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8월 2006-08-01   1052

부안생태문화활력소에서 활력 충전하세요

부안군은 전라북도 서해안에 위치하고 면적은 493.54㎢, 인구 6만7,000 여 명이 살고 있다. 조선시대부터 조기어장으로 유명한 위도 등 7개의 무인도와 17개의 무인도 등 24개의 섬이 있으며 한국 8경의 하나로 꼽히는 변산반도 국립공원이 위치해 있다.

환경운동의 메카로 떠오른 부안

부안은 두 가지의 세계적인 환경운동의 중심에 있다. 하나는 위도의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선정으로 인해 야기된 부안항쟁이고 또 하나는 세계적 환경파괴로 기억될지 모를 새만금 간척사업이다.

부안항쟁은 2003년 7월 11일 부안군수의 유치 선언으로 촉발되어 7월 22일부터 격렬한 투쟁이 시작되었다. 이후 촛불집회, 고속도로 점거, 해상시위, 중고생들의 등교거부 등으로 항쟁이 고조되었다가 10월부터 대화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11월 17일 정부와의 대화가 결렬되자 독자주민투표를 거쳐 2004년 2월 15일 백지화를 선언했다. 2005년 8월 31일 당시 부안군수의 집요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안핵폐기장 유치신청이 최종 무산됨으로써 마침표를 찍었다.

부안에 사는 문화평론가 고길섶 씨(생태문화활력소 이사)는 부안투쟁의 성격을 크게 반핵투쟁과 민주주의 투쟁으로 설명한다. 핵폐기장 반대, 군수의 배신과 군정독재, 국가폭력에 맞선 항쟁으로 부안 주민의 감정구조의 역동성에 주목해야 하고 촛불집회, 난타공연등 문화의 힘이 그 투쟁을 지탱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부안사회를 공공의 영역으로 생각하고 민주주의 실천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측면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부안항쟁은 다양하고 이질적인 개인들이 연대해 생명과 민주의 문제로 강력한 분노를 표출한 사건입니다. 부안군민이 자본권력, 국가권력에 대항하는 민중으로 출연하고 주민 모두가 수평적 관계로 같이 투쟁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냈습니다.”

갯벌은 죽어가고 있다

반핵운동은 승리했지만 새만금은 죽어가고 있다. 2006년 4월 21일 새만금의 물길이 완전히 끊어졌다. 16일 대법원의 새만금사업 재개 결정으로 21일 오후 1시 새만금 방조제의 마지막 열린 물길인 가력도 인근 60m에 대한 물막이 공사가 끝났다. 세계 최장 33km의 방조제가 완성됨으로써 세계 5대 갯벌의 하나인 서해안 갯벌의 중심 새만금 갯벌에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인 만큼 환경파괴도 세계 최대규모가 될 것이다. 새만금 갯벌은 죽어가고 있다. 갯벌뿐이 아니다. 바다를 막은 그 많은 돌과 흙은 어디서 가져왔겠는가? 부안의 자랑인 변산반도 국립공원도 무리한 골재 채취로 상당히 파괴되었고 앞으로도 더 파괴될지 모른다. 현재 모든 공사가 끝난 것이 아니라 물막이 공사가 끝났을 뿐이다. 앞으로도 서울 남산 40개에 맞먹는 돌과 흙을 부어야 간척사업은 끝이 난다. 경제와 생태에 대한 고려 없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시작된 새만금 간척사업 때문에 새만금뿐 아니라 전라북도 전역의 환경이 파괴되고 생명이 죽어가고 있다.

부안의 문화 자치 견인차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부안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주민자치의 욕구와 생태문화주의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그 결과 부안생태문화활력소(이하 활력소)란 단체가 탄생했다. 반핵운동과 새만금을 위해 모였던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2006년 2월 10일 문을 연 활력소는 지역주민의 문화예술 체험을 다양화하고 생태문화적 역량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주민들과 함께 문화권리를 높이고 주민자치 문화활동을 촉진하는 것도 활력소가 하고 있는 일이다.

활력소가 위치한 옛 마포초등학교는 활력소가 문을 열기 전부터 이미 풍물패 천둥소리, 유기농공동체 산들바다, 변산공동체 등에 의해 주민문화공간으로 운영되어 왔다. 여기에 활력소가 가세해 기존의 어린이놀이방, 마을책방, 풍물실 등을 보수하고 마을영화관, 세미나실과 부안을 찾는 외지인들이나 지역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위한 숙박시설을 마련했다. 부안의 생태, 문화, 역사, 생활사 등을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상설전시관도 꾸며놓았다. 활력소의 입구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부안을 지키기 위해 모였던 천의 얼굴이 그것이다. 전시관에서는 부안반핵운동의 모습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활력소는 주민들에게 영상문화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유기농산물을 판매하는 쇼핑몰을 만들려고 준비하는 사람부터 취미로 배우는 사람들까지 여러 사람이 참여하고 있다. 마을 영화관은 주민들이 함께 운영한다. 활력소 허성호 사무국장은 “우리는 장비 설치 및 관리, 공간 관리를 할 뿐 일상적인 운영은 주민들이 직접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사일을 하는 대다수 주민들에겐 비가 와서 일을 못 하는 날이 종종 생기기 마련인데, 알음알음 연락이 되면 바로 마을영화관이 열린다. 허 사무국장은 “그래서 다음 상영이 언제, 무슨 영화가 될지 하늘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하는 생태문화공동체를 향해

활력소는 이 지역의 생태문화를 조사하고 알리기 위한 여러 가지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부안의 밥상’ 프로젝트다. 부안의 먹거리를 통해 지역 문화를 알리기 위해 부안 곳곳의 음식과 그것에 담긴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풀어낼 계획이다. 부안문화지도도 활력소의 여러 계획 중에 하나다.

부안생태문화활력소는 주민들과 함께하는 생태문화를 꿈꾸며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 그것이 사람을 비롯한 뭇 생명을 살리고, 고장을 살리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장정욱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간사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