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06월 2001-06-01   1047

근화초등학교어린이들, 캠프 페이지 소음공해 고통호소

미군아저씨, 조용히 공부하게 도와줘요!

1958년 한국전쟁 후 춘천시 서면에 주둔하던 미군은 북한강 물줄기가 만들어놓은 비옥한 토지인 춘천시 근화동으로 옮겨갔다. 주한미군부대 ‘캠프 페이지’는 춘천시 땅 가운데 약 20만1361평(665,658㎡)을 차지하고 있다. 춘천시 관계자에 따르면 캠프페이지 부지에 종합토지세를 매길 경우 도로, 공원 등 공공시설용지 30%를 제외한다 해도 연간 최저 1억6165만 원의 지방세 수입이 예상된다고 한다.

춘천시민연대가 2000년 6월 30일 춘천시민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자의 68%가 춘천시에 주둔한 미군기지는 반환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1989년 춘천시 조사에서도 46.4%의 시민들이 춘천지역 최대 현안으로 ‘미군기지 이전’을 꼽았다.

캠프 페이지의 남서쪽에 붙어있는 근화초등학교는 교육환경이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전교생이 556명으로 근화동과 소양로 1, 2, 3가의 저소득층 자녀들이 주로 다닌다. “헬기 소음 때문에 아이들의 수업 집중도가 떨어져요.”, “아이들이 목소리가 큰 편입니다.” “여름에는 창문을 열어 놓고 수업을 해야 하는데, 헬기 소음으로 수업이 중단되는 경우가 많고, 잔디 검불이 날아들어와 복도 문까지 닫아야 합니다.”

이 학교 교사들은 학교의 현실을 이렇게 호소하고 있다.

춘천시민연대는 미군부대 때문에 아이들이 겪는 고통과 학습권 침해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근화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 2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더운 여름날 창문을 닫고 수업을 했던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66.5%에 이르렀다. 헬기 소음에 대해 아이들은 78.7%가 짜증난다고, 1.3%는 무섭다고 답했다.

헬기 소음과 먼지 때문에 방해받는 학교생활로는 운동장 조회시간(34.9%)이 첫손가락에 꼽혔고 체육활동(23.4%), 실내수업(20%) 순으로 나타났다. 2년 전 춘천시에서 근화초등학교에 이중창을 설치해 주긴 했지만 헬기 소음과 먼지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과반수 아이들(58.7%)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헬기가 이착륙하면서 내는 소음 피해를 호소했다. 1996년 녹색연합이 캠프 페이지의 소음 정도를 측정한 결과 순간 최고소음이 89.3db(데시벨)로 나타났다.

춘천시민연대는 근화초등학교 학부모 17명을 면담조사했다. 학부모들은 비행장 옆 잔디밭에 제초용 농약을 뿌렸을 가능성이 높은데 헬기가 이·착륙할 때 잔디와 먼지가 넘어와 이것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된다고 한다. 어머니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이들이 3, 4학년만 되면 만성적으로 비염, 인후염, 피부염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미군 부대로 인한 어린이들의 피해는 이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2000년 12월 7일 미군부대에서 있었던 소규모 군사훈련중 근화초등학교 쪽으로 공포탄이 난사된 사건이 발생했다. 주민과 시민단체의 항의가 거세지자 미군 측은 춘천시와 근화초등학교를 방문해 사과했지만 생각할수록 등골이 오싹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미군이 주둔한 지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춘천미군기지대책연대회의 소속 회원들이 지난 5월 7일부터 캠프 페이지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용한 호반의 도시 춘천이 긴 침묵을 깨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 미군 기지 이전을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유정배 춘천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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