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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년 12월
  • 2018.12.01
  • 231

영국 맨체스터

축구 보러 가는 거 아닙니다

 

 

맨체스터는 도시 자체가 산업혁명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정치, 경제, 축구, 식문화 등이 산업혁명과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영국 총리였던 디즈레일리(Benjamin Disraeli)는 맨체스터를 가리켜 아테네만큼이나 인간이 이룩한 위대한 업적이라고 치켜세웠다. 거리 곳곳에 묻어나는 산업혁명의 흔적들을 바라보며 맨체스터에서 머물 숙소를 찾아 나선다.

 

맨체스터의 호스트, 아담은 체코인이다. 그는 맨체스터에 일하러 온 체코인을 대상으로 부동산 중개업을 한다. 숙소에 함께 머무르고 있는 가브리엘라는 대학 전공과 무관하게 웨이트리스와 호텔 메이드로 일하며 돈을 번다. 역시 고향인 체코에서 IT를 전공했지만 지금은 맨체스터에서 레스토랑 서빙을 하는 루카스는 어학연수를 하러 이곳에 왔다가 돈벌이만 하고 있다며 한숨을 쉰다. 런던과 마찬가지로 맨체스터에도 동유럽과 인도 등에서 온 이민자, 학생, 노동자 등 여러 얼굴들이 어울려 살고 있다. 

 

축구 보러 가는 거 아니라니까요!

맨체스터에 간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더 난리다. 축구로 유명한 곳이니 당연히 경기도 볼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축구의 ‘축’자도 모르는 사람들이며, 맨체스터 시티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아, 오래전 데이비드 베컴이 맨유에서 뛰었다는 정도는 안다. ‘축덕’에게는 성지라 일컬어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홈구장에도 가봤지만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축구에 대한 영국 사람들의, 아니 맨체스터 사람들의 열정이야말로 현지 문화의 일부분이니 우리는 프리미어리그가 열리는 날 펍에 가서 현지인들과 함께 경기를 보기로 한다. 

 

“Fuxx you.” 내 생전 그렇게 많은 욕을 실시간으로 들어본 건 처음이다. 축구 보면서 욕을 어찌나 차지게 하던지 말끝마다 ‘Fuxx you’를 달고 산다. 다행히 4대1로 상대 팀인 스완지시티를 이겼으니 망정이지, 졌으면 아저씨들한테 붙잡혀 집에 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맨체스터에는 축구보다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존 라이랜즈 도서관(The John Rylands Library)이 그중 하나다. 영국 3대 도서관의 하나로 약 1세기 전인 1900년에 개관하였다. 기업가인 존 라이랜드의 부인이 남편의 죽음을 기리고자 소장하고 있던 책을 기증하고 남편의 이름을 따 도서관을 지었다. 네오고딕 양식을 따른 이 건물은 흡사 교회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가 풍기는데 도서관 내부를 걷다 보면 경건함과 엄숙함마저 느껴진다.

 

도서관 입구는 2000년대 초 현대식으로 새로 리모델링했다고 한다. 하지만 계단을 오르는 순간, 시간의 무게에 눌려 나도 모르는 탄성을 뱉게 된다. 도서관은 성서를 비롯한 귀한 자료들을 잘 전시해 놓고 있다. 특히 가장 오래된 신약성경의 사본으로 알려진 요한복음 18장 파피루스본이 이곳에 보관돼 있다. 성인(聖人)이 써 내려간 복음서를 직접 마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도서관의 가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지금은 맨체스터 대학이 도서관을 인수하여 연구생들의 연구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장식으로만 남은 공간이 아니라 지금도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살아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월간참여사회 2018년 12월호(통권 261호)

존 라이랜즈 도서관 내부 전경 ⓒ김은덕, 백종민

 

맨체스터에서 만난 흥미로운 화가, 라우리 

맨체스터 출신의 화가인 라우리(Lowry)는 그의 이름을 딴 아트센터가 있을 정도로 맨체스터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그는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로서 맨체스터를 비롯해 인근 북부 산업 도시의 일상과 풍경을 주로 그렸다. 라우리 아트센터에 가면 그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멋진 강가를 배경으로 지어진 아트센터의 내부는 주황색 계단과 보라색 벽, 파란색 바닥이 발랄한 분위기를 풍긴다. 외관은 스테인리스 스틸과 유리로 만들어졌으며 맨체스터 선박용 운하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성냥개비처럼 길쭉길쭉한 인간 군상들과 색감이 무척이나 귀엽고 따뜻하다. 그의 작품에는 축구경기, 시위, 주먹 싸움 등 당시 맨체스터 사람들의 일상이 소박하게 담겨있다. 우리나라에 박수근 화백이 있다면, 영국엔 라우리가 있는 셈이다. 특히 산업도시로서의 맨체스터의 풍경이 고스란히 그림 속에 녹아 있는데 실제로 그림 속 풍경과 지금의 맨체스터 거리 풍경이 별반 다르지 않아 놀랍다. 무언가 하나를 만들어 놓으면 쉽게 없애지 않는 영국 사람들의 기질을 발견할 수 있다.  

 


글. 김은덕, 백종민 

한시도 떨어질 줄 모르는 좋은 친구이자 부부다. ‘한 달에 한 도시’씩 천천히 지구를 둘러보며, 서울에서 소비하지 않고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한 달에 한 도시》 유럽편, 남미편, 아시아편《없어도 괜찮아》,《사랑한다면 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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