,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외국 기관들처럼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각종 연기금이 이러한 경향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렇듯 ‘주주행동주의’가 점차로 활성화될 것을 기대하며, 스스로 행동주의를 실천하는 것뿐 아니라 먼저 경험한 바들을 정리하여 이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보급하는 일에도 힘쓸 예정이다. 참여연대가 이번 주주총회에서 무엇을 하는가뿐 아니라, 해마다 달라지는 주주총회 풍경과 날로 늘어가는 주주행동주의의 사례들, 그리고 기관투자자들의 움직임 등에 대해 폭넓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기를 바란다.

이승희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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