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4월 2006-04-01   1200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인터뷰 정책팀 이재근 간사

기자는 사건 사고가 많이 터져야 특종도 잡고 행운이라는데, 시민단체 상근자에게는 국민들이 다 들고 일어날 정도의 충격적인 일들이 많아야 행운인가. 물론 그런 일이 없는 세상을 바라는 게 시민운동이지만. 아무튼 그런 면에서 이재근 간사는 행운아였다.

시민단체의 상근자로 본격적인 시민운동을 시작한 지 채 일 년도 안 되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건이 터진 것이었다. 그는 ‘탄핵반대국민행동’ 사무국에 파견되어 정책기획팀에서 실무를 맡게 되었다.

탄핵 사건은 민주주의의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낸 87년 체제에 도전하는 세력들이 만들어낸 작품이었고 곧 민주주의의 후퇴를 의미했다. 당연히 그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의식은 분노로 변했고 그 반응으로 나타난 탄핵반대 집회는 ‘미선이 효순이 사건’으로 시작되었던 새로운 시위문화와 묘하게 어울려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주었다. 이재근 간사는 ‘탄핵에 반대하는 거센 역사적 물결’ 속에서 일정을 짜고 이를 연락하며 행사를 치르면서 정말 사회운동의 핵(核)에서 그 정수를 맛본 것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그 행운은 지난해 투명사회팀에서 일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백지신탁제도 도입에 관한입법청원이 그것이다. 2002년 진대제씨가 정보통신부 장관이 되었을 때 그의 재산자료 보고서에는 삼성전자 주식이 포함되어 있었다. 참여연대에서는 그에게 업무와 관련된 주식매각을 요청했다. 결국 그는 참여연대가 입법청원한 백지신탁제도 도입으로 2005년에 9,194주의 주식을 처분해야 했다. 공직자 개인의 재산과 직무 수행자 사이에 이해충돌의 해소가 필요하다는 것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내고 3년 만에 제도 개선까지 이루어낸 것은 참여연대의 성공사례이며, 그 실무자로서 35일간이나 1인시위를 진행하며 고생한 보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행운들이 그저 왔을까.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학생운동에 관심이 많았는데 아마도 전교조 선생님의 영향이었던 것 같단다. 그 관심은 대학에 들어오면서 자연스레 영역을 확대하였고, 동아리 모임과 농촌사회연구회(흙사랑)에 가입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대학을 다니던 1990년대는 학생운동쇠퇴기를 맞고 있었다. 학생운동이 침체되자 그는 그즈음 서서히 일어나는 시민운동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위해참여연대를 두드렸고 1998년 회원이 되었다.

친구들은 기업인으로 공무원으로 사회의 문을 두드렸지만, 그는 참여연대로 출근을 시작했다. 평범하고 편안하게 살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기대도 저버린 것이었지만, 시민단체 활동이란 일반 직장인들의 일에 비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훨씬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의 믿음대로 일에서는 행운을 누렸지만 연애에는 불운(?)하여 아직 인생의 반려자는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아기들을 키우는 대신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열심이다. 지난해는 주말농장에서 채소를 경작했고 삭막하기로 유명한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나팔꽃을 피우기도 했다. 어렵사리 피운 나팔꽃은 핸드폰에 저장되어, 그의 기쁨과 자랑이 되기도 했다.

일상의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그의 능력은 곳곳에 있다. 그는 매주 목요일 아침 열리는 작은 독서모임을 소개했다. 마음이 맞는 상근자 몇 명이 모여, 책을 정해 읽고 난 후 소감이나 책속의 시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인화(人和)를 중요시한다. 시민운동은 특히나 구성원들 간의 인화와 교류가 조직력을 강화하고 서로에게 큰 힘이 되는데, 최근에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어지고 있어서 좀 안타깝다고 한다. 업무량이 많아 힘들어도 “최소한 참여연대가 내는 논평과 보도자료는 모두 인식하려는 자세” 정도라도 동료의 일에 관심을 가지는 자세가 아쉽다고 했다.

현재 그는 연대사업 업무를 맡고 있다. 연대사업은 단체와 단체간에 입장 차이가 있어서 이를 조정해 나가는 일이 만만치 않으며 또 참여연대가 지니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 때문에 부담이 큰 영역이다. 하지만 그는 어렵다고 말하는 대신 “잘 연대하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사회적 파급력도 크기에 연대사업이 좀더 활성화되고 참여연대도 좀더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며 희망사항을 말한다. 그 희망사항에 그의 다짐과 결의가 포함되어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당분간 안국동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그를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지방선거를 두 달 앞두고 ‘지방선거시민연대’로 차출되어 다시 시민운동의 핵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역시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의 행복한 행보가 앞으로도 계속되길 희망한다.

이해숙 참여연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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