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농산물과 벌이는 제2라운드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수입농산물에서 위해농약이 검출됐다는 언론 보도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서울 양재동에 사는 이아무개(36세) 주부는 얼마 전 백화점 수퍼에서 수입 자몽을 샀는데, 공교롭게도 그날 저녁 수입과일 검역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래도 ‘설마’하는 마음으로 한구석에 모셔놓았지만 좀처럼 손이 가지 않아 몇 날 며칠을 묵혀놓았다. 썩어 문들어졌을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나 한 구석에 방치된 봉지를 풀었다. 그러자 그 안에는 자몽이 사올 당시와 그대로인 탐스런 자태로 그녀를 유혹했다. 순간 그녀는 뒷머리가 송골해지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이 문제를 제기한 시민운동단체의 이름을 떠올리게 되었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하 ‘소비자모임’). 그녀는 114에 물어 그곳으로 전화 다이얼을 돌리기 시작했다.

WTO(세계무역기구) 출범 이후 수입농산물은 우리 식탁을 쉽게 파고 들었다. 그런데 이들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이 안 된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바로 이런 문제를 여론화시켜 유명해진 곳이 ‘소비자모임’이다. 그 동안 ‘모유 먹이기 운동’, ‘메탄올 검출 약품 사건’, ‘백화점 사기 바겐세일’ 등, 이름만 들어도 굵직한 이슈들을 터뜨렸다. 현재 회장은 송보경 씨(50세, 서울여대 교수), 그리고 김재옥 사무총장(48세)을 비롯 소비자운동의 차세대 주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소비자운동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저희 단체만해도 ’83년에 발족했으니 10년이 넘은 셈이지요. 과거에는 ‘소비자 고발센터’를 중심으로 한 단선적인 운동이 주였지요. 그러던 중 보다 영역을 넓히고, 좀더 과학적이며,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문제의식과 함께 ‘소비자 모임’이 탄생된 것이죠.”

김재옥 사무총장의 말이다. ‘소비자모임’은 다른 소비자 단체들과 함께 ’87년 발족된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에 소속되어 있는데, 식품, 의약품, 농약, 공해 등으로부터 소비자의 안전을 지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회원은 4만5,000여 명 정도, 재정은 회비와 정부 지원금, 그리고 개인 후원금으로 충당된다.

활동은 상담파트에서 상담 및 소비자 고발을 접수하고, 고발된 사례를 조사연구파트에서 과학적 데이터에 의거, 실험을 거친다. 실험은 대개 자료를 통한 조사나 실태조사 또는 주요 연구기관(과학연구소등)에 의뢰하는 형식이다.

지속가능한 소비모델 연구중

“앞으로 소비자운동의 영역은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교통, 교육, 환경, 공공서비스, 금융, 보험, 세금 등의 부분으로 말입니다. 올해의 주력사업으로는 WTO체제 하에 소비자의 권익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펼쳐나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환경보존형 소비형태, 즉 지속가능한 소비 모델의 확립과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캠페인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소비형태에 대한 구체적인 안들은 연구중에 있는데, 김 총장은 오는 7월~8월경까지는 마련될 것이라고 밝힌다. 한편 수입농산물에 대한 감시 활동을 더욱 강화하며, 지난 3월에는 경실련, 서울YWCA 등 8개 단체와 함께 ‘식품개혁추진 시민연대’를 발족하기도 했다. 그리고 송 회장은 국제소비자기구(CI) 이사로, 김 총장은 유엔 관계일을 맡는 등 국제적 연계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원주, 성남, 안산에 지부를 두고, 서울 본부는 광화문 피어선 빌딩에 있다. 넓지 않은 사무실에는 관련자들과 일반 시민, 기자 등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데다가 계속 울려대는 전화통으로 항상 북새통이다. 이날도 회의실에서는 무슨 실험이 있었는지 비린 내가 코를 자극했다. 하지만 그 냄새는 시민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는 땀방울이 묻어 있기에 누구 하나 싫다고 코를 틀어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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