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9년 10월 2009-10-01   966

서평_”탐욕의 트라이앵글”을 넘어



“탐욕의 트라이앵글”을 넘어


위험한 경제학 「서민들은 모르는 대한민국 경제의 비밀」


Tucson 청년백수


‘위험한 경제학’은 한국의 현실을 부동산이란 매체를 통해 확인하고, 이를 통해 한국사회의 경제상황은 물론 정치적 역학관계까지 파악하도록 해주었다. 현재 서민들은 위험한 투기판으로 둘러싸인 불쌍한 인생을 살고 있다지만 이에 대한 경고는 미미한 상황이다. 아무도 경고하지 않은 이런 현실에서 저자 ‘선대인’만은 좬위험한 경제학좭을 통해 예외를 자처한다.

‘위험한 경제학’은 서민들에 대한 경고를 위해 많은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각종 지표와 도표,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자료들을 이용해 합리적 외침을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가격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주며, 부동산이란 경제재를 매개로 사회적 권력관계를 해부하는 대목들은 이 책의 진정한 의도를 정확하게 밝혀준다.



부동산 투기판에 갇힌 서민들

저자는 한국의 주택시장은 가장 반시장적이라고 주장한다. 소비가 줄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급은 거의 무한정 지속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지금 실감하긴 힘들지만 출산율의 저하로 인해 미래의 주택 소비는 줄어들 것이다. 거기다 우선 당장의 주소비자인 베이비붐 세대가 2010년을 기점으로 해서 은퇴한다. 또한 IMF와 신자유주의의 심화로 인해 한국경제의 생산력과 소비를 담당해야 할 30~35세 연령의 소비능력을 옥죄고 있다. 그렇다고 ‘88만원 세대’인 20대가 미래의 희망 같지는 않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파트 건설을 통한 주택공급을 무한정 허용하고 있다.

한국의 주택가격, 혹은 아파트 가격의 상승을 선도하고 있는 수도권의 예만으로도 주택시장의 위기는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이 제시한 수도권의 아파트 잠재 수요량을 토대로 본다면 공급량은 2005년 336만 호에서 2015년 502만 호까지 다다른다. 그런데 저자의 추정한 것을 기준으로 볼 때, 2015년 잠재수요량은 2005년 348만 호에서 2015년 466만 호일뿐이다. 결국 과잉이 되는 것이다. 더구나 2011년부터 수도권 아파트 가격의 폭락을 예견하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순유입도 2002년을 기점으로 해서 줄고 있기에 수도권의 주택가격의 버블 붕괴는 전국적인 붕괴를 이끌 수 있다. 주택구입이 거의 부채를 갖고 하는 것이라 만약 집값 폭락이 현실적으로 발생한다면 그 이후의 시나리오는 상상하기 싫다. 경제학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가격이 결정되고 미래에 대한 투자결정을 하기 마련인데 수도권과 관련된 아파트 공급이나 주택공급이 기이하게도 시장원리를 빗겨가고 있다. 이미 시장에선 미분양이 확대되고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걸려 있는 집값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조만간 위기의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힘들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건설경기 부양 정책

이런 비상식적인 주택공급의 뒤엔 ‘토건족’으로 표현되는 한국의 정치현실이 존재한다. 정권과 건설사와의 유착관계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단기적으로 실업을 감소시키고 GDP를 높이려는 정책은 거의 모든 정권이 취한 악폐다. 그런 악폐를 현정권 역시 저지르고 있으며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특히 현정권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강남을 위해 2009년 초에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를 추진했고 공군의 반대를 무력화시키며, 제2 롯데 월드 건설 및 서울시의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허용 등을 밀어 붙였다. 또한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이끌어야 할 상황인데도 미분양 주택을 1만 3000호 정도를 공기업을 통해 매입해주고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해 건설업을 지원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정책들은 건설업체들의 부실을 외면한 체 그들의 구조조정을 늦추게 하고 결국 그 부담을 일반국민들에게 떠넘기는 상황을 초래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들의 광고비를 주수입원으로 하고 있는 신문사들의 왜곡보도 역시 또 다른 문젯거리다. 스스로도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언론사들이 집값과 주택가격의 하락을 두고만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왜곡보도를 통해 투기적 소비를 조장하고 있다. 이런 건설업체와, 정권, 그리고 언론의 삼각관계는 국가경제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부, 언론, 건설업체 ‘탐욕의 트라이앵글’

이 책의 가치는 탐욕의 경계에 맞추어져 있다. 특히 정부, 언론, 그리고 건설업체들의 탐욕에 가세하여 부동산 막차를 타는 우를 범하지 말란 경고다. 부동산과 관련된 한국의 경제활동은 한마디로 투기이다. 투기엔 언제나 희생자가 따라오기 마련이고 그 희생자의 공통된 특성은 정보의 부족이나 오류에 기인한 것이 태반이다. 한국의 서민이라면, 아니 인간이라면 상류층으로의 진입을 하려는 욕망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불로소득이란 탐욕에 기인한다면 위험은 언제나 그 욕심 옆에 기생하기 마련이며, 왜곡된 정보는 성공보단 패배를 안기기 쉬울 뿐이다. 이런 위험을 떠안고 살지 말기를 권유하는, 합리적이면서도 따뜻한 인간애가 물씬 담긴 경고를 이 책은 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 책의 분석과 예측이 맞는지에 대한 의심이 존재할 것이다. 그 이유는 부동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측은 사회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권력집단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에 대한 신뢰가 있을 수도 있지만 막차라도 그들과 같이 가는 길이 가장 안전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그런 우둔함이 한국의 권력자들에게 심각한 탐욕을 불러 일으켰고 그런 탐욕으로 인해 더욱 위험한 투기판을 조성하도록 이끌었다. 그래서 그들은 반성보다 서민의 어리석음을 이용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인 ‘MB정부에 속지 않는 법’은 상위층의 부도덕성을 단죄하지 않은 국민의 어리석음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은 것인지를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애초부터 할 필요도 없는 걱정을 우린 탐욕과 무지로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부정적인 현실에서 긍정을 이끌어 내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이 책은 그래서 휴머니즘이 가득한 책이다. 이 책 하나하나엔 우리들의 자성을 이끌어내는 비판이 서려있다. 무엇을 바꿔야 할지, 그리고 그 이후에 대해서도 소리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심하면 피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알 것 같다. 즉, ‘속지 말자’가 그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미래의 불안감으로 차라리 속고 싶은 유혹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맹목적 환상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분명하다. 위험을 알면서도 투기를 하는 어리석음은 파멸을 의미한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지혜를 이 책은 우리들에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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