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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간호 05월
  • 1995.05.01
  • 1094
삶의 질과 국민생활최저선 확보운동
작년 12월 참여연대에서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운동의 일환으로서 ‘국민생활최저선’ 확보운동을 시작한다고 선언하였다. 국민생활최저선이라는 말은 아직 우리사회에서 매우 낯설지만 짧게 표현하자면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우리 사회가 발전시켜 온 최저한의 사회문화적 수준을 누릴 수 있게끔 국가의 사회복지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미 서구에서는 1910년대 초반부터 논의가 시작되었고, 일본 같은 경우는 1960년대에 시작된 이 운동이 21세기를 목전에 둔 한국사회에서 제기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동안 세계가 놀랄 정도의 초고속 경제성장을 지속하여 엄청난 경제적 부를 축적했지만 국민들의 삶의 질, 특히 사회복지수준은 경제적 능력에 비해 너무 형편없이 낮기 때문이다. 무역량이 세계 10위권에 들고 경제선진국모임(OECD)의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대한민국이지만 국가의 사회복지비 지출율이 GNP의 1% 밖에 되지 않는 우리 같은 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총체적인 삶의 질 문제제기 필요

우리 사회에서 낙후된 삶의 질을 문제삼고 이것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보려는 사회운동은 환경운동을 예외로 한다면 다른 운동에 비해 매우 뒤떨어져 있다. 물론 영역별로는 약간의 운동이 진행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보건의료 영역에서 의료보험개혁운동, 주거부문에서 저소득층의 주거권 확보 운동 그리고 장애인운동과 탁아운동, 그리고 사회복지예산 확보운동 등이 삶의 질과 관련된 간접적인 문제제기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부문별 운동은 국민생활의 각 영역에서 어느 정도의 문제제기를 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으나 몇가지 한계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한계점은 각 부문별 운동으로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삶의 질의문제를 사회 전면에 부각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개별 영역에 대한 문제제기는 그와 관련된 전체적인 문제의 고리가 풀리지 않으면 안된다. 예를 들어 공공탁아소의 증설과 공공임대주택의 확대는 국가 전체의 사회복지예산의 열악성의 홍보와 광범위한 계급·계층의 증액 압력과 맞물려야 정책의 현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삶의 질과 관련된 문제와 운동을 ‘총체적’으로 제기하고 실천적으로 조직화할 수 있는 운동조직이 필요할 것이다. 또 다른 한계점을 최고의 국가정책이 결정되고 정책 집행의 기반이 되는 예산을 다루는 국회를 상대로 한 운동이 매우 비연속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각 부문운동에서 주장하는 정책 대안들이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입법과 예산확보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 동안의 운동이 만족할 만한 성과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의미에서 의회활동 감시는 삶의 질 확보운동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며 영역별 운동이 시급히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개별 운동영역이 감당하기는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별도의 의회전담조직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그 동안의 생활영역과 관련된 부문별 운동은 전술적 다양성의 확보와 운동의 지속성의 확보에 있어서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삶의 질과 관련된 우리 사회의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는 다양한 운동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매우 소홀하였고, 또한 문제제기 역시 체계적이고 지속적이지 못했다.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체계적인 문제제기와 지속적인 활동 없이는 조그마한 개혁조차도 달성하기 힘든 것이 우리 사회의 권력구조의 현실인 것이다. 물론 참여연대에서 벌이고 있는 국민생활최저선 확보운동이 위와 같은 한계점을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다. 다만 그러한 한계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그 대안을 마련하는데 있어서는 상당히 진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국민생활최저선 확보운동의 6가지 추진 분야

참여연대에서는 삶의 질의 문제를 접근하기 위한 운동의 하나로서 인간의 삶의 전반적인 영역을 포괄하는 국민생활최저선 확보운동을 주창하였고, 이것을 확보하기 위한 운동 분야로 크게 6가지 영역을 설정하였다.

6대 운동분야 중 특징적인 것은 국민의 삶의 질의 문제를 소송을 통해 사회에 여론화시키는 공익소송과, 사회복지예산 증액운동, 그리고 사회복지예산의 예결산에 대한 의정감시운동을 들 수 있다. 공익소송은 이제까지 본격화되지 않은 운동방식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 사회의 낙후된 삶의 질의 문제를 공론화시킴은 물론 국가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력한 수단중의 하나이다. 참여연대에서는 작년에 국민연금기금의 방만하고 비민주적인 운영문제를 여론화시키기 위한 국민연금기금 손실액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의료보험적립금을 보험급여확대에 쓰지 않고 불법으로 전용하고 있는 보건사회부의 정책에 대한 고발, 그리고 노인들의 기초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노령수당청구 소송 등을 제기하였다.

사회복지예산 증액 위해 의회 감시

사회복지예산 증액 운동은 국민생활최저선 확보 운동과는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 왜냐하면 국가의 예산 지출이 수반되지 않은 최저선의 보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단체에서 산발적으로 시도한바 있는 이 운동은 대개 12월에 국회를 상대로한 운동으로 그친 감이 있다. 참여연대에서는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관계부처에서 예산편성이 시작되는 3월부터 국회심의가 끝나는 12월까지 전 기간동안 지속적인 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 운동단체의 요구안이 국회에서 관철되는 과정에 대한 감시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참여연대의 이번 운동에서는 사회복지예산의 국회 심의과정 및 국민생활최저선과 관련된 각종 법안의 심의과정에 대한 정당 및 국회의원 개개인의 태도를 감시하고 그결과를 언론 등에 공개함으로써 운동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예정이다. 이외에도 국민생활최저선에 대한 여론 수렴을 위한 공청회, 관련 법령의 개정 및 대체입법 추진 그리고 대국민 캠페인 등도 병행할 것이다.

경제성장과 세계화는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이 아닌 것처럼 국민생활최저선 확보 운동도 그자체가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다. 이 운동은 우리 사회가 사회구성원의 풍족한 삶의 질을 보장하는, 좀더 발전된 사회로 넘어가기 위한 디딤돌의 역할을 할 것이다. 국민생활최저선이 확보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 보장된 이후에는 보다 한 차원 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운동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성장 이데올로기가 뿌리깊게 박혀 있고, 엄청난 자원을 국방비라는 소모성 경비로 지출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국민생활최저선이라는 기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운동은 광범위한 민중 시민단체의 연대와 적극적인 실천이 선행되어야 한다. 사안별로 연대하건 혹은 별도의 운동조직을 만들건 간에 그 동안 개별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삶의 질의 문제를 제기해 온 광범위한 사회단체들 간의 적극적인 연대 없이 삶의 질의 확보라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는 결코 쉽게 달성될 수 없다.
김연명(상지대 사회복지학과/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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