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9년 07-08월 2019-07-01   1430

[읽자] 왜 (내) 시간은 늘 모자랄까

왜 (내) 시간은
늘 모자랄까

 

바쁘게 지내는 게 능력과 필요를 증명하는 세상이다 보니, 시간이 남는다거나 넘친다는 이야기는 종적을 감춘 지 오래다. 그럼에도 모자란 시간을 쪼개며 틈을 만들고자 애쓰는 자신을 보면, 안쓰럽고 애틋한 마음에 두 손을 교차하여 스스로 어깨를 토닥이게 된다. 도대체 시간이 무엇이기에 늘 시간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자신의 시간을 빼앗는 타인을 미워하게 될까. 그러면서 때로는 시간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멀리 떠나려 하면서도 시간에 맞춰 일정을 짜느라 다시 시간의 굴레에 들어서고 마는 걸까. 시간의 정체를 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겠으나, 최소한 알고는 당해야 하지 않겠는가 싶은 마음으로 ‘시간’에 관한 책들을 펼쳐본다.

 

우주의 시간, 인간의 시간

시간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시간이 없다면 모든 것이 움직일 수 없으니 숨조차 쉬지 못하고 생명을 잃게 되겠지, 아니 생명을 잃을 시간도 없을 테니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닐까. 이는 시간이 흐른다는 ‘인간의 시간’을 전제로 했을 때 이야기다. 양자이론과 중력이론을 결합한 양자중력 개념으로 ‘우주의 시간’을 밝힌 이론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고 말한다. 온 우주가 동일한 시간 위에서 하나의 지금을 가지며, 과거는 지나간 일이고 미래는 다가올 일이라는 전제에서 벗어나, 시간은 아주 복잡한 현실의 근사치에 불과하고 ‘현재’는 세계적이 아니라 지역적이라고 주장한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7-8월 합본호(통권 267호)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우리의 직관 너머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의 시간 | 카를로 로벨리 | 쌤앤파커스 

“우리는 보통 시간이 단순하게, 기본적으로 어디서든 동일하게, 세상 모든 사람의 무관심 속에 과거에서 미래로, 시계가 측정한 대로 똑같이 흐른다고 생각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주의 사건들이 과거와 현재, 미래의 순서대로 벌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과거는 정해졌고, 미래는 열려 있고…. 하지만 이 모두가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인간의 시간’은 어떻게 달라지는 걸까. 바로 우리의 존재와 흐름이 시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감각하고 살아가는 시간이 당장 달라지는 건 아니겠으나, 일방향이 아니라 시간과 상호작용하며 현재를 살아갈 수 있다는 희미한 희망은 품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이 제일 재미있는 순간입니다

앞서 이론 물리학자의 이론을 살펴보았는데, 이번에는 실험 물리학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지금’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며, 상대성이론, 엔트로피, 양자물리학, 빅뱅, 암흑에너지 등에 대한 지식이 정리된 지금이야말로 ‘지금’을 이해할 때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왜 ‘지금’에 주목하는 걸까?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새로운 순간들을 이전의 순간들과 다르게 느끼는데, 이 새로운 순간만이 유일하게 우리가 미래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을 바꿀 선택과 자유의지를 행사할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순간이 “생명과 문명의 원천”이라 설명하는데, 그러하기에 우리는 자유의지를 바탕으로 ‘지금’의 방향을 잡아야만 하는 것이다. 
 

“자유의지는 찻잔을 부수는 데 사용될 수 있고 새로운 찻잔을 만드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 자유의지는 전쟁을 시작하는 데 사용될 수 있고, 평화를 찾기 위해 사용될 수도 있다.” 이렇게 물리학과 자유의지가 연결되는 광경을 보니, 왠지 나도 시간과 화해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긴다. ‘지금’이 제일 재미있는 이유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7-8월 합본호(통권 267호)

 

나우 : 시간의 물리학 – 지금이란 무엇이고 시간은 왜 흐르는가 | 리처드 뮬러 | 바다출판사

“당신은 왜 스스로가 현재 속에 존재한다고 느끼는가? 실제로 당신은 과거 속에도 존재한다. 당신은 이를 아주 잘 안다. 당신이 막 태어난 순간까지 시간을 되돌려도 당신은 존재한다. 당신이 현재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크게 보자면 과거와 달리 현재가 당신의 자유의지에 종속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른 시간으로 떠나고 싶다면

시간과 상호작용을 하거나 ‘지금’을 함께 만들거나 당장 지치고 힘들어 떠나고 싶은 이에게는 다행히 ‘시간여행’이라는 선택지가 남아 있다. 시간여행은 허버드 조지 웰스의 소설 <타임머신>에서 시작된 인류의 꿈인데, 영화, 드라마, 만화 등에서 숱하게 등장하여 이미 이루어졌어야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과학 저술가 제임스 글릭은 시간여행을 둘러싼 온갖 이야기를 한 데 엮어 인류가 왜 시간여행을 꿈꾸며 살아가는지를 살핀다. 

 

그가 찾아낸 수많은 대답을 하나로 모으면 이렇다. “죽음을 피하는 것.” 인간은 “드넓은 우주에서 내가 무한히 작은 먼지임을 알며 개의치 않”으면서도 “시간의 찰나, 돌아갈 수 없는 순간에 구속되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힘들”기에, 시간여행이란 상상이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영혼과 환생과 내세를 그려왔다는 설명이다. 시간여행이 이루어진다면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있을까. 그렇게 얻은 삶은 정말 기대한 만큼 행복할까. 지금까지 찾아낸 해답은 이렇다. “과거와 미래로 들어가는 입구가 찰나적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든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7-8월 합본호(통권 267호)

 

제임스 글릭의 타임트래블 – 과학과 철학, 문학과 영화를 뒤흔든 시간여행의 비밀 | 제임스 글릭 | 동아시아 

“공간을 멀리까지 빠르게 여행할 수 있는데 시간여행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를 위해. 미스터리를 위해. 향수를 위해. 희망을 위해. 우리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기억을 탐색하기 위해. 우리가 살았던 삶, 유일한 삶, 하나의 차원, 처음부터 끝까지에 대해 후회하지 않기 위해.”


글. 박태근 알라딘 인문MD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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