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8년 12월 2018-12-01   455

[읽자] 필요한 만큼 벌고 계십니까? 모두가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필요한 만큼 벌고 계십니까?
모두가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며 정리하고 준비할 일이 한둘이 아니겠으나, 가계를 돌보는 이라면 올해 필요한 만큼 수입을 올렸는지,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기에 잔고가 충분한지가 가장 큰 관심이자 염려일 터, 소득과 지출의 규모와 내역을 살피며 계산기를 두드려보는 시간이 필요하겠다. 더불어 각자의 계산기에 사회 전체의, 그 사회를 구성하는 서로 다른 이들의 상황을 넣어 고민해보는 시간도 절실하다. 누군가는 계산기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적은 수입으로 살아가는데, 누군가는 계산기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수입을 올리니, 각각에 맞는 서로 다른 계산기를 마련해 각자도생하는 길과 같은 인간이니 최소한 같은 계산기로 소통해보자는 길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하면 좋을지 고민해보자는 제안이다. 이미 답이 나와 있지 않느냐고? 어느 쪽이 답이라 생각하든, 이제부터 만나볼 두 가지 시도를 읽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겠다.

 

가장 많이 버는 사람, 가장 적게 버는 사람

월간참여사회 2018년 12월호(통권 261호)

최고임금 – 몽상, 그 너머를 꿈꾸는 최고임금에 관하여 / 샘 피지개티 / 루아크 / 뜨인돌

우리는 대부분 과하지 않으려 한다. 중용을 지킬 때 모든 것이 더 잘 돌아간다는 이치를 알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과하면, 심지어 건강에 필요한 요소나 좋은 마음도 지나치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식을 하면 심각한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고, 운동을 너무 격렬하게 해도 몸이 상할 수 있다. 사랑도 지나치면 숨 막히는 집착으로 변한다.

 

이번 정부의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시행을 두고 논란이 적지 않다. 물론 1만 원은 상징적 숫자의 의미도 있으니 각자 계산이 다를 법도 하다. 그런데 이 논란의 본질이 정말 경제 불안과 위기일까. 이 책이 제안하는 ‘최고임금’을 적용하면 ‘최저임금’ 논란의 본질이 무엇인지도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을까 싶다. 최고임금은 가장 많은 임금을 받는 이와 가장 적은 임금을 받는 이의 격차가 몇 배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제한하자는 제안이다. 다시 말해 최고임금을 더 받고 싶으면 최저임금도 올려줘야 하니, “가장 취약한 사회계층을 착취하려는” 마음이 사라지는 세상을 꿈꾸는 기획이라 하겠다.

 

꿈꾸는 기획이라 해서 몽상이라 오해하면 곤란하다. 최고임금의 효과는 소득 재분배뿐 아니라 그 이외의 자산 재분배 효과도 불러온다. 슈퍼리치들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을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초대형 요트와 호화 별장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이제 수입으로는 충당하기 어려울 게 분명하니, 자산을 까먹으며 이를 유지하여 체면을 지키거나 아쉽지만 나머지 부를 지키려 팔아치우는 수밖에 없을 터, 결국 이러한 과잉 자산들은 가치가 하락하여 부의 불균형을 줄이는 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최고임금과 최저임금의 적정 배수는 어느 정도일까? 참고로 2017년 세계상위 1퍼센트의 부는 전 세계 부의 50.8퍼센트, 그러니까 나머지 99퍼센트의 부를 다 합친 것보다 많다.

 

모두를 위한 소득, 모두를 위한 상속

월간참여사회 2018년 12월호(통권 261호)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 – 21세기 분배의 상상력 / 김만권 / 여문책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 처음 들었어요!” 지난여름, 강연 뒤풀이에 온 한 청년이 눈썹을 동그랗게 뜨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하더군요. 그렇습니다. 이 책은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을 겁니다.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 여기에 그렇게 해도 좋다는 분배의 상상력이 있습니다. 이 분배의 상상력은 대다수 분배제도와는 달리 ‘모두에게 분배하자’고 힘주어 말합니다.

 

소득 재분배와 관련하여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는 주제는 바로 기본소득이다. 제도를 마련해 국민투표에 붙이는 곳이 있는가 하면 작은 부분에서부터 실행하고 있는 곳도 있으니, 가까이 다가온 그래서 멀지 않은 때에 실현 가능한 제도라 하겠다. 이런 고민이 점차 확산되며 구체적으로 시도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겉으로 드러난 부의 불평등이라는 현상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며 어느새 개인이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라는 약속과 의식이 희미해졌고, 가지지 못한 자와 덜 가진 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당연시되는 사태에 이르렀기에, 스스로 인간으로 살며 서로를 인간으로 대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열망이 임계점을 넘어섰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소득을 재분배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한발 앞서 공평하게 배분하는 사전분배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치철학자 김만권은 기본소득과 기초자본 두 가지 분배의 방법을 설명하며 선택을 돕는다.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여 오늘날 실질적 시민권이라 할 소비자로부터의 소외 상태를 만들지 않는 사회적 배당금이고, 기초자본은 독립적 개인으로 사회에 나아가는 때에 맞춰 장기적 안목으로 자신의 삶을 설계할 기반을 마련해주는 사회적 상속이다. 정리하면 전자는 지속 가능한 소비력을, 후자는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전하는 방식이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기존의 복지국가는 자산평등국가로, 소수를 위한 상속은 모두를 위한 상속으로 발맞춰 변화할 수 있을 터, 이제 “우리 안의 의구심”을 버리고 한동안 잃어버렸던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있는 힘”을 되찾아, 매년 이맘때면 즐거운 마음으로 각자의 계산기를 서로를 생각하며 두드릴 수 있길 기대하고 희망한다.  

 

 


글. 박태근 알라딘 인문MD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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